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1인 청소년공간 운영 이야기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인으로 살고 있는 악사는 파키스탄 엄마 아빠로부터 태어났다. 악사의 아빠는 경기도 안산에서 노동자로 일을 하다가 사랑하는 아내를 만나 정읍 어느 지역에 정착하여 염소도 키우고 배달일도 하면서 네 명의 아이를 낳아 가정을 이뤘다. 그중에 악사는 셋째 딸로 너무나도 착하고 성실한 아이이다.
내가 일하는 청소년 자치공간에서 진행한 캠프에 참석한 악사는 캠프 첫날에 큰 붉은색 캐리어를 들고 한쪽 어깨엔 작은 가방 두 개를 들고 나타났다. 다른 찬구들과 캠프에 참석하는 게 처음이라는 악사는 친구들과 함께 사용하려고 물티슈도 큰 걸 준비했고 큰 음료수도 친구들에게 주려고 가방에 담아 왔다. 그리고 숙소에 들어가서는 머리빗과 썬크림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위치에 놓아 사람들에게 사용할 것을 알렸다. 그리고 방 이곳저곳을 살피며 무엇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고 퇴실 때는 방정리도 앞장서서 하는 아이였다.
무엇보다 긴 여정으로 지친 아이들이 의자를 발견하고 앉을 때쯤 유일하게 ‘선생님 이쪽으로 앉으세요’라고 말하는 아이이기도 했다.
여행은 사람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소중한 계기가 되어주는 것 같다. 늘 왜소하고 조용한 모습으로 앉아있던 악사가 항상 남을 배려하고 사람들에게 깊은 관심을 갖는 아이일 줄 몰랐다. 악사는 늘 언니와 함께 다니며 언니가 하는 말에 동의하는 모습을 보였고, 말없는 모습이었는데, 캠프기간 내내 종알대는 모습을 보니 말하는 것도 참 좋아하는 것 같았다. 착하고 배려 깊으며 사교성이 좋은 아이. 악사.
하지만 외모만으로는 완벽히 파키스탄 사람인 악사에게 서슴없이 헬로라고 하거나 땡큐라도 하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혹시 상처를 받진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아직도 한국에서 외국인 이세로 태어난다는 것은 처음부터 한국인이라는 동질한 상태로 살아가는 것이 허락되지 않는 듯도 했다.
악사 엄마 아빠도 악사가 혹시라도 한국에서 따돌림을 받을까 봐 처음부터 파키스탄어를 가르치치 않았다고 하니 악사뿐만 아니라 악사의 가족 모두가 긴장 속에서 한국의 삶을 살진 않았을까
정읍에는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정말 많다. 내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는 전체 아동의 절반 이상이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인 상황이다. 이 모든 아이들이 자라는 과정에서 피부색 때문에 차별받거나 삶의 기회를 놓치는 일. 혹은 스스로 무언가를 포기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악사는 너무나도 잘 캠프에 참여했고 함께 한 동생들도 잘 챙기는 멋진 아이였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무엇이 자치활동인지 이제 알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앞으로 악사는 청소년 자치공간 달그락달그락에서 무한정 자치활동을 펼치는 멋진 아이가 될 것이다. 그리고 나도 이 친구의 성장과 함께 하고 싶다.
진정으로 헬로 악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