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외로움을 옅은 불치병처럼 달고 다니는 사람이었다.
건강하거나 아플 새도 없이 바쁠 때면 외로움을 앓는다는 것을 잊어버릴 수 있었지만,
조금만 약해지면 불쑥 솟아오르는 외로움을 감당하지 못해 무력해지는 나날이었다.
19.2.10
무언가를 만들어 내기 위해 힘쓰는 것이 힘들어졌던 이유 중 하나는,
내가 애써 빚어낸 것이 그저 흘끔거리는 시선 한 번이나 간신히 받을 만한 사소한 것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것은 내가 감당해야만 하는 무게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의미 없는 것이 아니라는 질긴 힘줄 같은 고집을 부려야만 하는 것이기도 했다.
가치가 있는 것이라 믿어 붙잡으려는 손은 미끄러웠다.
만들어 내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것이라는 말은 내가 채울 수 없는 말이었다.
나에겐 그 말을 채울만한 자존감 따위가 없었으니까.
나는 창작을 내 손으로 했지만 내 안에서 완성할 수는 없었다.
댓글로도, 좋아요로도, 인세로도 그 텅 비어버린 것을 채울 수가 없었다.
내겐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너무 오랜 기다림에 곰팡이처럼 피어난 죄책감을 주워 넣고, 못다 한 말의 아쉬움을 주워 넣고, 나아갈 길에 놓인 걱정을 주워 넣어 계속 나아갈 채비를 했다.
19.2.28
어디서 누군가와 무엇을 했다는 기억은 부표처럼, 떠다니는 삶을 그저 유랑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론가 향하는 것으로 만들었다.
그렇지 못해도, 적어도 그것은 혼자 유랑한 것이 아니라 같이 헤맨 것으로 만들었다.
사람들은 그로부터 얼마나 나아갔는지, 그로부터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눈으로 재며 자신의 현재를 가늠했다.
나는 사람에게 묶는 것이 싫어 대신 글과 그림들을 부표 삼아 놓았고, 그것들을 돌아보면서 앞도 아닌 곳으로 천천히 떠돌았다.
19.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