담배
#1
가끔은 한개피의 담배로 삶을 위로 받을 수 있다.
#2
학창시절, 반항심이라기 보다는 겉멋이었겠지.
화장실에 숨어서
매점 뒤에 모여서
한 개피의 담배를 함께 나눠 피우던 그 시절
한 모금이라도 더 피우려고 하던 그때
그때가 문득 그립다.
#3
술은 마셔도 담배는 피우지 않으려고 했었다.
삶에 대한 리미트를 스스로 걸고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그 선택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4
8개월정도 금연을 한 적이 있다.
이 세상 그 누가 유혹을 해도 절대 넘어가지 않았다.
자발적으로 한 금연이었고,
진심으로 하고 싶었던 금연이었기에 가능했으리라.
8개월이 지난 어느날 문득 그냥 다시 담배가 피고 싶었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다시 금연하고 싶으면 금연하면 된다고 쉽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때만큼의 의지는 내게 돌아오지 않았다.
그 무엇을 위해서도 아닌 금연을 하겠다는 의지가 다시 내게 와줄까?
#5
담배를 피우는 나를 만난 전 여자친구는
내게 담배를 끊으라고 했다.
자신이 없었지만, 어리석게도 그러겠다고 약속을 했다.
한동안은 잘 지켰지만, 순간순간 위기가 찾아왔고
결국 몰래 피우게 되었다.
약속을 했기 때문에 죄인이 되었다.
그와 동시에 여자친구에게서 신뢰를 일부분 잃게 되었다.
지킬 수 없는 약속은 하지 않는게 낫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이제는 담배를 끊겠다는 약속을 하지 않는다.
#6
내가 담배를 최대한 덜 피우도록 했던 여자친구도 있다.
그녀는 담배를 끊으라는 말을 한번도 하지 않았다.
다만, 내게서 담배냄새가 나면 입맞춤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 어떤 비난이나 질책도 없이, 그저 그녀는 자신이 싫은건 하지 않았을 뿐이다.
결국 헤어졌지만, 담배는 이유가 아니었다.
#7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을 너무나도 확실하게 잘 알고 있으면서도
담배를 피운다는 것은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증거일까?
담배가 내게 주는 특별한 만족감은 내 삶에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8
가끔씩 담배를 피우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문제는 정말 가끔만 그렇다는 것이다.
#9
이제 담배 한 대 태우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