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펭귀니 May 21. 2024

처가댁을 사랑한 남자

부부의 날 기념 혼파스타

오늘이 부부의 날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채수아 작가님의 글을 통해 처음 알았고 극동방송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사랑을 표현하라는 말에 깊은 감명을 받아 남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오늘이 부부의 날 이래. 파스타 좀 시켜 먹을게."


사랑을 주는 것보다 받는 것이 더 좋은 나는 아직 철이 덜 든 36세 ENFP 아줌마다.


남편은 다행히 결혼 7년 차 프로답게 흔쾌히 파스타 주문을 허락했다. 역시 마음이 넓은 사람이다. 육아에 지쳐가던 중 곧 즐기게 될 파스타 만찬에 설레기 시작했다. 그 순간 남편이 메시지로 전송한 의외의 사진. 자세히 살펴보니 나무위키에서 부부의 날을 검색한 화면이다.


본래 1995년 경상남도 창원에 살았던 권재도 교회 목사 부부가 부부의 화합과 가정의 소중함을 일깨우자는 취지에서 제정된 것이 시초다.
(출처 : 나무위키)


나는 경상남도 창원시 성산구 출생이다. 지금은 부산에 거주 중이지만 엄연히 태어난 곳이기에 애정이 깊은 추억의 도시이다. 비교적 자유롭고 행복했던 유년기를 보낸 곳이기에 아픈 기억이 없어 치유의 공간이기도 하다. 또한 우리 가족은 주일이면 모두 함께 교회에 예배드리러 가는 크리스천 가정이다.


남편이 나의 뿌리를 기억해 주는 마음에 물밀듯 감동이 밀려온다.


결코 남편이 먼저 말한 적은 없지만 "마누라가 예뻐서 처갓집 말뚝에도 절하는 걸로 하면 어떨까?"라며 밑밥을 깔아준다. 예전 같았으면  "아니 그게 아니고 그냥 연관이 있다는 말을 하려 했던 거야."라는 쓸데없는 정직함으로 내 속을 뒤집었겠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는 결혼 7년 차 프로다. 또한 나 역시 가르쳐야 아는 남자를 데리고 사는 마음 넓은 여자이기에 밑밥 까는 것에 수치심을 느끼거나 망설이지 않는다.


'내 로맨스는 내가 챙긴다.'


주체적이고 당당한 여자. 난 이런 내가 참 좋다.



현재 부산 친정에서 공동육아를 하고 있다. 우리 부부의 신혼집과 남편의 회사는 경기도에 위치하고 있어 주말부부로 지낸 지 어언 1년이 다 되어간다. 비록 혼파스타지만 맛있는 건 혼자 먹어도 맛있다.


"잘 삽시다."


비록 사랑한다는 말은 낯간지러워서 하지 못했지만 잘살자는 말로 전우애를 다진 뜻깊은 부부의 날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