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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별을 떠나던 날

by 유용선


나는 어린 왕자가 철새의 이동을 이용하여 별을 벗어났을 거라 생각한다. 떠나는 날 아침, 그는 자신의 별을 잘 정돈했다. 활화산들은 세심하게 청소했다. 그에게는 불을 뿜는 화산이 둘 있었다. 그것들은 아침밥을 데우는 데 아주 편리했다. 불이 꺼진 화산도 하나 있었다. 그가 말했듯이 ‘어찌 될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그는 불이 꺼진 화산도 마찬가지로 잘 청소했다. 화산들은 청소가 잘되었을 때는 부드럽게, 규칙적으로, 폭발하지 않고 타오른다. 화산 폭발도 벽난로의 불과 마찬가지이다. 우리 지구에 있는 화산을 청소하기에 우리는 분명 너무 작다. 그 때문에 화산은 우리에게 숱한 곤란을 가져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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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는 조금은 서글픈 심정으로 바오밥 나무의 마지막 싹들도 뽑아냈다. 그는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익숙했던 그 모든 일들이 그날 아침에는 유난히 다정하게 느껴졌다. 꽃에게 마지막으로 물을 주고 둥근 덮개를 씌어주려는 순간, 그는 울고 싶은 심정이 되었다.

“잘 있어.” 그가 꽃에게 말했다.

하지만 꽃은 대답하지 않았다.

“잘 있어.” 그가 다시금 말했다.

꽃은 기침을 했다. 하지만 감기 때문은 아니었다.

“내가 어리석었어.” 마침내 꽃이 입을 열었다. “미안해. 당신이 부디 행복했으면 해.”

비난이 전혀 들어있지 않은 말에 그는 몹시 놀랐다. 그는 유리덮개를 손에 든 채 어쩔 줄 모르고 서 있었다. 그는 이 다정스러운 고요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 난 당신을 좋아해.” 꽃이 말했다. “당신은 전혀 몰랐지. 내 탓이야. 아무래도 좋아. 하지만 당신도 나랑 마찬가지로 어리석었어. 부디 행복하기를... 이 둥근 덮개는 그냥 놓아둬. 이제 필요 없으니까."

“하지만 바람이...”

“그리 심한 감기는 아니었어. 신선한 밤공기는 나한테 이로울 거야. 나는 꽃이잖아.”

“하지만 짐승이...”

“나비들과 사귀려면 애벌레 두세 마리쯤은 견뎌야지. 나비는 무척 예뻐. 걔네 아니면 누가 나를 찾아주겠어? 당신은 멀리 있겠지. 커다란 짐승은 두렵지 않아. 손톱이 있으니까.”

꽃은 천진스럽게 자기가 지닌 가시 네 개를 보여 주더니, 이윽고 말을 이었다.

“그렇게 우물쭈물하지 마. 떠나기로 결심했잖아. 어서 가.”

꽃은 울고 있는 제 모습을 그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토록 자존심이 강한 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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