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선택'

나는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가

by 펜끝

[매트릭스]란 영화를 다시 봤다. 영상에 빠져서 봤던 처음과는 달리 보인다. 아무런 상관없을 것 같던 인공지능이란 걸 조금 알고 나니, 보는 시각이 바뀐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시나리오를 생각하고 영화로 만든 사람들은 그 세상을 어떻게 생각하고 느낀 걸까. 영화제작에 이미 인공지능의 필요성을 그들도 받아들이면서 그것의 신기함에 입을 쩍 벌리면서 더 멋지게 찍을 수 있는 미래를 상상하면서도 암울함을 그려냈다. 지금과 같은 속도라면 그런 시대는 멀지 않았다. 그 형태는 영화와 다르겠지만.


내가 그 영화에 꽂힌 것은 '매트릭스'라는 가상의 세계이다. 그런 줄로만 알고 믿고 살아왔던 것이 모두가 허상이란 것이다. 하지만 알고 나서도 그곳에 머무르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 편하니까. 익숙하고 모든 걸 누리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시온'이란 인간의 세상은 얼핏 보기에 더럽고 불편하기 짝이 없지만 그곳의 화두는 사랑이다. 진짜 사랑이 가능한 곳이다. 가상의 프로그램들도 사랑을 한다. 하지만 그것을 지킬 수도, 자기 뜻대로 어떻게 할 수도 없다. 사랑은 하지만, 아무것도 선택할 수 없다.


영화는 '선택할 수 있다는 건 인간의 특권'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그 선택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든 그것 또한 자신이 책임져야 할 일이다. 신념 없이 살아가기는 어렵다. 그런 게 없다면 우리 삶도 프로그램된 가상의 세상과 다를 게 없다. 정해진 순서대로 교육받고, 다 그런 건 아닐지라도 돈이 제일이란 믿음을 세뇌받고 그에 맞춰 출세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때로는 같은 인간들을 밟고서라도 올라가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며 산다. 나 또한 별반 다르지 않았음을 느낀다. 하지만 탄생도 이미 프로그램처럼 인류의 본능에 의한 것이고, 죽음 역시 피할 수 없다. 정해진 대로 물 흐르듯 살아가느냐. 한 번이라도 자신의 선택과 신념에 따른 삶을 살아가느냐 하는 문제인 것이다.


현란한 영상 속에 숨겨진 뜻. 그것이 감독들의 의도인지 내 나름의 느낌인지 알 순 없지만 이런 생각을 하게 한다는 것만으로 영화는 할 일 다했다고 생각한다. 사랑을 위해 목숨까지도 걸 수 있는 인간만의 특권. 그게 핵심이다. 무엇이 두렵단 말인가. 그럴 대상만 있다면 말이다.

나에게 묻는다. "나를 살아가게 만드는 신념이 있는가? 조건없는 사랑을 할 무언가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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