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력을 몰아내는 비폭력의 저항력
공룡의 멸망에는 꽃이 개입되어 있다는
학설이 있다.
종종 추운 나라에서 공룡들의 뼈가 발견되는 것은
꽃을 피우는 식물들이 이 세계에 나타나
침엽수를 뜯어먹는 공룡들을
극으로
극으로
밀어냈기 때문이란다. 얼마나
우스운가. 꽃이 겁나 달아나는 공룡. 얼마나
놀라운가. 공룡의 거대한 꼬리를 뒤쫓는 꽃.
공룡들아. 오늘 나는 너희들이 두렵지 않다.
공룡 멸종에 관한 학설은 참 다양하구나. 빙하기가 닥쳐 먹을거리가 떨어진 공룡들이 마침내 멸종하고 말았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있어도, 먹을 수 없는 개화식물이 많아져서 그랬다는 이야기는 처음 듣는다. 이쯤 되면 빙하기를 견디었어도 공룡은 어차피 사라질 운명이었겠다.
작은 식물들이 제 성기인 꽃을 바짝 쳐들고 생존을 외친다. 빛깔과 향기로 벌과 나비를 현혹하여 생식을 이루어내는가 하면 제법 무서운 외양으로 천적을 쫓아내기도 한다. 공룡은 비록 저들을 먹이로 삼지는 않지만 큰 덩치가 위협적이라 달갑지 않았을 테다. 작은 꽃나무들은 왕성하게 번식해 군락을 이루고 공룡들은 아무짝에도 쓸모없을 그곳을 버리고 자꾸 자꾸 추운 침엽수립으로 터전을 옮긴다. 이 모양을 꽃이 겁나서 달아나는 공룡이라고 노래한다. 대형 화재처럼 번지는 꽃의 군락에 공룡이 꼬리를 빼고 달아난다고 노래한다.
믿고 안 믿고를 떠나 이 학설은 통쾌하다. 쓸모없다고 무시당했을 작은 존재들이 번지고 번져 공룡들을 쫓아낸다니. 그나마도 공룡을 직접 공격해서가 아니라 저희들끼리 알콩달콩 사랑하고 씩씩하게 번식하여서라니. 비대한 몸집으로 지구를 군림했던 폭군 공룡에게 비폭력으로 꾸준히 저항한 끝에 이루어낸 평화가 아닌가. 탄알 대신 꽃을 장전한 총포의 저항력이 어쩌면 더 강할지도 모르겠다는 맹랑한 생각이 든다.
유용선
시 애호가. 독서학교 대표. 글쓰기 코치.
시집 <다시, 잊는 연습 걷는 연습>, <개한테 물린 적이 있다>, <웃으라 하시기에>
글쓰기 지침서 <글쓰기는 스포츠다>, <낙서부터 퇴고까지>
교양 <7일간의 독서여행>, <성경을 읽었습니다 - 구약성서>, <맞춤법이 잘못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