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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nna Jul 01. 2021

[아홉 권] 싫은 사람이 생각날 때 읽는 책

[철학의 위안-불안한 존재들을 위하여] - 알랭드보통

성격이나 성취에 대해서 불쾌한 평가를 들었다고 해서 금방 눈물이 핑 돌기라도 한다면, 그 이유는 아마 우리 스스로 옳다고 믿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찬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믿기 때문이 아닐까?
-p.43



  누군가에게 책 추천을 하게 될 기회가 생겨서 제가 최근에 재밌게 읽었던 책을 소개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자기 계발서는 쫌…” 이란 정중한 거절을 듣고 어떤 책을 추천해야 할지 고민을 하다가 이 책을 추천해 드렸습니다. 철학과 자기 계발서는 비슷한 카테고리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


‘지혜(soph)를 사랑(philo)하는’ ‘것(y)’이 바로 필로소피 philosophy, 철학인 것이죠. 다시 말해, 인간이 슬기롭고 지혜로워지기 위해 생각하고 행동하는 모든 것들을 철학이라고 생각하면 이보다 더 간단명료한 정의도 없을 것입니다.
- 이근철, [교양의 발견], 한국경제신문, p.126

  다양한 책을 읽어보겠다고 마음을 먹었지만, ‘철학’이 들어간 제목의 책은 막상 읽으려고 하면 어렵습니다. 그래서 처음에 이 책을 읽을 때 조금 망설이기도 했는데요, ‘슬기롭고 지혜로워지기 위해 생각하고 행동하는 모든 것’이라는 철학에 대한 정의를 보고 나서야 철학 책 읽기가 조금 용기가 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이 책을

나를 이해하는 책

이라고 소개하고 싶습니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 번씩 싫었던 이들이 스쳐 지나가긴 했는데, 결국엔 나를 이해하는 것이 철학이 건네는 위로가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아, 맞아, 이런 유형의 사람을 본 적 있어, 그리고 나도 그런 면이 있기는 해’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거든요. ‘불안한 존재들을 위하여’라는 작은 제목을 생각해보면.. 아마도 불안한 존재에 해당되지 않는 분들은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럼, 우리 모두에게 알랭드 보통이 건네는 위안은 어떤 것인지 고민하면서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철학의 위안], 알랭드보통, 청미래



‘가난한 존재들을 위하여’라는 장에서는 이런 내용이 있는데요,

값비싼 물건들이, 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따로 있는데도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할 때에 그럴듯한 해결책으로 느껴지기 때문에 강하게 끌린다.
-p.91

많이 찔리네요. 분명히 이것만 사면 여러 가지를 할 수 있다고 스스로를 합리화하면서 물건을 사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또 필요한 게 생기는 제 마음을 들여다본 것 같습니다. 점점 새로운 제품들이 생기고 만들어지고 하면서 저도 모르게 어떤 걸 필요로 하는 데 필요한 기간이 짧아지고 있는 거 같아요. 불과 며칠 전까지도 그게 없어도 잘 살았는데 말이죠. 이 부분을 새겨서 조금 더 현명한 소비를 추구해야 될 것 같습니다. 값비싼 물건들이 꼭 해결책은 아닐 테니까요.


저는 이 책의 여러 주제 중 ‘좌절한 존재들을 위하여’ 부분이 가장 인상 깊었는데요, 제가 적어 놓은 구절들을 연달아 소개해보겠습니다.

