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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를 쓸 때 무대를 빠뜨리지 말자

일기에 무엇을 써야 하는가 3 - 시간과 장소 챙기기

by ChatGPT4 Image Generator : 육하원칙을 주제로 그림을 그려달랬더니 이럽니다... 


육하원칙 중 시간과 장소는 우리 삶의 무대이다. 누구와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 그리고 왜 하는지는 무대의 내용이다. 보통은 인물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사건에 초점을 두기 때문에 배경은 흐림 처리되기 십상이다. 


때로 22년 전 일기를 다시 읽는데 흐릿한 무대가 항상 아쉽다. 보고 들은 것을 그대로 쓰기보다는 나의 해석과 감정만이 가득하다. 이 또한 가치 있다. 하지만 어떤 무대 위에서 어떤 사건이 그런 생각과 감정을 일으켰는지 명확히 알기 어렵다. 이런저런 행동을 매우 후회한다는데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렇게도 큰 한숨을 쉬었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이야기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주인공의 독백뿐만 아니라 사건의 전체 줄거리도 필요한 것이다. 


드라마든 연극이든 우리 인생이든 무대는 말과 행동의 가장 기본적인 맥락이 되어준다. 학교와 집, 직장은 우리 인생의 대표적인 무대이다. 세세하게 파고들어 가면 더 많이 쪼갤 수도 있다. 우리 모두는 각각 다른 무대 위에 선다. 심지어 같은 직장 다니더라도 자신의 자리가 다르고 이동 동선이 다르다. 여기에 디지털 환경도 추가해 보자. 오늘 하루 우리는 아날로그 무대와 디지털 무대를 온종일 오간다. 


예시) 현재 나의 구글캘린더 일기장. @로 장소를 표시. 세부메모도 있다.

시간도 마찬가지다. 아침, 점심, 저녁이 대표적인 시간이다. 시간은 숫자로 표현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그야말로 무한대로 쪼개질 수도 있다. 시간은 나머지 육하원칙과 오묘한 관계를 맺는데 예를 들면, 별일 없이 반복되었던 일주일(10,080분) 간의 일기보다 20분 압박면접 일기의 양이 더 많을 수 있다. 나의 옛 일기장은 주로 이렇게 임팩트 있는 순간들에 대한 기록'만' 있다. 면접 전후의 시간에 대해서는 아예 기록이 없는 것이다. 사건의 전체 줄거리가 부재하다. 배경이 과하게 흐릿한 것이다. 


이렇게 무대와 시간이 다양하고 역동적인데도 나의 옛 일기장은 마치 인물들이 허공 위에 둥실 떠서 대사를 치고 행동을 하는 듯 기록되어 있다(많은 경우 독백이다). 가끔 2차원의 평평한 배경그림 한 장이 PPT 자료 슬라이드 화면 넘어가듯 쓱 지나가는 정도랄까. 그게 아쉽다. 그래서인지 지금 내 일기장은 시간과 장소가 가장 앞에 배치되어 있다. 나의 생각과 감정을 끓어오르게 만드는 임팩트 있는 사건에는 당연히 예전처럼 잔뜩 기록한다. 하지만 지금은 그 중요한 사건 전후에도 간단하게나마 줄거리가 기록되어 있다. 만약 20살의 내가 이렇게 일기를 시작했더라면! 이왕 쓰기로 한 것, 좀 더 온전한 나의 이야기를 미래의 나에게 전달해 줄 수 있었을 테다. 


일기를 쓰고 있다면 시간과 장소에 한번 신경 써보시길 추천드린다. 미래의 여러분에게 전해줄 이야기의 맥락을 더욱 풍성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소진(번아웃)에 대비하는 일기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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