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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ncilvibe Mar 09. 2024

겨울바람

   새벽 지하철에 몸을 싣고 꾸벅꾸벅 졸며 등교하던 날이 어제 같은데 벌써 겨울이다. 달력에 쓰여진 숫자 12도, 자연스레 주머니에 찔러넣은 두 손도, 하나 둘 옷을 떨어트리는 나무들도 차가운 계절을 실감하게 한다. 나에게 겨울은 마무리를 짓는 계절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1년의 종지부를 맡고있는 계절이기에 지나온 길을 돌아보게 될 수 밖에 없는 듯 하다. 올 해 나는 어떤 목표를 가지고 걸어왔고, 얼마나 걸어왔을까.

   당연한 이야기지만 올 한 해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대학생활이다. 대학에 와서 어떤 공부를 해야하나 고민이 컸는데 다행히 잘 해결되었다. 내가 하고싶은 일이 무엇인지 빠르게 알 수 있었던 것은 정말이지 큰 행운이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it업계에서 먹고 살아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어쩌다보니 범위를 데이터 분야로 좁혔고, 덕분에 길을 헤메지 않을 수 있었다. 물 흐르듯 정해진 내 목표는 데이터사이언스 학과로 전과하는 것이 되었다. 전과를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학점이 필수적이다. 1학기와 여름 계절학기를 부족하지 않게 마쳤고, 2학기도 종점이 눈앞에 보인다. 

   이번 학기는 공부가 너무 즐거웠다. 이번 학기에 들어서 "기초통계학"과 "데이터사이언스 프로그래밍" 이라는 데이터사이언스 학과 전공과목을 들었다. 기초통계학에서는 말 그대로 기본적인 통계학과 그를 바탕으로 한 가설검정 방법에 대해 배웠다. 데이터사이언스 프로그래밍에서는 기초통계학과 python을 근간으로 하여 데이터를 정제,처리,분석 하는 방법을 배웠다. 말 그대로 '이거다!' 싶었다. 이거야말로 정말 내가 하고싶었던 공부였다. 자잘한 교양필수 과목들이 귀찮게 굴었지만, 전공과목들 덕분에 학교에 다닐 맛이 났다. 하지만 흥미도와는 별개로 성적의 세계는 냉정해서, 이번 학기는 지난 학기보다 성취도가 낮을 것 같다. 성적도 어느 정도 중요하긴 하다만, 정말 중요한 것은 "전공 공부가 얼마나 잘 맞는가"라고 생각한다. 전공 공부가 즐거운 것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내게 잘 맞는 길을 올바르게 찾아온 것 같아 굉장히 뿌듯하다.

   어제도 오늘도 날이 춥다. 내일도 나는 전공책과 노트북이 든 가방을 메고 쌀쌀한 바람을 맞으며 길을 걸을테다. 그럴때면 군대에 간 친구들 생각도 나고, 멀리 계신 부모님 생각도 나곤 한다. 연락이 끊긴지 오래된 중학교, 고등학교 친구들도 간간히 떠오른다. 너희들은 어떤 마음으로 어떤 길을 걸을까. 부모님은 어떤 길을 어떤 마음으로 걸어 오셨을까. 몇몇 생각이 불현듯 떠오르는 오늘 밤, 코 끝을 매콤하게 스치우는 겨울 바람이 내게 매듭 지을 때를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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