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다 지난 일을 말해야 하는 이유
상담자만이 느낄 수 있는 희열
"이미 다 지난 일인데 말한다고 달라질까요?"
상담을 진행하면서 내담자분들로부터 자주 들었던 질문이다.
"물론 이야기한다고 해서 있었던 일이 없던 일이 될 순 없죠. 하지만 그 일을 바라보는 관점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 그 일로 매우 고통스러우시잖아요. 그렇다면 과연 이미 다 지나간 일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정적을 깨고 흘러나온 아픔 속에 함께 울고 웃었던 기억들이 떠오른다.
여러 가지 이유로 아픔을 털어놓기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
'다들 힘든데 나까지 이런 이야기하면 안 되지.'
'이야기한다고 달라질 것도 없는데 그냥 참고 견뎌야지. 다들 그러고 살잖아.'
꾹꾹 눌러 담은 마음은 가시가 되어 어느새 스스로를 끝없이 찌르기 시작한다. 끝까지 참을 수 있는 마음은 존재하지 않기에 무력감에 빠져 일상생활이 곤란해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마음을 극복해야 할 대상 혹은 스스로 다스려야 할 대상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힘든 이야기를 어렵게 털어놓아도 "극복해야지. 지금은 힘들어도 지나갈 거야."라는 피상적인 답변으로 오히려 더 깊은 고통에 빠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도와야 하는가?
끝없이 궁금해해야 한다.
어떤 어려움을 어떻게 겪었는지.
그 당시 어떤 도움을 원했는지.
너무 오래 마음을 삼켜버린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조차 모른다.
마음과 생각을 구별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다 지난 이야기를 털어놓아야 하는 이유는 스스로를 잘 알기 위해서다.
자신의 마음을 잘 인식하고 표현할 수 있으면 비로소 과거의 일이 새로운 관점으로 해석되기 시작한다. 아무런 힘이 없다고 생각했던 스스로의 강점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내담자가 과거의 고통에서 헤어나 진정한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을 함께 하는 기쁨.
이 기쁨은 오직 상담자만이 누릴 수 있는 희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