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51일차] 아버지 이발을 시켜드리다.

벌초를 다녀오다

by 김연필

오늘은 일년에 한번 아버지를 만나고 오는 날이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벌초를 하기 때문이다. 벌초할 때가 다가오면 큰집으로 부터 며칠에 벌초할 거라는 연락을 받는다. 그러면 스케쥴 조정이 제 1순위 할일이 된다. 자전거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단 한번, 일 때문에 가지 못 했던 적이 있는데, 어찌나 마음이 쓰이는지 보통의 사람들은 알지 못 할 것이다.


보통 말복이 지나고 나서 그 주말이나 그 다음주, 토요일이 벌초하는 날이다. 집안 어른들의 스케쥴을 우선으로 날을 잡는다. 토요일 아침 일찍 선산으로 출발한다. 해가 가까워지면 너무 덥기 때문에 오전중에 마무리 하기 위함이다.


이번 벌초는 날씨가 너무 좋았다. 그렇게 무덥다가 엇그제부터 갑자기 날이 선선해졌다. 아니 서울은 선선해졌겠지만 여기 강원도는 춥다는 표현이 더 맞다. 시원한 바람과 적당한 구름, 지금까지 벌초하러 온 날씨중에 가장 시원한 날씨였다. 작은 할아버지와 큰아버지, 삼촌, 나 그리고 친척동생, 이렇게 남자 5명이 번갈아가며 제초기를 돌린다. 제초기는 3대, 남은 두명은 갈퀴과 낫을 들고 잔업을 한다. 그때 그때마다 스케쥴에 따라 남자가 한두명씩 더 투입되기도 한다. 이렇게 호흡을 맞춰온지 벌써 오래된 우리 친척들은 오전내에 착착 조상님들을 새단장 시켜드린다.


집안 어른들의 새단장이 끝나고 나면, 이제 우리 아버지 차례다. 일년에 한번, 벌초가 있을때만 찾아오는 불효자는 제초기를 등에 메고 아버지를 오르고 내리며 속으로 아버지께 미안한 마음을 전해본다. 딱히 바쁘다는 핑계따위 대지 않는다. 그냥 자주 오지 못하는 내가 부족할 따름이다. 올해도 동생녀석은 뭐가 그리 바쁘고 중요한 일이 있는지, 오지 못했다. 아니, 그럴만한 사정 정도는 알고 있다. 그래도 와야하는데, 그 선택을 하지 못한 녀석이 안타깝다.


깔끔하개 이발을 해 드리고, 소박하게 준비해온 술과 음식(음식이라고 해봐야 사과와 포가 전부지만)을 올리고 절을 한다. 특별한 부탁 같은 건 하지 않는다. 그냥 자주 못와서 죄송하고, 그냥 그래도 이렇게 왔다고 하는게 전부다. 보통은 가볍게 제를 지내고 담배를 한개피 불을 붙여, 그 담배불이 다 탈때까지 곁에 있곤 했는데, 오늘은 아침에 집에서 나오면서 담배를 깜빡했다. 다섯 남자중에 흡연자는 나 하나.. 그렇게 오늘은 아버지께 담배는 못 올려드렸다. 잠시 앉아 넋두리 할 시간도 놓치고 말았다.


벌초를 할때면 늘 엄마한테 미안하다.

내년엔 미안해하지 않도록 해야지.


매거진의 이전글[작심50일차]50일 그리고 새로운 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