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44일차] 소주와의 대화

알콜파탈

by 김연필

오늘의 글쓰기는 사물에 인격을 부여해 대화를 나눠보기로 한다. 어떤 사물에 인격을 부여해볼까? 그래, 내가 시작은 내가 좋아하는 소주로 하자.


나 : 안녕, 소주. 하하 어색하네

소주 : 그러게 하루가 멀다하듯이 보면서 안녕이라고 하니 어색하다.

나 : 오늘도 내 속에 들어올 예정이니?

소주 : 내가 들어가는게 아니라 니가 데리고 들어가는 거거든.

나 : 보통 그렇기는 해도 때런 니가 막 들어오고 싶다고 텔레파시 보냈잖아.

소주 : 아니지. 니가 날 니 속에 들이려고 그렇게 스스로 착각한거라고

나 : 와~ 완전 사람잡네. 저번에 난 맥주 만나려고 했는데, 니가 냉장고에서 간절히 날 쳐다봤쟈나.

소주 : 뭐.. 몇번 그러긴 했겠지.

나 : 겠지? 야.. 너 진짜 치사하게 이럴래? 이런식으로 나오면 진짜 안 보는 수가 있어.

소주 : 야.. 웃기지마. 니가 나 좋아하는거 세상 사람들이 다 알아. 주변에 물어봐라. 니가 맨날 나 찾고 그러는거 이미 소문 다 났어.

나 : 그래..사실 그렇긴 하다.

소주 : 참치 만날때도 맨날 나 부르는거 참치가 얼마나 서운해하는지 가끔 눈치보인다고

나 : 야.. 참치랑 만나는데 어떻게 널 빼고 만나니. 이게 다 니가 발이 넓고 여기저기 다 오사바사하게 지내니깐 그런거지. 왜 내 탓을 하고 그래.

소주 : 하..웃기네. 나는 사실 딱히 누구랑 특별히 친하고 그런거 아니거든. 난 혼자서도 충분히 즐겁다고. 다 니들이 나랑 쟤랑 어울리네. 얘도 어울리네 하면서 계속 부르고 소개시키고 그래서 그런거지. 그리고 말이 나온 김에 하는 말인데, 자꾸 맥주랑 나랑 스킨쉽 시키고 그럴래?좀 어설프게 붙어있으면 젓가락이나 숟가락 불러다라 자꾸 푸쉬하고 그러는데 그럴때마다 얼마나 열이 뻗치는지..

나 : 내가 머리가 아픈게 니가 열이 뻗쳐서 그랬던건가?

소주 : 낸들 아냐? 암튼 그러고나서 너도 아프다니 쌤통이다 이놈아.

나 : 그래, 그러고보면 나의 희노애락을 함께 동거동락함 넌데 내가 좀 무심하게 말했네. 미안.

소주 : 미안은 무슨..참 그런데 너 다 좋은데, 자꾸 나 만나다가 가끔씩 나를 물처럼 대하다가 인사도 없이 쓰러지곤 하는데, 자꾸 그러면 정말 안 만날거야.

나 : 야..그건..니가 내 속에서 너를 너무 들어내려고 그러니깐 그렇지. 자꾸 날 지배하려고 그러는거 참고 참고 참다가 완전히 지배당하기 싫어서 그런 거니깐 너도 좀 적당히 해주라.

소주 : 뭐..난 너 없어도 괜찮고, 딱히 지배하고 싶은 건 아냐.. 단지 널 좀 더 속속들이 알아보려고 그랬던건데.. 불편하다면 자재해볼게.

나 : 아이고 엄청 고맙네. 근데, 나도 나만의 비밀이 있으니깐 프라이버시를 좀 지켜주삼.

소주 : 그래 알았다. 알았어. 그럼 이제 슬슬 나를 니 안으로 들여보지 그래.

나 : 이런 나쁜술 같으니.. 너의 그 알콜파탈을 당해낼 재간이 없다. 넌 너무 내 취향이니깐. 대신 오늘은 적당히 하자.

소주 : 그건 두고 봐야지. 니가 날 탐닉할때도 많으니깐. 암튼 됐고 일단 이리 입술 좀 가져와봐.

나 : ..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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