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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자기 돌봄 노트, 비밀일기장 2

[일기에 진심인 편입니다-개정] 3장 2부

"제너럴리스트 The Generalist" by ChatGPT4 Image Generator

(1부에서 이어짐)


1부에서 스스로를 돌보는 기록노트로서 비밀일기를 활용하는 것에 대해 알아봤다. 자기 돌봄은 삶의 여러 영역에 걸쳐있다. 그렇기에 일기 또한 이에 맞추어 하루일과를 시간표식으로 기록하는 방법을 택했다. 이번에는 이렇게 다면적인 일상을 다루는 것이 제너럴리스트의 특징에 가깝다는 점을 파고들어 본다.  


인생은 제너럴리스트를 만들어낸다

생태계 관점으로 보면 인생은 우리로 하여금 *제너럴리스트가 될 것을 천명하는 듯하다. 인간 자체가 심리적이자 사회적이고 또 경제적이자 생물학적이기도 한, 그런 다측면적 존재이다. 그러니 다면적인 욕구와 문제들을 풀어가야 하는 일에 매번 직면하는 것이다.


그림출처 : 펜메모덕후의 아날로그 집중력 도구


물론 이것저것 모두 완벽히 잘할 수는 없다. 그럴 때 *스페셜리스트의 도움을 청한다. 대표적으로 의사가 있다. 생물학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아플 때우리는 병원의 스페셜리스트들을 찾는다. 직업을 가지게 되었다면 나 또한 의사들처럼 다른 누군가의 한 측면을 담당하는 스페셜리스트가 되기도 한다.


*제너럴리스트 Generalist와 스페셜리스트 Specialist : 모든 분야에 대하여 상당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 반면 스페셜리스트는 한 분야의 전문가.


하지만 결국 내 인생을 주도해야 하는 전문가는 나 자신이다. 의사도 증상이 어떤지 내 이야기를 먼저 물어본다. 평소 일기습관이 있어 증상과 관련된 상태를 구체적으로 비밀일기장에 기록해 왔다면 어떨까. 진료상담이 더욱 정확하고 신속해진다. 예로 나는 아이들에 대한 관찰일기를 꾸준히 쓰고 있는데 특히 아파서 병원에 갔을 때 일기습관이 도움이 됐다. 아이들 질병 증상이 나타났을 때의 일기를 읽고 병원 가면 의사 선생님과 정보를 주고받기가 훨씬 수월했다. 


이렇게 보면 나는 한편으로는 의료 서비스를 받는 고객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의료 전문가에게 정확한 증상 정보를 제공하는 또 다른 전문가이기도 한 것이다. 기록을 통해 나는 내 인생의 전문가, 내 인생의 제너럴리스트로 성장해갈 수 있다. 


전문가들의 특징, 기록

전문가들의 특징 중 하나가 기록을 체계적으로 남기는 점일 것이다. 병원에는 수많은 차트기록들이 있다. 내가 자주 가는 동네의원에도 여태 받은 진단과 치료, 처방전에 대한 기록이 모두 남아있다. 의사들은 현재 내가 말하는 증상뿐만이 아니라 내 과거 진료기록들도 종합하여 진단하고 치료한다. 전문가들은 표면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본질적인 문제까지 해결하려 드는 이들이기에 그렇다.


나도 내 인생의 제너럴리스트 전문가로 성장하고 싶다면 기록하면 된다. 인생문제를 헤쳐나가는 방식에 깊이를 더해줄 수 있다. 나의 역사를 기록으로 쌓고 있기에 현재와 과거를 더 꼼꼼하게 종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때로는 원인파악에 매달리지 말고 신속하게 해결을 추구하는 표면적인 문제해결도 분명히 그 쓸모가 있다. 하지만 원인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반복되는 문제를 만날 수 있기 때문에 깊이 있는 문제해결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비밀일기가 이 일을 거들 수 있다. 물론 말했듯이 홀로 깊이 있는 문제해결이 쉽지 않기 때문에 스페셜리스트들과의 협업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기록은 보안이 철저해야 한다. 첫 번째로는 내밀한 문제들을 다루기에 타인에게 드러나는 블로그나 SNS에 쓸 수 없다. 두 번째로는 공개될 기록이라고 생각하면 솔직하고 깊이 있게 파고들기 힘들다. 그렇기에 이 일에는 비밀일기가 적합하다.


