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1인 청소년공간 운영이야기
지금껏 살아오면서 단기간에 이렇게 많은 전단지를 만들어보긴 처음이다. 처음부터 아는 사람하나 없는 이곳에서 청소년을 만나려면 전단지는 내가 한껏 의지해야 하는 도구였던 것도 같다. 내가 만든 전단지는 대부분 청소년을 모집하기 위한 안내문이지만 가끔은 부모님을 초대하기도 하고 지역의 어른들도 초청한다. 그렇게 지난 10개월 동안 만든 전단지만 10여 개 정도 된다.
어떤 전단지는 전문가의 힘을 빌리기도 하고, 칸바나 미리캔버스 같은 도구로 미약하나마 쓱싹 만들어내기도 했다. 전단지를 직접 만들다 보니 전문가가 되어가는 것 같기도 하고 갑자기 전단지 제작에 뜬금없는 소질을 발견한 것도 같다.
하지만 전문가가 만든 것이든 내가 만든 것이든 전단지는 기대만큼 사람들을 불러 모으진 못한다는 게 결론이다.
전단지가 효과를 보이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친절한 설명이 더해지지 못해서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에겐 전단지의 소개가 미덥지 않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갑자기 나타난 낯선 공간에서 하는 낯선 활동! 나라면 선뜻 찾아갈 수 있을까?
그래서 청소년을 모집하는 전단지는 꼭 선생님들에게 전단지를 잠시나마 설명하려고 한다.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5분 이상 나와 앉아 이야기 나눠줄 선생님은 없었다. 한 번은 사전에 약속한 선생님을 뵈러 전단지를 들고 학교에 간 날 선생님은 외부일정으로 나가 계시기도 했고, 선생님이 운영하는 동아리에서 진로 관련 전문가를 만나야 하니 섭외만 부탁한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먼 산 가득한 전단지를 들고 얼마나 헤매었는지 모른다.
그래도 가끔 어떤 청소년들은 우연히 만난 전단지를 통해 ‘이게 뭐 하는 거예요?’라며 전화가 오기도 하고, 관심과 두려움으로 우리 공간에 찾아오기도 한다.
최근에도 정읍 청소년 연구를 수행하면서 QR코드 전단지를 만들었다. 그리고 매일 일정 숫자만큼 전단지를 출력해 청소년들이 오갈만한 곳에 붙이고 있다. 친절하던 식당과 카페 사장님, 편의점 사장님은 무조건 오케이, 우리 설문지를 문 앞에 붙여 놓으신다. 그리고 우리 동네 책방 사장님은 먼저 연락이 오셔서 한 장 붙이고 싶다고 하시기도 하고, 동네 의원 의사 선생님은 아크릴 판에 고이 우리의 전단지를 넣어 주셨다. 그리고 아는 선생님은 전단지를 들고 직접 이곳저곳에 연락을 하신다.
전단지도 우리 공간이 정읍에 정착한 시간만큼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듯한 느낌이다. 이전에는 전단지를 혼자 만들어 혼자 나누고 다녔다면 이제는 나를 지켜주는 사람들과 우리 공간을 함께 지키는 사람들이 함께한다.
다음 달에도 준비하는 프로젝트 운영을 위해서 전단지를 만들겠지만… 왠지 걱정이되진 않는다. 그들이 내곁에 있으니… 그리고 내년쯤엔 전단지가 없어도 이곳에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