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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nna Jun 26. 2020

[한 권] 정리가 필요할 때 머릿속을 정리해주는 책

[하버드 마음 강좌]-폴 해머니스, 마거릿 무어, 존 행크


주의를 흩트리는 요소가 등장했을 때는 온전히 주의를 집중하세요. 그러면 감정이 동요하지 않고 지각 있는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자극으로 주의를 돌릴지, 원래 하던 일에 주의를 계속 유지할지를요, 여기서 진정한 교훈은 반응을 스스로 선택한다는 점입니다. 여러분의 주의력의 주인은 여러분 자신입니다. 산만해지려는 유혹을 따를지 말지는 여러분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것입니다.
p.156

 선물로 받은 책을 아껴서 읽으려고 쓰던 북커버를 찾아 껴보니 사이즈가 맞지 않아 북커버를 검색합니다. 북커버를 검색하다 북커버 만드는 블로그 게시물을 읽게 되었고, 원단을 사서 직접 만들면 북커버 한 갯값으로 세 개정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직접 만들어보기로 합니다. 원단을 사려고 원단을 파는 쇼핑몰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하여서 보니 원단이 너무 다양하네요. 다시 유튜브 애플리케이션을 열어서 북커버 만들기를 검색하고 정확한 원단 명칭을 찾아봅니다. 유튜브를 보다 보니 북커버에는 고무줄 끈도 필요하고......


 뭔가 산만하죠? 원래 하려던 일인 책 읽는 일을 돌고 돌아서 읽기 시작했으니까요. 그리고 사실 하나 더 고백하자면 제 어설픈 바느질 솜씨를 보면서 미니 재봉틀도 검색해봤거든요. 이 상황이 문제가 된 건 요즘 이런 식으로 제 목적을 바꿔버린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원래 하려던 일이 뭔지 잊어버리고 계속 가지 치듯이 다른 일에 관심을 가지고 해 나갑니다. 물론 장점도 있긴 합니다. 제 손으로 무엇을 만든다는 게 과정도 재미있고 보람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시간을 좀 더 구조적으로 쓸 필요가 있는 상황에서 이런 행동들은 저에게 손해를 줄 수 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많아진 시간을 제 의지대로 시간을 쓰고 있지 못한다는 느낌이 점점 커집니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유용한 정보들을 접하는 것이 쉬워진 만큼 우리의 집중력은 쉽게 다른 콘텐츠에 빼앗깁니다. 물론 선택은 ‘내가’ 하지만, 가끔 결과를 보면 과연 내가 처음 원했던 것인가 싶습니다. 내일의 ‘나’의 관심사를 예측할 수 없고, 중요한 일을 하고 있으면서도 쉽게 다른 관심사를 타고 들어가기 시작하면 본래 해결하려던 일의 순위가 자꾸 밀리게 됩니다. 그런 점에서 ‘내 안의 잠재력을 죽이는 산만함과의 결별’이란 이 책의 부제가 이 책을 꼭 읽어보라고 말하는 듯했습니다.


[하버드 마음 강좌], 폴 해머니스 외 저, 전략시티, 2015


사실 처음엔 이 책의 제목은 부제만큼 매력적이진 않았습니다. 책의 초반부는 '마음' 보다는 '뇌'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그래서 어쩌면 '뇌'에 관한 제목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조금 들었습니다. 물론 책에도 명상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긴 하지만 ‘하버드 마음 강좌’란 제목은 왠지 명상 이야기만 할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책의 제목이 ‘하버드 마음 강좌’인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며 읽어볼까 합니다.


