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N번방 사건으로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그루밍 성범죄를 다룬 영화 ‘발레리나’ 옥주는 경호원으로 일하며 힘겨운 나날을 보내다가 우연히 재회한 친구 발레리나 민희를 만나면서 일상의 활기를 찾아간다.
둘은 추억을 공유하며 아름다운 우정을 쌓아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옥주는 욕조 안에서 자살한 민희의 모습을 목격하게 되고 민희가 남긴 메시지로 그루밍 성범죄의 실마리를 풀어나간다. 그루밍: 성을 착취 혹은 유린하기 위해 친밀, 신뢰, 지배 관계를 설정하는 행위. 처음 시작은 일반적인 연애와 비슷하지만 성범죄의 성격을 지니고 있어 처벌 자체가 쉽지 않다고 한다. 최프로는 자신의 빼어난 외모로 여성들을 매료시킨 후 각종 영상 촬영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이를 거부하면 협박하는 그루밍 성범죄의 가해자였으며 민희도 최프로의 피해자 중 한 명이었다.
결국 자살을 선택하고 옥주에게 최프로를 향한 복수를 부탁하는 메모를 남긴 민희. “너라면 할 수 있을 것 같아서.”라는 마지막 외침은 살려달라는 처절한 몸부림조차 고통스러워 죽음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민희의 아픔이 전달되어 마음이 시렸다. 결국 옥주는 고군분투 끝에 최프로를 처단하는데 성공한다. 다소 비현실적인 스토리이긴 하지만 그루밍 범죄의 심각성과 피해자의 고통을 드러내기에는 충분한 설정으로 와닿았다.
사람들은 때때로 범죄 피해자들을 비난한다.
“잘 모르는 사람을 함부로 믿은게 죄지.”, “당한 사람도 뭔가 문제가 있을거야.”, “밤 늦게 돌아다니니까 그런 일을 당하지.”, “옷을 저렇게 입는 이유가 뭐야?” 범죄 피해자를 잘못으로 몰아가는 메시지의 근원은 ‘나는 절대 저런 일을 당할 리 없어.’라는 불안이 아닐까. 때로는 그냥 침묵하고 옆에 있어주는 것이 가장 큰 위로일 수 있음을 다시금 떠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