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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ncilvibe Mar 09. 2024

교토행 전철

  시간이란 장독대의 깨진 밑바닥을 메우기 위해 오사카로 향한다. 새해에 들어 내 통장 속 숫자는 시나브로 줄어들고 있었고, 잔고의 변화는 눈에 보이는 까닭에 그 체감이 수월했다. 하지만 당자는 보이지 않는 것에는 집중하기 어려워해 시간이 새어나감을 알지 못했으니, 오히려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을 즐겼는지 모르겠다.  이 무지한은 금 같은 시간을 내다 버리는 것으로 모자라 금전마저 날려 보내려 작정했는지, 아무런 계획도 이유도 없이 홧김에 일본행 비행기표를 예매한다. 

  시간이 도망치고 있다는 걸 깨달은 것은 출국하는 당일이었다. 역설적이게도 나는 이 사실을 시간이 멈춘듯한 때에 마주했다. 낮에 들이킨 카페인 때문인지 관광에 대한 설렘 때문인지 밤을 꼬박 지새웠고, 그 영겁의 시간 동안 충동적으로 기획한 여행에 대한 의미를 찾고 싶었나 보다. 비단 여행뿐 아니라 내게 주어진 두어 달 남짓한 시간, 그 존재 이유를 파헤치는 3박 4일이 시작되었다.

  엉겁결에 떠난 여행이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둘러볼 곳을 포함해 계획을 짜 두었기에 첫날부터 급조된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셋째 날에 들어서야 오사카를 떠나 교토로 이동하며 시간적, 심적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옆 동네 섬나라의 전철에서 보낸 잉여로운 한두 시간 동안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며 한편으론 치열하게 답을 갈구했다. 입대까지 남은 두 달간의 시간 외에도 다시 사회로 내던져졌을 때 시간을 어떻게 지배할지에 대해서 말이다.

   시간이란 모두에게 동등하게 주어진 재원이지만 모두가 그 양과 질을 다르게 사용하고, 누군가는 악착같이 절약해 결실을 맺어내지만 혹자는 말 그대로 '내다 버리기'도 한다. 실상 나는 후자에 가까운 사람이라고 생각했으나, 그렇다고 이미 방척해버린 시간을 주워 담을 수도 없는 노릇이기에 남은 시간을 잘 아끼고자 마음먹었다. 또 하나 다행인 점은 일본에서의 일정 동안 나만의 장독대, 그 깨졌던 밑바닥을 잘 메웠다는 것이다. 시간을 잘 활용할 요령을 갖고 있다면 퍽 좋으련만, 난 그런 쪽으로는 재주가 적은 편이라 튼튼하게 수리된 내 독에 그저 몇 번이고 물을 채우기로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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