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이의 암투병 66일
항암 치료를 명목으로 솔이의 몸속에 들어간 무서운 주사액은 솔이의 암덩어리뿐만 아니라 면역력까지 소멸시키고 있다. 항암주사는 솔이의 몸 상태를 회복불능의 상태로 악화시킨 후 시간의 힘을 빌어 가까스로 회복시켜 나간다. 그래서 암투병 곁에 머무는 보호자는 그 면역력을 어떻게든 붙잡아 보려는 부단한 노력들로 시간을 채워나가는 것 같다. 솔이의 면역력이 암덩어리의 사멸을 뒤로하고 몸속에 잔존하기를 애원하면서 말이다.
나는 솔이의 면역력을 높여보고자 자주 가는 고깃집에서 소고기를 사고, 멸균된 음료수, 우유, 치즈 등을 준비한다. 그리고 좀 더 깨끗한 집안 환경까지... 며칠 동안 나도 사람을 만나면 안 될 테니 미리 인터넷으로 각종 생필품을 준비하고 우린 그렇게 집안에 갇혀 있을 준비를 한다. 멸균된 집안에서 우리 솔이는 조금 더 안전할지도 모르니 말이다.
하지만 결국... 3차 항암을 마친 솔이의 몸 상태는 세상의 온갖 터치가 두려운 상태이다. 피검사를 통해 확인한 솔이의 면역력, 흔히 '절대 호중구 수'라고 불리는 수치는 90이었다. 그나마 지난번 항암치료 후 같은 기간에 확인한 절대 호중구가 0이었던 것에 비하면 조금 나은 상황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래도 일반인이 4,000 이상의 수치를 보인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아이의 상태는 다 녹아버린 아이스크림보다도 몸 상태를 유지하기 힘든 상태일 것이다.
절대 호중구는 백혈구 중 하나로 인체가 감염과 싸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주는 녀석이다. 이런 절대 호중구가 90인 솔이의 상태라면 코로나가 증가하고 수족구가 판치는 이 한 여름의 집 밖은 위험천만한 곳이 되는 것이다.
이젠 이런 상태를 솔이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사람들이 있는 곳은 위험하고, 그런 곳에 가려거든 마스크를 반드시 써야 한다는 사실, 혹은 페이스 쉴드로 자신의 얼굴을 가려야 하고, 무엇이든 만지면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하며, 이빨을 닦는 것은 혹시 모를 감염을 대비해서 너무나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그 짜디짠 식염수로 자신의 입을 15초 동안 3번 행구는 것쯤은 무난히 해낸다.
병원에서도 솔이의 면역력에 집중하고 있기에 그라신이라는 주사를 처방했다. 그라신 주사는 기본적으로 비타민 주사이지만, 이 주사제가 면역력을 상승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절대 호중구수가 감소한 사람들은 이 주사에 의지할 수 있다.
근데, 나의 노력도, 솔이의 노력도, 병원의 노력도 왠지 성공적이지 못한 듯하다.
솔이의 몸이 뜨겁다. 병원에서 '응급실로 달려오라'고 지정해준 겨드랑이 체온 38도에는 도달하지 않았더라도 솔이의 겨드랑이 체온이 계속 37도를 웃돈다. 솔이의 귀로 체온을 재면 38도 이상이다. 솔이가 암에 걸리지 않았다면 긴장하면서 해열제를 먹였을 체온... 암환자 아이에게 체온의 기준 조차도 엄격하다.
우린 열심히 노력했지만 왠지 내일 솔이는 입원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