제너럴리스트가 되기 좋은 시대

최근 인공지능 챗봇들을 이것저것 써보고 있는데 이걸 활용하면 제너럴리스트로 더욱 성장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인공지능 챗봇들이야 말로 지식의 면에서 있어서만큼은 최고의 제너럴리스트들이 아닌가 싶다. 모르는 분야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다방면의 지식들을 쉽게 설명해 준다.


내 삶의 여러 측면에 대해 비밀일기장에 기록하며 궁금한 것을 인공지능 챗봇에게 물어볼 수 있다. 예로 나는 매일의 식단을 간단하게 기록한다. 한 번은 별다른 사건 없이 불편감이 상승하길래 일기장의 식단을 복사해서 챗봇에게 물어봤더니 어떤 음식이 불편감, 불안감에 기여했을 가능성이 있는지를 알려줬다. 상당히 도움이 되었다. 지방간 때문에 시작한 저녁채식이지만 심리적 안정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아 탄수화물 및 당 섭취 절제와 정신건강 간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물어본 적이 있다. 결과적으로 최근에는 저녁으로 브로콜리와 케일을 찜기에 쪄서 먹고 있다. 몸무게도 2달 만에 10kg 감량을 하고 정서적 안정의 효과도 봤다.


이외 다른 심리적 측면, 사회적 측면에 대해서도 챗봇과 대화해 볼 수 있다. 물론 *환각효과는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이것은 구글링 등 검색 엔진을 통해서 교차검증하는 방식으로 보완할 수 있다. 그리고 중대한 문제에 대해서는 인공지능이 아니라 실제로 스페셜리스트들을 찾아가야 한다. 몇몇 인공지능 챗봇들은 그렇게 하라고 조언하기도 한다.


*환각효과 hallucination :  '환각효과'라는 용어는 인공지능 모델이 실제로는 모르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현상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인생의 독립노트, 비밀일기장

아직 초등학생이지만 두 아들에게 꼭 물려주고 싶은 습관 중 하나가 일기 쓰기다. 이제 몇 년 뒤면 사춘기를 겪을 텐데 그렇게 생각과 감정이 폭풍처럼 몰아치는 시기에 일기가 든든한 친구 중 하나로 자리 잡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하기도 한다. 직접적인 말로 계속 권하면 반발심을 불러올 수도 있으니 간접적으로 일기 쓰기를 자극하고 있다.


예를 들면 자기 전에 일부러 일기를 아이들 옆에서 쓰는 것이다. 블루투스 키보드를 침대 옆에 항상 비치해 두고 잘 준비가 끝나면 스마트폰에 연결해서 일기를 쓰곤 한다. 그러면 아이들이 뭐 하냐며 관심을 보인다. 곧장 나는 "아빠 일기 써"라고 대답해 준다. 일기를 미리 쓴 경우에는 시나 소설 또는 성경을 만년필로 필사하기도 하는데 아직 초등학교 1학년인 둘째는 "아빠 또 일기 써?"라고 하기도 한다. 일단 일기 쓰는 아빠의 모습을 각인시키는 데는 성공한 것 같다.


나 자신에게도 일기의 필요성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모든 영역에서 완전히 독립한 어른이 있을까? 아직 40대 밖에 되지 않았지만 인생이란 결국 여러 영역에서 독립과 의존을 왔다 갔다 하는 일이 아닌가 싶다. 심리적으로 굉장히 독립되었다고 느낄 만큼 상태가 좋을 때가 있는가 하면 몇 년 뒤에는 바닥을 쳐서 심리적 의존이 심해질 때도 있다. 경제적으로 마찬가지다. 돈을 잘 벌 때는 경제적 독립을 이루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다른 누군가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게 된다. 


이 또한 일기를 쓰며 더 명확하게 보게 되는 것 중에 하나다. 그리고 이를 통해 삶의 여러 영역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기록하고 성찰하는 시간으로 또다시 이끌려간다. 


이렇게 비밀일기장은 인생의 제너럴리스트, 어른으로 성장해 가는데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준다.

 

한마디로 사람에겐 감정적 독립이 가장 어려운 게 아닌가 하는 것이 내가 지난해 불행을 겪고 난 뒤의 생각입니다.

박완서 <박완서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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