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 샨티, 인디아 - ①
오랜 버킷리스트였던 인도로의 명상, 요가여행을 위해 3년 만에 해외로 떠나는 짐을 꾸렸다. 9박 10일간의 여행 중 일주일은 인도 북부의 요가도시이자 채식도시인 리시케시(Rishikesh)의 사원에서 지낼 것이었다. 가이드를 동반하는 여행이었기에 안전에 대한 걱정을 덜었음에도 신경이 쓰였던 것은, 일주일이나 채식만 하고 지내기가 힘들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리시케시에 있는 동안 단 한 번도 고기가 그립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사원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채식커리(Curry)와 난(Naan), 시내의 식당에서 맛본 수많은 세계요리는 나를 현혹시켰다. 아니, 비건요리가 이렇게 맛있고 다채롭다니!
비건음식은 맛이 없을 것이라는 편견이 깨진 것 외에도 인도에서 비건의 의미가 색다르게 다가왔던 계기가 있다. 사원에서 명상과 요가를 하면서 ‘옴 샨티’의 의미를 배우면서부터였다. 옴샨티(Om shanti)는 산스크리트어로 마음의 평화를 뜻하며, 넓게는 모든 인류, 생명이 평안하기를 기원하는 구절이다. 모든 존재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정신적인 수양을 쌓을 수 있는 이곳, 인도에서 비건의 참된 의미를 느낄 수 있었다.
물론, 비건도 여러 단계가 있다는 것을 들어본 적이 있지만, 입문자인 나는 육류, 생선류, 우유 등 동물성 식품의 섭취를 제한하는 초보적인 비건식단부터 배워나가기로 했다. 일주일에 하루이틀이라도 비건식단을 지켜보는 것도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인도여행에서 룸메이트로 배정되며 만난 한국인 친구는 요가와 명상을 몇 년째하고 있었으며, 채식도 꾸준히 실천하고 있었다. 평상시 재료를 주문해서 요리를 한다고 했는데, 아쉽게도 한국에서는 이렇게 직접 요리를 하지 않는 이상 다양한 비건요리를 접하기가 힘든 환경인 것 같다. 그나마 수도권에서는 비건 메뉴를 제공하는 식당을 찾을 수 있기는 하지만, 가격이 저렴한 편은 아니라고 들었다.
30대에 다시 대학교를 다니고 있는 나는, 이번 학기에 비건식품사업에 대한 아이디어로 사업계획서를 작성하여 학교에서 지원하는 창업동아리에 선정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맛있는 비건음식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계획을 세워나갔다. 아직 진행 중인 계획이며 꾸준한 수정이 필요하지만, 인도에서 느꼈던 감정들이 현재의 나에게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보면 참 신기하다. 여행이 안겨주는 신선한 경험과 통찰, 그것들을 통해 나이가 든다 해도 감각과 열정이 살아있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