뇌의 작용 중에 ‘표상적 사고’라는 것이 있습니다. 정보를 꼼꼼하게 검토하고 천천히 돌려보면서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컴퓨터가 허공에 만들어낸 이미지나 공상과학 영화의 홀로그램처럼요. 표상적 사고는 반추하는 사고입니다. 직감이나 경험에 의한 사고와는 다릅니다. 표상적 사고를 하는 사람들은 정보를 취한 후 거리를 두고 살펴보고 숙고합니다. 여러분에게도 그런 능력이 있습니다. 발전시키기만 하면 됩니다.
p.59

 작가가 말하는 흐트러진 마음을 세워주는 마음관리의 법칙 중 네 번째 법칙인 ‘작업 기억 능력을 향상시켜라’에 관한 내용입니다. 그런데 왜 이 법칙이 마음에 질서를 세워주는 마음 관리 법칙일까요? 작업 기억 능력과 마음의 질서가 어떤 관련이 있을까요? 작가는 마음 관리를 뇌의 ‘기술’이나 ‘능력’으로 해낼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인간의 뇌는 정보에 주의를 기울여서 그 정보를 분석하고 처리하고 정보가 눈앞에서 사라진 뒤에도 향후 행동의 길잡이로 이용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표상적 사고를 하여 상황을 여러 각도에서 보고 새롭고 다른 방식으로 보는 것이죠. 뇌의 다양한 영역의 능력들을 통합하여 당면한 문제나 상황을 처리하는 것이 결국은 마음에 질서를 주는 법칙으로 보았습니다. 이상적인 관점인 거 같으면서도 공감이 가는군요.


아일린의 경우는 상황에 대해 보이는 반응이 문제였습니다. 모든 것이 엉망이었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먼저 스트레스를 받고, 그로 인해 생활이 무질서해지거나 무질서한 정도가 심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감정을 잘 조절하는 첫걸음이었습니다.

아일린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 모두는 때로 감정에 지배당하는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닙니다.  오랜 시간 발달해 온 우리의 뇌는 우리 삶을 엉망으로 만들지 않게 할 수 있습니다.
pp.96-97

 아일린은 학업을 따라가는데 문제를 겪는 아들을 키우며 이혼 후 혼자 살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녀는 자신의 다른 가족들과 전남편의 가족들과도 문제가 있었고, 직장에서의 문제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상담을 받으러 온 그녀의 사례는 제가 가진 문제와 다르면서도 같은 듯해서 흥미가 갔습니다. 저 역시 모든 '일이 엉망인 상태'가 저의 '스트레스'를 불러일으킨다고 생각했으니까요. 하지만, 작가는 그녀의 상태에 대한 원인과 결과를 바꿔서  '스트레스'로 인해 '무질서해진' 생활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생활하지 않을 수 있다고도 말합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요즘 저의 고민에 적합한 책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요즘 저의 일상을 보면서 엉망인 상태임을 느꼈거든요. 그리고 이 책의 제목의 초점이 '뇌'가 아닌 '마음'인 것을 조금은 알 것 같았습니다.


테라로사 수영점에서


편도체는 이 감정 회로에서 가장 중요한 영역입니다. 보상 같은 긍정적인 정보를 처리할 뿐 아니라 공포 조건화와 공포 반응에 중심이 되는 영역인 편도체는 우리와 관련 있는 정보와 우리의 반응을 지휘하는 데 관여하는 정보를 평가합니다.
p.99

편도체가 ‘활발해지면’, 뇌에서 생각을 담당하는 부분은 ‘조용해지는’ 듯 보인다는 사실입니다. 다시 말해서, 감정적으로 격해질수록 인지적 조절 능력이 감소합니다. 뇌의 감정 중추들이 이성적인 부분에게 꼼짝하지 말라고 소리라도 지르는 것처럼 말이죠, ‘열 받은’ 머리가 우리를 점령해 버리는 것입니다.
우리의 뇌는 그런 감정들이 발길질하고 소리 지르는 것을 멈추게 하기 위해서 어떤 인지 기법을 이용할까요? 광범위하게 인정되는 방법 하나가 ‘인지적 재평가’입니다. 재평가란 말 그대로 상황을 새로운 관점으로 다시 평가해 보는 것입니다. 이는 우리 뇌가 특정 상황에 대해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고, 그런 재해석의 결과로 영향이 달라짐을 뜻합니다. 새로운 관점을 가져보는 재평가 전략을 취하는 동안 편도체의 활동이 줄어들고 전전두엽 피질의 활동이 증가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이는 우리의 뇌가 감정을, 특히 부정적이거나 비생산적인 감정을 통제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뇌가 감정을 통제할 수 있다면, 이성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pp.102-103

