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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ncilvibe Mar 09. 2024

글을 쓴다는 것(切磋琢磨:절차탁마)

    전쟁 같던 한 해 동안의 대학 생활을 마쳤다. 막상 전과 원서를 접수하고 나니 허망한 감정이 딸꾹질 마냥 끝없이 올라온다. 입학 전 부터 몇몇 에세이를 포함한 여러 매체를 통해 대학의 목적에 대해 접해왔다.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부분은 대학의 "커뮤니티" 기능이었다. 여러 결의 사람들을 만나며 관심사를 공유하고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사람들을 모아주는 역할 말이다. 지난 해 동안 평균보다 높은 수준의 평점을 요하는 "전과" 라는 방패에 숨어, 공부한다는 핑계로 인간관계를 넓히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정말 높은 수준의 학업성취도를 낸 것도 아니여서  접수란에 쓰여진 학점을 보고 있자니 조금은 시큼한 지난 해의 아쉬움이 헛구역질처럼 치밀곤 하였다. 

    대학에 입학한 대부분의 남학생들의 골칫거리가 하나 있다.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것이 그것인데, 나 역시 한 학년을 마무리하고 나니 군대에 관한 생각이 시도때도 없이 떠오른다. 안 그래도 좁은 인간관계인데 가깝게 지내던 친구들이 하나 둘 입대하고 나니 홀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친구들과 하던 게임은 더 이상 즐겁지 않고, 운동을 해도 하루 온종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때마침 어머니께서 추천해 주신 책이  마음에 들어 간간이 읽고 있다. 그럼에도 생각이 많아질 때면 지금처럼 글을 쓰곤 한다. 

    글을 쓴다는 것은 마치 맨 손으로 집을 짓는 것 같다. 빈 노트와 샤프펜슬 한 자루를 들고 텅 빈 여백을 채워 나가야 한다. 글을 처음 썼을 때를 돌이켜 떠올려 보면 큰 고민 없이 일필휘지로 써 내려 갔던 것 같다. 특별히 글감을 정하지도, 문장에 신경을 쓰지도 않았고 퇴고를 하는 일은 더욱이 없었다. 그저 처음 떠오른 생각을 주제로 하여 길어야 30분 만에 글을 휘갈겨 낼 뿐이었다. 글쓰기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져 가며 글 하나를 지어내는데 신경 쓸 점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문장을 깔끔하고 읽기 좋게 구사하는 것 뿐 아니라 내 마음과 생각을 글에 녹여 내고 싶어졌다. 아직 많이 미숙하지만 구성요소들 간의 호응관계나 글의 흐름 내 완급조절과 같은 기술적인 측면도 신경을 써보려 한다. 연습에 연습을 거듭해 조금씩 무게감 있고 참신한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다.

    이렇게 텅 빈 여백을 나의 생각과 고찰로 채워 나갈 적에는 벽돌 한 묶음을 손에 든 채 공터에 나앉은 느낌이다. 한 줄 한 줄 벽돌을 쌓아 갈 때마다 멈칫하며 제대로 쌓았는지, 틀어지진 않았는지 살펴보곤 한다. 자연히 집을 짓는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나름 안정적인 집이 지어진다. 집의 종류를 정하는 데 2주, 집을 짓는데 6시간, 완성한 집을 보수하는데 이틀이 걸린다. 그렇게 공들여 지은 집이지만 시간이 지난 후에 다시 보면 많이 엉성할 것이다. 올 한 해에는 얼마나 더 성장할 수 있을지, 기대 만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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