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손에 쥐고 엘리베이터에 몸을 싣는다. 약 2년 전의 일상인데, 커피 한 잔에 의지하며 공부하던 기억이 있다. 여러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는 가장 저렴한 포지션을 맡고 있지만 실은 이 커피 한 잔도 공들여 만들자면 나름 신경 쓸 부분이 많다. 원두를 잘게 가는 것부터 시작해서 물을 데우고, 식히고, 원액을 추출하는 과정을 거쳐 커피의 향취는 부엌을 메운다.
커피는 원두의 종류마다 그 내음이 조금씩 다르다. 사실 커피를 다 내린 후에는 '저번 원두랑 느낌이 약간 다른 거 같은데?' 정도로 차이가 크지 않지만, 원두를 갈기 전에는 저마다 독특한 향을 자랑한다. 잘게 간 원두를 드립 백에 부어놓은 후에는 뜨겁게 끓여둔 물을 한숨 식혀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끓는 물을 커피잔과 주전자 사이로 두세 번 따라내며 물의 온도를 낮추고, 잔도 적당히 달궈준다. 알맞게 식힌 물을 드립 백에 천천히 부으며 커피를 추출할 적에야 비로소 그 향이 천천히 거실 전체를 채운다.
커피를 다 내린 후에도, 커피박(커피찌꺼기)은 한동안 그 향을 유지한다. 커피박 특유의 은은한 향은 방향제로도 제격이라 자동차나 화장실에 소분해두기도 한다. 드립 커피 한 잔으로부터 시작된 커피 향이 부엌을 넘어 거실, 거실을 통해 집안 곳곳, 집안 곳곳을 지나 자동차에까지 퍼져나가게 된다. 향긋한 커피 이야기에 굳이 결론을 찾을 필요는 없지만, 인간 사회에서도 커피 같은 존재가 우리에게 미소를 안겨주곤 한다.
인간이란 서서히 퍼지는 실낱같은 커피 향을 맡으며 웃곤 한다. 때로는 스스로 커피가 되어 주변인에게 선한 감정을 풍기는 자도 있다. 한 손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고 엘리베이터에 함께 올랐던 친구 - 그 친구야말로 커피와 같은 존재였다. 수험생활로 힘들어하던 나를 특별한 말 없이도 긍정적인 에너지로 채워주곤 했다. 친구의 낙천적인 성격은 내게 퍼져왔고, 나는 내 사람들에게 그 향취를 전하고자 했다. 하나의 예시였긴 하지만, 여러분의 주변에도 웃음과 행복을 전해주는 커피는 분명 있다. 알딸딸하게 취한 채 호탕하게 웃으며 웃음을 전파하는 사람, 업무나 과제에 대한 걱정을 사뭇 날려주는 사람 등등... 반드시 그런 이들이 아니라도 함께 웃고자 하는 마음가짐 하나면 우리들 자신도 커피가 될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