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닭장 같은 인간세상
이 산중 식당에서는 직접 토종닭을 키운다.
닭 한 마리가 잡혀나갔다. 그 바람에, 좁은 닭장 구석구석 내몰리던 닭들,
다시 모이통 앞으로 쇄도하기 전 일제히 목을 뽑아 흔들어대던
대가리, 닭대가리들이 금세 탈, 탈, 탈 털어낸 그
닭
삶은 것 먹는다. 오늘 발인한 친구의 빈자리에 둘러 앉아
늙은 계원들은 후룩후룩, 고개를 주억거리며 뜨시게 먹는다.
소주 몇 잔에, 이마 꼭대기마다 볏이 붉다.
사람의 평생이 숨 한번 깊이 들이쉬었다 내쉬는 것 같다고 노인들은 말한다. 소개한 시를 쓴 1945년생 문인수 시인도 <삶>이란 시를 ‘일평생이 참// 저 심호흡 한번이다.’라고 마무리 지은 바 있다. 시 쓰는 노인 문인수는 동년배 친구가 죽어 관에 들어가고 이어 땅속에 나무처럼 심긴 날에 남은 친구들과 더불어 삼계탕을 먹으며 닭에게서 삶의 짧음을 본다.
고인의 벗 자격으로 모인 인원은 몇 안 되었는지 삼계탕으로 희생된 닭은 고작 한 마리이다. 그런데 그 한 마리가 잡혀 나가기 전에 생사의 경계를 넘나들며 이리저리 내몰린 닭은 우리 안에 있던 닭들 전부일 테다. 한 놈은 영영 가고 안정을 되찾은 나머지는 간 놈은 벌써 잊었는지 눈앞의 모이에 몰두한다. 먹으려 애쓰는 대가리는 잊는 데도 참 빠른 대가리다.
죽은 닭은 마치 저가 아직 살아있기라도 한 듯이 뜨겁다. 뜨겁게 삶은 닭을 살아서 아직 더운 늙은 벗들이 사이좋게 나눠 먹는다. 닭장에선 닭이 모이를 먹느라 머리를 주억거리고 늙은 친구들은 삼계탕을 먹느라 머리를 주억거린다. 오늘 간 벗의 생전 이야기를 간간이 곁들일 줄 안다는 점이 사람과 닭의 차이일 뿐.
참말 섬뜩한 대비이다. 사람 사는 곳이 커다란 닭장 같다. 잡혀 가서 자리가 비고, 나머지는 그 빈자리를 슬금슬금 채우며 먹이를 찾아 먹고, 때때로 새 생명이 태어나 다시 좁아지고, 또 잡혀 가고. 닭대가리는 탈 탈 탈 잘 털어내는지 몰라도 사람의 머리는 그게 잘 안 돼서 소주 몇 잔을 곁들인다.
당신들도 곧 저 닭장 속의 닭들처럼 삼계탕 속 닭을 잊을 거요. 이마 꼭대기에 닭벼슬 같은 붉은 기운이 올라오는 것은 아마도 그런 메시지를 담은 까닭이리라. 살아남은 자는 먹고 잊으며 가끔 먼저 간 자들을 그리워한다. 물론 제 눈앞에 놓인 것 먹는 데에만 정신이 팔린 닭대가리가 사람 사이라고 없지는 않을 테지만.
유용선
시 애호가. 독서학교 대표. 글쓰기 코치.
시집 <다시, 잊는 연습 걷는 연습>, <개한테 물린 적이 있다>, <웃으라 하시기에>
글쓰기 지침서 <글쓰기는 스포츠다>, <낙서부터 퇴고까지>
교양 <7일간의 독서여행>, <성경을 읽었습니다 - 구약성서>, <맞춤법이 잘못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