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펭귀니 May 16. 2024

쓸개 없이 이룬 캐네디언 드림

Canadian dream

오랜만에 이모와 이모부, 사촌동생이 집에 놀러 왔다. 사촌동생은 캐나다에서 자동차판매원으로 일하던 중 건강이 악화되어 잠시 귀국했다. 간 수치에 문제가 있었지만 약물로 관리가능한 수준까지 호전되어 다음 주면 다시 캐나다로 출국해야 한다.


한의원 치료를 받고 돌아오니 이미 이야기꽃이 피어나고 있었다.


"오랜만이다. 간은 괜찮아?"


걱정했던 것에 비해서는 안색이 밝아 보여 안심했다.


"내가 쓸개가 없잖아. 그래서 간까지 영향을 받은 거래."


사촌동생은 어릴 적 몸이 약한 편이었다.


"귀가 안 좋은 건 알고 있었는데 쓸개가 없어?"

"응. 담석이 너무 심해서 절제했어."


꽤 가까운 사이라 생각했는데 쓸개가 없다는 건 미처 몰랐다.


"대단하다! 쓸개 없이 캐나다 영주권까지 취득하고! 쓸개 있는 사람도 힘든 일인데! 이게 바로 캐네디언 드림 아니냐?"


둘러앉은 식탁이 웃음바다가 되었다.


"그래서 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어?"

"병원에서 처방해 준 우루사 먹고 식이조절하고 있어."

"그래. 관절 안 좋으면 한의원 가고 간 안 좋으면 우루사 먹는 거지 뭐. 사는 게 별거 없어."


또다시 웃음꽃이 피어나려던 찰나 훅 들어온 이모의 임팩트 있는 한 마디.


"캐나다 물가가 비싸서 간 안 부으면 살기 힘들어."


배꼽 빠질 정도로 웃었더니 한동안 잠잠했던 제왕절개 흉터 가려움증이 다시 시작되려 했다.


그 순간 이모부가 근엄한 표정으로 웃음 사태를 종결시킬 비장의 카트를 꺼낸다.


"쓸개가 아니고 담낭이지! 그래도 요즘 기술이 좋아서 개복 안 하고 복강경으로 수술했어."


"다행이네요! 저 제왕절개 개복수술하고 죽다 살았잖아요. 제왕절개는 복강경으로 안 되겠죠?"


말 같지도 않은 말인걸 알지만 말이 안 되기에 즐거운 대화. 각자 어려움을 안고 헤쳐나가는 인생 이야기를 나누는 이 시간이 감사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너와 나의 5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