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에 충실하라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방향이다

by 펭귀니

척추관절질환 통증으로 한의원 보존치료를 시작한 지 1년이 넘었다. 2022년 3월 말쯤 외상으로 왼쪽 목, 어깨, 엄지 손가락을 다쳤고 정형외과에서 치료를 받았다. 왼쪽 엄지손가락은 인대 부분파열로 판단되어 체외충격파 치료를 꾸준히 시행했고 목, 어깨는 X-ray상으로는 별 문제가 없다고 했지만 통증이 심해 물리치료와 주사치료를 받았다. 왼쪽 엄지손가락은 거의 완치 수준에 가까울 정도로 회복되었지만 목, 어깨는 잠시 좋아지는 듯하다가 다시 통증이 발생했다. 당장 할 일이 많은데 답답한 마음으로 동네에서 유명한 한의원에 방문했고 침과 추나치료로 상당한 호전이 느껴졌지만 치료 1회 만에 임신 사실을 알게 되었다. 분명 임신은 축복이지만 나에게는 고난의 시작이기도 했다. (누구에게나 임신은 힘들지만 몸의 손상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임신이 되어 많이 불안하고 힘들었다.)

고통스러운 통증을 견디며 아이를 품었고 출산 후 제대로 회복하려면 스스로 내 병을 잘 아는 것이 중요하다 판단되어 틈틈이 공부했다. 그 결과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모든 척추관절질환의 기본 원칙은 진통소염제 복용과 충분한 휴식이라는 것.


목과 어깨가 아프고 나서 길거리를 다니다 보면 정형외과, 신경외과, 한의원 등 척추관절질환 통증을 치료하는 병원은 어느 골목에나 거의 다 있었다. 다니던 골목은 그대로지만 내가 아프기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거리에 즐비한 각종 병원을 보며 많은 사람들이 나와 비슷한 통증으로 힘들어한다는 사실을 체감할 수 있었다. 어쩌면 나와 같이 기본을 몰라서 헤매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척추관절질환은 생명에 위협을 줄 정도의 위험성을 내포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삶의 질을 저하시킨다. 빨리 낫고 싶다는 다급한 마음에 고가의 비급여 치료를 받아보기도 했지만 나의 통증은 완전히 좋아지지 않았다.


그 이유가 무엇일지 돌이켜보면 갑작스러운 임신 등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가장 기본인 진통소염제 복용과 충분한 휴식을 철저히 지키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아프다고 해서 회사 일을 소홀히 할 수 없었고 출퇴근을 하려면 운전을 해야만 했다. 바쁘다 보니 병원에서 처방해 준 진통소염제 복용을 잊은 적도 많았다. 더군다나 임신이 되고 나서는 진통소염제 복용을 할 수 없었기에 더 악화되지 않기만을 바라면서 임신 중 복용가능한 타이레놀, 무리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한방치료, 마사지 등으로 하루하루 버틸 수밖에 없었다.


반면 30대 초반에 교통사고로 대학병원에 내원한 적이 있었는데 그 당시 통증을 호소하는 부위의 X-ray를 다양한 동작으로 세세하게 촬영했던 기억이 난다. 이후 진통소염제 한 달분을 처방해 주셨고 이후에도 통증이 지속되면 MRI를 촬영해 보자고 했다. 그 당시 업무가 많이 바쁘지 않았고 진통소염제 복용과 가급적 휴식을 취하려 노력했기에 후유증 없이 3주 만에 회복했다. 물론 이 시기는 내 나이가 더 젊었다는 생물학적인 요인도 관련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기본에 충실했기에 빠른 회복이 가능했다.


각종 비급여 치료로 빠른 호전을 바랐을 뿐 기본을 지키지 않은 대가로 지금까지도 고생을 하고 있지만 이 과정을 통해 예쁜 우리 아기를 얻었다. 또한 무엇보다 기본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시간이 오래 걸릴 뿐 언젠가는 좋아질 것을 알기에 낙담하지 않고 오늘을 살아간다.


삶을 살아가다 보면 여러 가지 문제에 당면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일의 영역이든, 가정의 영역이든, 인간관계의 영역이든, 공부의 영역이든. 어떤 영역에서도 기본을 잘 지키는 것. 이것이 문제를 돌파하는 참 지혜가 아닐까 한다. 조금 비싼 수업료를 치르고 깨달았지만 이 글을 읽는 분들만큼은 나와 같은 실수로 힘든 시간을 겪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록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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