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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담 Apr 05. 2019

아빠가 되어 접한 아동 학대 뉴스는 그 무게가 달랐다.


1. 퇴근해 집에 돌아왔더니 아내가 심각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내밀었다.


아내 - "이것 좀 봐."


저렇게 진지한 표정으로 무엇을 보라고 하는 걸까. 뭐 결제할 거 있나..? 덜덜 떨리는 손을 내색하지 않으며 폰을 받아 들었다. 뭔데 그래?


받아 든 핸드폰 화면에는 영상 하나가 일시 정지돼 있었다. 영상을 맨 처음으로 돌리고 재생 버튼을 눌렀다. 하지만 나는 채 10초를 넘기지 못하고 영상을 종료했다. 아내에게 휴대폰을 돌려주며 물었다. 이게 뭐야?


아내 - "아이돌봄 서비스 신청했는데 돌보미가 아이를 학대했대. 밀치고 뺨도 때렸대. 아이는 14개월이래."


그 말을 들은 나는 아내 옆에 누워서 잠을 자고 있는 하진이를 바라봤다. 또 많이 컸네. 많이 컸는데도 여전히 너무 작네. 14개월이면 하진이보다 엄청 크지도 않겠네... 만감이 교차했다. 아내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 - "절대 못 볼 것 같아 그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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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커서 이제 '손맛'을 알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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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그로부터 하루가, 이틀이 지났다. 돌보미는 조사를 받는다더라, 조사 중에 '자신의 학대 영상을 보니 심하다 생각이 든다, 후회된다'라고 말했다더라, 관련 부서에서는 즉각 조치를 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더라... 온갖 뉴스를 접하며 일각에서는 '집에 cctv를 설치한 것도 잘못이긴 하다'라며 인권 운운을 했다. 그러지 말지, 적어도 이 기사, 이 사건 관련해서는 그러지 말지. 한숨이 나왔다.


현재 규정에 따르면 '아이에게 폭력, 상해를 입힌' 잘못을 저질렀을 경우 6개월의 징계를 받는다. 그리고 6개월 뒤에는? 당연히 복직이다. 쓰리아웃 제도라 저 짓을 두 번 더 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이번 학대 사건이 이렇게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았으면 6개월 뒤 우리 부부가, 하진이가 만날 수도 있었다. 아이가 재채기를 해 밥풀을 흘렸다고 뺨을 때리고 소리 지르고 꼬집고 뒤통수를 때리고 발로 차고, 이것을 학대라고 인식하지 못했다는 돌보미를 만날 수도 있었다.


학대인 줄 몰랐을 수도 있고, 알면서 거짓말하고 있을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지금 알았냐, 몰랐냐가 아니다. 우리는 조금 과거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저런 행동이 학대인 것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애당초 정부가 운영하는 아이돌봄 서비스의 돌보미가 될 자격이 있는지가 의문이다. 서비스를 이용하는 부모가 돌보미에 대한 정보를 요청하면 '개인 정보'라는 이유로 나이 외의 정보는 아무것도 공개하지 않는다는 불만은 여러 육아 커뮤니티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공개를 하지 못하겠으면 자체적인 가준을 가지고 심사라도 꼼꼼하게 해야 부모들이 돌보미의 자질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것 아닌가.


나는 내 주변인들에게 높은 도덕적 수준을 요구하지 않는다. 살면서 거짓말을 해 나를 속일 수도 있고, 홧김에 내가 좋아하는 물건을 던질 수도 있다. 실수와 반성, 발전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과정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직업에 따라서는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양심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지 않은가. 하물며 14개월 아이를 돌보게 될 사람에게 육아에 대해 '난 이렇게 아이를 키웠다'는 경험이 아닌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정서적으로 안정되어 있기를, 높은 도덕성을 가지고 있기를 바라는 것이 지나친 것일까? 그런 면에서 '학대인 줄 몰랐다'는 것이 거짓말일 경우에도 이 돌보미는 충분하고 안정적으로 자격 미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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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작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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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배우 김혜자 씨의 책이 있다. 하진이를 보면서 많은 고민을 하게 했던 말이다. 정말 이 아이를 꽃으로도 때리지 못할 것 같거든.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뽀뽀하고 싶어도 혹시나 수염이 아플까, 아이 피부에 안 좋을까 하는 마음에 작은 볼에 내 코를 가져다 대는 '코뽀뽀'를 하는 게 전부다. 어디 있다고 때릴 곳이, 이 작은 아이를 어떻게.


사건 속 돌보미는 2013년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서울, 경기 등 다양한 곳에서 6년간 일을 했다고. 이 돌보미를 만났던 어떤 아이는 지금쯤 초등학교를 들어갔을 수도 있겠다. 당장 눈에 보이는 부모와 아이가 피해자의 전부가 아니라는 말이다.


오드리 헵번은 말했다.


"당신은 두 개의 손을 가지고 있음을 잊지 마세요. 하나는 당신을 돕기 위해, 다른 하나는 남을 돕기 위해 써 주세요."


남을 돕기 위해 쓰지 못하는 손은 주머니에 찔러 넣어두고 피해는 주지 말아야지. 남을 돕는 '돌보미'가 그 손으로 폭력을 휘두르다니. 우리는 분노해야 한다. 우리 모두는 아기였고, 누군가는 언젠가는 부모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나에게, 내 아이에게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은 누구에게도 일어나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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