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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in Feb 16. 2017

바이럴 시X놈들

바이럴 마케팅 때문에 마케팅을 알게 되다.

얼마 전 일, 나는 오랜만에 연락이 닿은 친구와 오전 일찍 홍대에서 만났다.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


점심 쯤 되니 배가 고파왔다. 나는 친구에게 "배 고프지 않냐"고 물어봤고, 기다렸다는 듯 친구는 스마트폰으로 맛집 후기를 보여줬다. 어느 블로그가 작성한 '최고의 스시'란 스시 가게였는데 정말 맛있어 보였다. 생선이고 밥이고 특별함이 느껴졌다. 사진만으로 침샘이 자극됐다. 우리는 그 후기 속 가게를 방문하기로 했다.


10여 분을 걸어 '최고의 스시'에 도착하니, 너무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은은한 조명이 첫 눈에 들어왔다. 정갈한 인테리어에 기대는 커져갔다. 두둥! 얼마 지나지 않아 블로거가 극찬한 초밥이 상에 올라왔다. 그러나 초밥을 입에 넣는 순간  넣는 순간 내 기대는 산산이 조각났다. 밥에 초 양념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생선회는 신선하지 못해 생기를 잃은 지 오래였다. 충격에 휩싸인 후 가격을 다시 한 번 보았다. 품질에 비해 터무니없는 값이었다.


알고 보니 내가 본 블로그 후기는 마케팅 업체가 작성한 것이었다. '최고의 스시'는 마케팅 업체에 가짜 후기를 작성해 달라고 돈을 주고, 마케팅 업체는 운영하는 블로그에 가짜 후기를 작성한다. 나는 광고를 보고 이 식당을 들렀다고 볼 수도 있지만, 식당 혹은 마케팅 업체에 속은 거나 다름없었다.




물론 위 이야기는 허구다. 몇 가지 사실에 과장과 허구를 조금 보탠 이야기다. 최고의 스시라는 집은 내가 만들어낸 가상의 음식점이다. 하지만 위 이야기에서 내가 본 가짜 후기는 허구가 아니다. 그리고 지금도 꾸준히 계속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지역 이름 + 맛집'으로 검색하면 바이럴 마케팅 업체에서 작성한 글만 보일 때도 있었다.


이 마케팅 업체들은 네이버의 검색 알고리즘을 정교하게 분석한다. 이에 맞는 글을 작성하여 검색어 상단을 모두 차지했다. 블로그는 신뢰도를 잃어갔다. 사람들은 블로그를 잘 안 보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블로그에서 얻고 싶은 맛집 정보는 해당 블로거의 솔직한 후기다. 마케팅 업체가 작성한 가짜 후기를 보고 싶어 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애석하게도 이는 내가 마케팅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가 됐다. 나는 당시 블로그를 소소하게 운영하고 있었다. IT와 게임에 관련된 글을 쓰고 나누는 블로그였다. 평균 하루 방문자가 천 명이 넘을 때도 있었고, 가장 많을 때는 하루 2만 명이 내 블로그를 찾기도 했다. 소박한 목표도 정했다. 유명한 블로거가 되어 제품을 공짜로 체험하는 것이었다.


블로그를 운영하며 가장 중요한 건 꾸준히 글쓰기, 그리고 네이버 검색어 상위에 노출되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늘어나기 시작한 마케팅 업체들이 네이버 검색어 상위를 모두 뺏어가기 시작했다. 나는 네이버 검색어 상위 노출을 노리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지만 아무런 효과 없이 돌아갔다. 마케팅 업체의 범람으로 블로그 운영을 그만뒀다. 다른 이유도 있었지만.


지금은 조금 괜찮다. 네이버에서 늦게나마 알고리즘 수정을 진행했다. 덕분에 가짜 후기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참고: “네이버 검색 개편, 최적화 블로그 공장 문 닫기 시작”)


수많은 가짜 후기를 보고 궁금해졌다. "이런 게 정말 마케팅인가?" 아마 5년 전일 것이다. 나는 이 가짜 후기들을 바이럴 마케팅이라고 부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Viral Marketing. 그야말로 바이러스처럼 퍼지게 하는 것이다.


바이러스 퍼지듯 홍보성 정보가 입소문을 타고 끊임없이 전달되게 하는 것. 이게 내가 정의한 바이럴 마케팅이다.

처음에는 부정적이었다. 애초에 바이러스라는 단어가 긍정적으로 다가올 수 없지 않은가. 그런데 조금 더 생각해봤다. 선 바이럴 마케팅을 '홍보성 정보가 소비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전달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이래야 바이럴이라는 의미에 잘 어울린다고 봤다. 그런데 바이럴 마케팅의 정의로는 블로그에 올라오는 가짜 리뷰를 설명할 수 없었다. 가짜 리뷰는 입소문으로 퍼지는 게 아니다. 마케팅 대행사(업체)에서 소비자로 퍼지는 일차적인 확산 외에는 별다른 기능이 없었다.


나는 가짜 리뷰를 작성해주는 업체에 내 블로그를 팔아보기로 결정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과거에도 블로그를 구매한다는 마케팅 업체는 정말 많았다. 왜 그런지는 몰랐다. 그중 한 곳에 운영하던 블로그를 판매했다. 60만 원가량 받았다. 많이 받은 것 같지만 내가 블로그에 들인 노력을 생각하면 큰 금액은 아니었다.


내 블로그가 어떻게 변하는지 지켜봤다. 우선 주제가 바뀌었다. IT와 게임을 취급하던 블로그가 울산 지역 가게들을 소개하는 블로그로 변했다. 물론 닉네임도 바뀌고, 레이아웃도 변경됐다. 그 후 내 블로그에는 울산, 부산 지역 맛집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더 놀라운 건 댓글이었다. 글을 쓰자마자 20개 넘는 댓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한 것이다. 내가 운영할 땐 평균 3개 달리면 많았던 댓글이 20개씩 달렸다.


알고 보니 검색어 1페이지에 노출되기 위해서는 댓글 수도 중요하다고 한다. 그리고 마케팅 업체들이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저품질'로 평가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바이럴 마케팅이 성행할 때 네이버는 특별한 규칙을 두어 질이 낮은 글을 생산하는 블로그를 저품질 블로그로 규정하고 검색어 노출에 페널티를 줬다. 마케팅 업체가 네이버 블로그를 운영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검색창 1순위 노출인데 그걸 안 되게 막았다.


마지막으로 새로 생성한 블로그는 검색 순위 노출이 낮다고 한다. 수많은 마케팅 업체들이 블로그를 사는 이유는 새로 키우는 것 보다, 기존에 있는 것을 사는 게 빠르기 때문이다.


여전히 블로그에 올라오는 가짜 후기들을 바이럴이라고 규정하기엔 모호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진짜 바이럴 마케팅이 뭔지 찾아보기로 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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