세네카에 따르면 우리를 분노하게 만드는 것들은 다른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이 이 세상과 다른 사람들의 존재 유형에 대해서 품고 있는 위험천만한 낙천적인 견해들이다. -p.114
지나치게 높은 기대를 포기하기만 하면 우리가 그렇게 분노하는 일은 없어질 것이다. -p.117
한 주체의 행동은 인생의 항해에서 경험하게 될 사건들을 결정짓는 수많은 요인들 중의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p.125
마음의 상처를 입을 때, 우리는 자신에게 상처를 입힌 것이 당연히 그럴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고 믿고 싶어 한다. “그리고”로 연결되는 절이 들어 있는 문장을 버리고 “… 하기 위하여”로 연결되는 절이 든 문장을 취하고 싶어 진다. -p.136
무조건 모욕으로 판단하는 그들의 성향 뒤에는 자신이 조롱당할 만한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도사리고 있다. -p.139

제가 좌절을 많이 했었는지… 이 장은 도무지 빠르게 넘어가지지가 않더라고요. 정말 한 문장 한 문장 너무 와닿아서 안 적고 넘길 수가 없었습니다.

상대방을 대할 때 때로는 너무 많은 기대를 해서 실망하기도 하고, 어떤 사건이 제 삶 전체에 영향을 미치기라도 하는 듯 좌절한 경험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타인을 보며 실망했다는 말이 상대방 때문이 아닌, 결국엔 그 사람에 대해 임의로 판단하고 기대한 제 마음 때문이었다는 것이 공감이 갑니다. 그 사람의 문제도, 영향도 아닌 제 스스로가 저의 기분을 만들어 내는 것인데, 막상 어떤 상황에 맞닥뜨리면 저도 모르게 좌절이란 단어를 앞세워서 분노하고, 두려워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상대방에게 지나치게 화를 낸 적도 있었습니다. 이 장에서 많이 공감하고, 저를 들킨 것만 같아 뜨끔하면서 넘어가다 보면 ‘어려움에 처한 존재들을 위하여’라는 장이 나오는데요, 다행히도 여기서는 앞으로 어떤 것을 추구하면 될지, 또 어떤 위로가 필요할지 작가는 말해줍니다.


모든 삶은 다 힘겹다. 그리고 그들 중 몇 명을 완성된 삶으로 승화시키는 것은 고통을 받아들이는 태도에 달려 있다. 모든 고통은 어렴풋이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음을 말해주는 신호다. 그런 고통도 당하는 사람의 정신력과 현명함의 정도에 따라서 좋은 결과를 낳기도 하고 나쁜 결과를 낳기도 한다. (중략) 니체가 존경했던 몽테뉴가 [수상록] 마지막 장에서 설명했듯이, 삶의 기술은 역경에 처할 때 그것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달려 있다. -p.301
삶에서도 식물의 뿌리에 해당하는 수준에서는 어려운 감정과 상황에 처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것들은 사려 깊은 재배를 통하여 더없이 위대한 업적과 환희로 결실을 맺을 수 있다. -p.306
긍정적인 것은 부정적인 것이 성공적으로 다듬어진 결과일 수 있다. 선악을 넘어서 -미움과 시기, 탐욕, 그리고 지배욕이라는 감정들은 삶의 지배적인 감정인데… 이런 것들은 삶이라는 총체적인 경제에서는 기본이며 필수이다. 부정적인 뿌리들을 모조리 잘라버리는 것은, 동시에 한참 뒤 그 뿌리에서 자라날 식물 줄기의 긍정적인 요소들을 질식시켜버리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자신이 처한 어려움에 당혹감을 느낄 것이 아니라 그 어려움으로부터 아름다운 무엇인가를 일구지 못하는 사실에 당혹해야 한다. -p.307

 우리가 느끼는 여러 감정 중 타인과의 관계에서 느끼는 감정이 참 많은데요, 미움과 시기심 등 의식적으로 외면하려고만 하는 이런 부정적인 감정들을 작가는 인식하고 일구도록 권하고 있습니다. '모든 삶은 다 힘겹다'라는 문장에 왠지 마음이 찡해옵니다.


 책을 읽다 보면 작가마다 여러 방식으로 ‘삶’에 대해 고민한 흔적을 엿보게 됩니다. 그리고 그 방식들을 찾아 책을 읽어 가다 보면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지를 고민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 책에서 제가 필사를 해 놓은 부분 중에 추려서 적 보았는데요, 언젠가 한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제가 소개한 부분 외에도 공감되는 말들이 많았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우리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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