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몬이 움직이는 삶
아주 적은 양의 호르몬이 우리의 삶을 좌지우지한다는 게 놀라운 것 같아요. 0.1mg은 도대체 어느 정도의 양인 걸까요? 우리 플로라는 그 주사 한 번으로 뛰기도 하고, 왔다 갔다도 해주고 삶을 지켜내야 하는 것들을 하게 되다니 묘약 같은 이 호르몬의 중요성을 다시금 느끼고 있습니다.
플로라가 몹쓸 호르몬병과 암을 동시에 겪게 되면서 주변 사람들이 플로라에게 보내주는 것들도 미세한 영향력을 담은 영양제들입니다. 작은 캡슐 안에 들어 있는 오일, 항암효과가 있는 약초를 담은 캡슐, 암에 좋다는 약… 소포로 쌓여가는 영양제와 병원에서 준 10여 개의 약을 합하면 한 주먹 정도 되는 것이기에 결코 적은 양은 아니지만 이 정성스러운 약들도 플로라에게 주사되는 호르몬처럼 플로라의 몸속에서 기적 같은 역할을 하게 될까요?
하지만 저는 한 번도 살면서 내 몸에 흐르는 호르몬이나 영양제들의 중요성을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냥 나도 우리 가족모두 지금처럼 건강할 거 같다고 생각했던 거죠. 운동도 나중에 해야겠다고 미루며 살았고 식사를 거르거나 물 먹는 걸 신경 쓰지 않고 살았고 가끔은 바쁘다는 이유로 날도 샜었어요. 그렇게 하더라도 어느 정도 견뎌낼 수 있었거든요. 하지만 이러다가 삶의 리듬이 끊겨 작은 호르몬 하나가 망가지면 우린 삶 전체도 망가질 수 있다는 것을 우리 플로라가 알려주는 것 같아요.
잘 자고 적당히 잘 챙기고 일상의 미세한 변화를 감지하는 삶. 그런 것을 지금 플로라가 우리에게 알려주는 건 아닐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