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는 쉽게 소통할 수 있다는 매력적인 장점이 있지만 무분별하게 빠져들 경우 자칫 이 드라마의 제목처럼 ‘행복배틀’의 장이 되어 마음을 병들게 할 수도 있다.
나 역시도 나의 일상이 너무 힘들거나 집중해야 할 다른 목표가 있을 때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휴먼 상태로 전환하기도 했다.
SNS의 특성상 가장 행복한 순간을 전시하는 경향이 있어 내 마음이 힘들 때는 다른 사람들의 행복을 마음껏 축하해 주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그 시절에도 간간히 행복한 기억이 있었지만 그런 순간을 억지로 전시하는 게 가식으로 느껴져 혼자 간직하곤 했다.
이런 나의 내적 갈등을 잘 풀어낸 작품이 ‘행복배틀’인 것 같다. 어쩌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던 이유도 다들 공감하는 주제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가치조건화
타인, 특히 의미 있는 어른(부모 등)이 부여하는 '가치'가 아이에게 내면화되는 것을 가치의 조건화라고 한다. 긍정적 자기 존중을 얻기 위해서 타인이 나에게 보여주는 긍정적 존중이 중요한데 이 과정에서 타인이 원하는 가치에 자기를 맞춰나가는 '가치의 조건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출처] 가치의 조건화(Conditions of Worth)|작성자 Jejuerin
정아는 성공한 사업가로서 잘생긴 연하남과 결혼하여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승승장구하는 듯 보이지만 그녀의 삶의 이면에는 가족갈등이 숨어 있었다.
나영은 변호사 남편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행복한 일상을 살아가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남편의 외도로 고통받고 있었다.
유진은 잘 나가는 인플루언서로 엄마들 사이에서 ‘넘사벽’으로 통했지만 실상은 재혼하기 전에 낳은 자신의 딸을 재혼한 남편(도준)이 성폭행하는 끔찍한 사건으로 심각한 부부갈등을 겪다가 도준으로부터 살해당했다.
미호는 어린 시절 부모님의 재혼으로 자매였던 유진의 죽음에 숨겨진 비밀을 파헤치다가 유진의 방에 숨겨둔 usb를 발견하게 되고 엄마들의 비밀과 도준이 저질러 온 만행을 알게 된다.
유진이 다른 엄마들을 쥐고 흔들 수 있었던 이유는 각자의 숨겨진 약점을 쥐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엄마들은 자신의 약점이 드러날까 두려워 미호가 유진의 죽음에 숨겨진 비밀을 파헤치는 것을 방해했지만 약점으로 공격하기보다는 유진의 죽음을 애도하고 자녀들을 돌보는 미호의 진심을 깨닫고 도준을 잡아들이는 일에 협조한다.
이후의 이야기는 엄마들이 각자 자신의 온전한 행복을 찾아가는 모습으로 묘사된다.
특히 나영이 변호사 남편과의 이혼을 선택하고 정아의 회사에서 열정적으로 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미호는 회사의 승진을 앞두고 있었지만 유진의 아이들을 맡아 키우기로 결정한다. 모두들 만류했지만 미호는 자신의 진짜 행복이 무엇으로부터 비롯되는지 잘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