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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노스텔지아 트리거 : 여름밤의 산바람

기억을 맡다


시골밤, 뒷산에서 내려오는 시원서늘한 바람에는

잎냄새, 나무냄새, 타버린듯한 짚냄새가 조금씩 스며들어있다.


이 향은 티없이, 스스럼없이 설레이던

어린 시절의 순수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머리가 핑 돌때까지 계속 들이키고 싶다.


22.5. 경주 어딘가에서.




이날 가족여행을 갔던 날인 것 같습니다.

경주 어느 펜션이었는데

밤이 되서 창문을 열었더니

바람에 실려 온 초여름 시골 뒷산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습니다.



그랬더니...

설레고 신나는 감정이

스멀스멀 피어올랐습니다.

아련한 느낌.


노스텔지아라고 부르는

그 감정입니다.


생각해보면

어릴 때 저는 방학 한달 간

구미의 외사촌들 집에 머물렀었습니다.

대략 30년 전 기억입니다.

(대구 조금 위에 있는 도시입니다.

제가 사는 부산에서 거기까지는

'무궁화호'란 기차로 2시간 정도 걸렸던 걸로 기억합니다. )


그 집은 산 근처에 있었고

주위에는 공터가 많았는데,

잔디, 나무가 많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외할머니 댁도 구미에서 버스로 1시간 거리의

'해평'이란 동네에 있었습니다.

외사촌들과 함께 외할머니네 댁에서도

일주일 정도 지내기도 했었는데

거긴 또랑과 드넓은 밭으로 둘러쌓인

'찐' 시골할머니 집이었죠.


외사촌들과 저는

나이 차이가 1-3살 정도이고

남자아이 외사촌들만 다 뭉치면

총 5명이었습니다.

저 위에 3명의 형들이 있었고

동생 1명이 있었죠.


초등학교 고학년에서 중학생

정도 나이였던 것 같은데

정말 신나게

놀았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스마트폰 같은 것도 없던 시기인데

(휴대폰 자체가 없었죠. 공중전화 시대입니다.)

제일 나이 많은 형이 중학생이었긴 하지만,

그래도...

곤충, 물고기 등을 잡으러

산이며, 또랑이며 어떻게 그렇게 다녔는지

지금 생각하면 좀 걱정스럽습니다.

(지금 저희 집에는 9살, 6살

남자 아이 2명이 있거든요.)


물론, 위험한 탐험은 아니었을 겁니다.

내에겐 미지의 탐험지였지만,

그곳 근처에 항상 살던 형들에겐

상당히 익숙한 곳이었을테니까요.

형들 믿고 아무 걱정없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계획이니

목표니

의미니

이런저런 고민 없이


(단 한가지 걱정이라면,

방학이 얼만큼 남았냐는 것!)


재미를 찾는데

아무런 거리낌없이

하루하루 방학을 신나게 보냈던,

그 때의 감정들이

그렇게 쏘다니며 들이마신

나무, 풀잎의 냄새와

연결되었나 봅니다.


무의식 속에

잠겨 있던 기억과 감정을

여름 밤바람의 향이 끌어올려 줬습니다.



마치

기억을 맡아보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의 노스텔지아 트리거는 무엇인지요?

한 번씩 노스텔지아 속에 잠겨보는 것도

기분 좋은 휴식이 될 것 같습니다.





*노스텔지아

"과거 또는 다시 되찾을 수 없는 특정 상황에 대한, 또는, 그 상황으로 돌아가고자하는 ‘넘치도록 감정적인 갈망’" (미리암 웹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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