 작가는 '무엇에 대해 생각하느냐가 중요하다'라고 말합니다. 위스콘신 대학교 매디슨 의학보건대학에서 진행한 연구를 보여주면서 우울증 환자들은 노력할수록 편도체 활성도가 높아지지만 우울증을 앓지 않은 사람들은 긍정적인 사고를 하려고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편도체 같은 감정 중추의 활성도를 감소시키는 데 성공적이었다고 말합니다. 편도체가 활발해지는 것은 감정적으로 격해짐을 의미하고 이때, 인지적 조절 능력이 감소합니다. 또한, 감정적인 사건이 일어난 후 조용한 곳에서 혼자 생각하는 것은 좋은 해결책이 아니며, 적극적으로 뇌가 인지 능력을 발휘하도록 해야 한다고 합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재평가한다면서요. 감정적으로 격해질수록 인지 조절 능력이 감소하지만, 새로운 관점으로 재평가 전략을 취할 때 우리의 뇌가 감정을 통제할 수 있다는 걸 잊지 않아야겠습니다. 마음이 뇌를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보니 이 책 제목이 '마음 강좌'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과거의 일을 자꾸 돌이켜 생각하지 말자’를 주제로 한 사례에 대한 방법으로 표면 아래 숨어 있는 화를 관리하고, 파악하여 마음과 몸을 돌보는 건강한 습관을 기르고 격양된 감정의 숨은 원인을 파헤쳐보자는 등의 ‘화’에 대한 방법이 나와있습니다. 이 부분을 보면서 이 책이 정리를 참 잘해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앞에 부분도 그렇지만 어쩌면 우리는 이 책에 나와 있는 내용을 다 알고는 있을 것입니다. 한 번쯤은 생각해보기도 했었을 거고요. 이 책의 장점은 그런 우리의 생각들을 정리해 준다는 점입니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머릿속에서 정리되지 않은 부분들을 차근차근 되짚어 주면서 알려줍니다.


주의를 흩트리는 요소가 등장했을 때는 온전히 주의를 집중하세요. 그러면 감정이 동요하지 않고 지각 있는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자극으로 주의를 돌릴지, 원래 하던 일에 주의를 계속 유지할지를요, 여기서 진정한 교훈은 반응을 스스로 선택한다는 점입니다. 여러분의 주의력의 주인은 여러분 자신입니다. 산만해지려는 유혹을 따를지 말지는 여러분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것입니다.
p.156

 제가 이 부분을 대표 문구로 정한 이유는 집중을 한다는 것에 대해 알지만 실행하지 못했던 것이라서 인상 깊었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문득 뮤지컬 '엘리자벳'의 사운드 트랙 '나는 나만의 것'이란 노래가 생각났습니다. 사실 집중력에 관한 책을 읽다 보면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가 스스로의 선택입니다. 저의 모든 행동은 제 선택에 달려 있는 것이 당연한 것인데 집중력에 대해 ‘선택’이란 단어를 만나면 조금은 부끄럽게 느껴집니다. 맞는 말인데... 알고 있는 말인데... 왜 자꾸 선택하지 못하는 걸까요? 이 부분을 읽고 뜨끔했습니다.

 마음을 다시 고쳐먹고 해야 할 일에 집중을 선택해야 할 것 같네요.


이 책은 공감 요소가 꽤 많은 책입니다. 여러 사례가 나오는데 ‘어! 나도!’ 하는 부분이 꽤 있거든요.

머릿속이 정리가 되지 않아 고민인 분들은 한 번은 가볍게 읽기 좋은 책입니다. 앞부분은 특히 술술 읽혀서 빠르게 읽을 수 있습니다. :)


이 책에서 제가 다음 읽을 책을 위해 찾은 키워드는 ‘’와 ‘선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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