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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펭귀니 Nov 17. 2023

넷플릭스영화 / 어른들은 몰라요

방황하는 청소년들의 이야기_낙태와 입양의 윤리적 딜레마

가출 청소년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곱지 않습니다. 넷플릭스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는 갈 곳을 잃어 방황하는 아이들의 세계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작품입니다.


영화의 첫 시작은 세진의 자해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묘사가 너무 사실적이라 깜짝 놀랐어요.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라는 걸 나중에 알았습니다.


나무위키에서 자해 관련 정보를 검색해 봤어요. 자해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자신의 스트레스나 아픈 마음을 푸는 방법이라고 하는데 강렬한 첫 장면이 담으려고 하는 의미가 궁금해졌습니다.


사람을 믿을수록 상처받았던 아이, 세진

세진은 부모님의 보호 없이 자신의 삶을 꾸려가는 18세 가출 청소년입니다. 예쁜 얼굴 덕분에 많은 관심을 받기도 하지만 번번이 상처받죠.


다니던 학교 교사와 연애를 하다가 임신한 사실을 알고서 아무렇지 않게 아이를 지울 것이니 수술비를 달라며 요구합니다.


학교 측에서는 세진이 보는 앞에서 해당 교사를 벌주는 모습을 보이며 종이에 사인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아마도 학교 측에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서약서였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이후 세진은 낙태 수술비를 직접 마련하기 위해 발로 뛰게 되죠.


길거리에서 만난 주영과 한 그룹이 되어 앞으로의 살 길을 찾아나가는 세진. 낙태 약을 구해준다는 수상한 남자에게 속아 성폭행을 당할 뻔했지만 주영의 도움으로 상황을 벗어납니다.





주영은 근처를 지나가던 재필과 신지에게 도움을 구했고 이 일을 계기로 넷은 함께 뭉쳐 다니게 됩니다. 재필은 세진의 낙태를 돕기 위해 함께 돈을 벌 수 있는 일을 찾았고 약을 구하려다가 그 과정에서 사기를 당하게 되죠.


세진은 재필에게 굴욕에 가까운 사과를 요구했고 재필은 이를 받아들이는 듯 보였습니다.



재필의 형이 소개비를 건네며 세진과 주영을 가로채려고 했을 때 필사적으로 막아섰던 건 세진을 좋아하는 마음 때문이었을까요.


그러나 세진의 낙태 과정이 뜻대로 되지 않고 재필의 형에게 복수하려다 앙갚음을 당하는 과정에서 세진을 향한 애정이 증오로 바뀌게 됩니다.


결국 아이들은 모두 결별하게 되죠.


우리 이만 찢어지자

이후 기독교 재단의 쉼터에서 연결해 준 가정에서 보호를 받으며 출산 준비를 하는 세진. 아이가 없는 부부가 세진의 아이를 입양하려는 목적으로 돌봤던 것으로 추측됩니다. 그러나 아이가 유산되고 부부는 큰 슬픔에 빠지죠.


세진을 향한 안쓰러움이었을까요, 뱃속의 아이를 잃은 것을 향한 슬픔이었을까요. 모호한 설정으로 인간의 윤리적 딜레마를 잘 와닿게 표현하였습니다.

마지막 장면은 세진이 유유히 보드를 타며 노니는 것으로 끝이 납니다.


어떤 곳도 세진에게 안전하지 못했습니다. 아이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낙태를 원했지만 번번이 좌절했고 뱃속의 아이를 원하는 어른들의 보호를 받다가 고통 속에 아이를 잃어갑니다.


세진에게 자해는 죽지 않고 삶을 버티기 위한 마지막 수단이었을 것입니다. 손목을 그을 때의 아픔보다 거센 세상의 풍파 속에서 아이의 마음은 병들어갔죠.


혼자 자해하며 마음을 해결했던 세진에게 필요했던 말은 무엇일까요? 어떻게 하면 자해하지 않고도 마음을 해결할 수 있었을까요?


"너를 알아주는 사람이 없었구나.

그래서 마음이 아팠구나.

덜컥 임신한 사실을 알고 걱정됐구나. 한편으로는 낙태할 방법을 찾기 어려워서 두려웠구나.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했구나.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실수할 때가 있어. 하지만 앞으로의 삶은 선택할 수 있단다.

사람들이 너를 보고 손가락질한다고 해서 네가 가치 없는 인간이 되는 것은 아니야.

앞으로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용기를 내보자.

네가 처한 상황이 바뀔 순 없더라도 해결해 나갈 방법을 같이 찾아보자."


손가락질하기 쉽지만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그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가혹한 현실 속에 상처받는 아이들이 마음에 위안을 얻을 수 있는 그런 세상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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