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343일차] 퇴사 1-2

엉터리 오디션

by 김연필

입사 1주차까지 나름의 수습기간을 마치고 2주차부터 본격적으로 길거리 캐스팅에 나갔다. 초심자의 행운인지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많은 친구들을 오디션을 보러 회사로 오게 할 수 있었다. 2주차까지는 내가 직접 오디션을 보지는 않았다. 2주차동안은 오디션 보는 방법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 오디션 교육은 다른팀의 선배에게 배웠다. 처음 교육을 받을따는 다른팀 선배인줄도 몰랐다. 실제 오디션 매니져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오디션 내용을 보니 어딘가 어설펐다. 오디션 내용은 프로필 사진을 찍는 것처럼 스틸컷 몇 컷을 찍고, 장기가 있으면 해보라고 하고는 그 내용을 비디오로 녹화해두는 것이었다. 문제는 그렇게 오디션을 보고 그에 대한 평가를 캐스팅 매니저 본인이 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아니, 내가 뭘 안다고 그 친구들을 평가한단 말인가?


뭐.. 일단은 시키니깐 열심히 했다. 매니져가 되기로 마음먹은 날부터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를 발굴하는 그런 매니져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정말 어떻게 해야 좋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 선배들이 요구했던 아무나 막 캐스팅하지 않고 가급적 충분한 대화를 통해 정말 그런 마음이 있는 친구들 위주로 명함을 건네 주고 전화번호를 받았다. 의외로 많은 친구들이 내 전화를 받거나 내게 전화를 했고, 오디션을 보기 위해 사무실로 찾아왔다.


연예인이 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던 친구들이 아니라 대부분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드라나나 영화의 대본이 준비되어 있었지만, 그걸 그 친구들이 소화해 낼리가 없었다. 그리고는 그 친구들에게 이러이러한 점들이 부족하니 일단 레슨을 받아야 한다고 설득하고는 6개월짜리 트레이닝 코스에 입학하게 하는 것이 캐스팅 매니져의 역할이었다. 물론, 무료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고액의 수업료.. 이게 그 당시 활개했던 소위 사기 엔터테인먼트의 사업수단이었다. 그 바닥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던 나는 원래 이런 시스템인가 싶었다. 연예인이 되고 싶지만 끼가 없는 친구라면 아카데미를 다니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길에서 만난 친구들이지만 정말 연예인이 되고 싶어서 노력하는 친구라면, 또 숨어있는 매력이 있다면 도와주고 싶었다. 그래서 오디션부터 내 스타일로 바꿔서 보기 시작했다.


다양한 포즈의 사진을 준비했다. 사진들을 보고 마음에 드는 사진을 몇장 추려서 그와 같은 포즈를 취해 보라고 하고 카메라에 담았다. 연기의 경우는 단순하게 대본만 던져주고 연기를 해보는 것도 시켰지만, 추가로 오디오를 녹음해오거나 영상을 짧게 보여주고 그걸 해보게 시켰다. 1인극이 아닌 경우는 나도 연습을 해서 상대역을 해 주었다. 노래와 춤은 전문가는 아니지만 내가 느끼는 점들을 사실대로 말해주었다. 나의 오디션법은 어느새 회사 동료들에게 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내가 사무실에 있을때면 다른팀에서 오디션 지원을 내게 요청하기 시작했다. 당시 개인적으로는 기쁜 일이었지만, 이 얼마나 엉터리 회사란 말인가..


오디션을 본 대부분의 친구들은 어떤 영역에서도 발군의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다. 결국 이 친구들은 회사 소속의 아카데미에서 6개월간 교육을 받아야 했는데, 나는 이 친구들에게 그것을 권할 수가 없었다. 우물쭈물대는 나를 본 팀장은 내대신 직접 아카데미 권유를 했었고, 그렇게 아이들은 떠나갔다. 그러면서 동시에 나에게 푸쉬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조금씩 이 일이 아이들의 꿈을 이용해 돈을 버는 비지니스라고 인식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앞서 잠시 언급한 3명의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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