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는 글과 그림을 만드는 일은
계란을 조려 장조림을 만들고, 멸치를 볶아 밀폐용기에 넣어 냉장고에 차곡차곡 쌓아놓는 일이었다. 나는 어지럽게 흩어진 생각을 말과 그림으로 묶느라 바빴지만, 같이 먹자고 사람을 부를 수는 없었다.
누군가를 불러 같이 먹자고 하기에는, 그저 손쉽고 단순한 반찬들 뿐이라 구태여 찾아오는 품이 더 아까울 일이었다. 손님을 부르려면 적어도 삼겹살이라도 떼어오거나 있는 재료라도 솜씨 좋게 요리해야 했지만 나에게는 그런 정성이 없었다. 기껏해야 내가 먹을 김치찌개나 간신히 끓여내는 게 고작이었으니까.
오늘도 마음을 졸이고 생각을 볶는다.
2019.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