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실눈이라도 떠보기

'있는 그대로' 경험을 기록하는게 쉽지 않을 때.


감정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일을 돌아보며

일기를 쓰다보면

'있는 그대로' 기록하고 있지 않는 자신을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나에게 유리한 기억은 부풀리고

나에게 불리한 기억은 축소합니다.



또 반대로,

그런 나 자신이 되지 않겠다며

되려 나 자신의 잘못을 부풀려

불필요하게 자기 비난을 하게 될 때도 가끔 있습니다.


머리를 식힌 다음에야

그나마 객관적으로 상황을

판단해볼 여유가 생깁니다.


우리 뇌도 컴퓨터 칩처럼 발열관리가 안되면

성능이 떨어지나봅니다.

(냉철하다는 말에 차갑다는 의미가 들어간게

왠지 새롭게 다가옵니다)


머리를 좀 차갑게 식히는데 좋은 방법이

기록이라고 생각합니다.


펜을 쓰든, 키보드 쓰든

일단 있었던 일을 기록하기 시작하면

감정을 뜨겁게하는 기억조각의 소용돌이가

형체를 가지기 시작합니다.



이제 머리속에서 밖으로 꺼내진 기억을

제 3자로서 볼 수 있게 되면서

좀 더 객관적으로

기억을 살펴볼 수 있게 됩니다.


머리가 차가워지는 것이죠.


부정적인 감정이 심각할 수록

최대한 일어난 일을 '있는 그대로' 최대한

먼저 묘사하려고 노력합니다.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실눈이라도 떠보려고

애써보는 것이죠.


그리고 '내가 모든 것을 빠짐없이 모두 관찰했다'라는

전제를 최대한 지양하려고 합니다.

'내가 놓친 사실도 있을 것이다'란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기억의 필름 중 비어있는

부분들에 대해서도 의식하게 됩니다.

그 다음 그 사실들에 대해 제가 해석한 것,

느낀 것, 대응한 것들을 살펴봅니다.

상대방은 어떻게 대응했는지도

다시 한번 떠올려봅니다.


나름 불타오르는(?) 분노나 짜증이

이렇게 쓰는 중에 꽤나 가라앉습니다.

좀 더 객관적으로 상황을 보게 됩니다.



물론, 감정이 소용돌이치는 상황 속에서

애초에 모든 상황을 다 '객관적으로'

관찰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상대방의 말도 들어봐야 할 때가 있습니다.

제 3자의 말을 들어봐야 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당시 상황에 대한

나의 기억이 정리되어있고

또 기록을 통해 어떻게 이걸 풀어가야겠다 라는

생각을 한번 한 다음 대화에 임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겠죠.


이렇게 자세히 기록을 해야하는 경우가

자주 있진 않겠지만

평소 이런 습관이 있다면

일이 닦쳤을 때 '기록 해봐야겠다'라는

생각이 더 잘 들고

또 쓸 때도 편합니다.


오늘 있었던 일 중 하나를 골라서

한번 기록을 시작해보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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