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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nna Jun 30. 2020

[두 권] 뇌와 관련된 가장 쉽게 쓰인 책

[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 - 질 볼트 테일러



나는 책임감이란 ‘특정 순간 감각계로 들어오는 자극에 어떻게 반응할지 선택하는 능력’이라고 정의한다. 자동으로 활성화되는 변연계 감정 프로그램도 있는데, 하나의 프로그램이 활성화되었다가 완전히 멈추는 데 90초가 걸린다. 가령 분노라는 감정은 자동으로 유발되도록 설계된 반응이다. 어떤 계기로 인해 뇌가 분비한 화학 물질이 몸에 차오르고, 우리는 생리적 반응을 겪게 된다. 최초의 자극이 있고 90초 안에 분노를 구성하는 화학 성분이 혈류에서 완전히 빠져나가면, 우리의 자동 반응은 끝이 난다. 그런데 90초가 지났는데도 여전히 화가 나 있다면, 그것은 그 회로가 계속해서 돌도록 스스로 의식적으로 선택했기 때문이다. 순간순간 우리는 신경 회로에 다시 접속할지, 아니면 감정을 스쳐 지나가는 단순한 생리 현상으로 사라지게 할지 선택하는 것이다.
p.148

 앞서, 소개해드린 [하버드 마음 강좌]를 읽다 보니, '뇌'에 관한 책을 읽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뇌'에 관한 책을 찾다 이 책을 알게 되었습니다. 뇌과학자의 관점에서 '뇌'는 어떨지 궁금하네요.


제가 이번에 소개해 드릴 책은 질 볼트 테일러 [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입니다.

[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질 볼트 테일러 저, 윌북, 2019


이 책을 한 줄로 소개하자면

뇌와 관련된 가장 쉽게 쓰인 책

이라고 소개하고 싶습니다.


 뇌출혈이 일어난 아침부터 병원에 가고 수술을 한 뒤 회복하는 과정까지. 너무도 생생하고 자세하게 적혀있어서 읽는 도중에 한 번씩 이야기 시점의 작가의 상태에 대해 오해를 하게 됩니다. 그래서 때로는 수기가 아니라 소설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무척 쉽게 쓰였습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매우 중요한 사실 세 가지를 알려줍니다.


 첫 번째는 뇌와 관련된 기능에 대한 손실을 입은 사람들에 대한 이해입니다. 자신의 신체 어느 부분에 대한 문제가 생기지 않는 한 우리는 타인의 아픔에 무감각합니다. 위로는 건넬 수 있지만 고통에 대한 실질적인 공감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더군다나 좌뇌에 이상이 생긴 작가와 같은 경우는 당사자의 생각을 듣는 것조차 어렵기 때문에 상대방의 병에 대해 무지하고 때로는 무례합니다. 작가는 자신이 정신적 장애를 입었지만 의식을 잃지 않았기 때문에 뇌출혈이 일어나 병원에 가고 회복해가는 과정을 어느 정도 글을 쓸 수 있을 때 틈틈이 기록해 두었다고 합니다. 아마도 자신의 의식을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없었던 상황에서 사람들에게 바랐던 마음을 전달하고 싶어서였을 것입니다.

‘크게 소리 지른다고 해서 내가 말을 더 잘 알아듣지 않아! 날 두려워하지 마! 좀 더 가까이 와. 부드럽게 대해줘. 천천히 말하라고. 또박또박 명료하게. 한 번 더! 제발 천천히 또박또박. 거칠게 굴지 마. 안전한 장소가 되어줘. (중략) 내 나이와 능력은 상관 말고 내게 손을 뻗어줘. 나를 존중해줘. 여기 있으니까 와서 나를 찾아줘.’
p.63
나는 사람들이 내가 완전히 회복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나를 대해주기를 간절히 원했다.
p.107


 작가가 말한 ‘왼쪽 뇌’를 잃었던 경험을 타인이 아닌 당사자의 관점에서 서술되어서 그런지 당시 작가의 상태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작가와 비슷한 증상인 환자들에 대한 이해도 좀 더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먼저 여러분의 귀로 들어오는 소리를 분간하는 능력이 사라졌다고 생각해보자. 귀가 들리지 않는 게 아니다. 그저 소리가 혼돈스러운 소음으로 들리는 것뿐이다. 둘째로 눈 앞 대상의 명확한 형태를 볼 수 있는 능력을 지워보자. 눈이 먼 게 아니라 3차원으로 보거나 색깔을 아아보는 능력이 없어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움직이는 대상을 따라가거나 대상들 사이의 명확한 경계를 구분하는 능력 또한 사라진다.
p.69

 좌뇌 출혈로 인한 브로카와 베르니케 영역의 손상이 그녀가 언어를 말하고 이해하는데 어렵게 했지만, 신체의 각 기능을 마비시킨 것은 아니었습니다. 소리를 듣고 볼 수 있지만 그것을 머릿속에서 구분하고 분류하는 기능을 상실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뇌 기능 이상을 단순히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또는 느끼지 못한다는 무지한 판단을 하는 것에 대한 경계를 가져야겠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알 수 있는 두 번째는 '의 기능에 대한 이해입니다. 물론 이 책을 읽고 ‘뇌’의 많은 부분을 이해하고 알았다고 하기엔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 책은 어디까지나 전공서적이라기보다는 체험 수기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전공자가 아니라면 이 책 하나로 약간의 지식과 뇌 과학 분야에 대한 흥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제가 ‘감정의 뇌’라고 불리는 변연계를 아마 다른 책에서 접했더라면 최대한 빠르게 넘어가려고 했을 겁니다. 학교에서 사용되는 ‘뇌 기반 학습’ 방법이 변연계의 기능을 활용한다는 점이 흥미로울 수 있던 것은 쉽게 쓰인 이 책의 장점 덕분일 것입니다. 좌뇌와 우뇌의 기능을 상호 보완적인 가치로 인정하고, 뇌의 균형을 맞춰간다는 작가의 뇌 활용법은 ‘뇌’ 과학 분야가 얼마나 많은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 기대하게 만듭니다.


나는 책임감이란 ‘특정 순간 감각계로 들어오는 자극에 어떻게 반응할지 선택하는 능력’이라고 정의한다. 자동으로 활성화되는 변연계 감정 프로그램도 있는데, 하나의 프로그램이 활성화되었다가 완전히 멈추는 데 90초가 걸린다. 가령 분노라는 감정은 자동으로 유발되도록 설계된 반응이다. 어떤 계기로 인해 뇌가 분비한 화학 물질이 몸에 차오르고, 우리는 생리적 반응을 겪게 된다. 최초의 자극이 있고 90초 안에 분노를 구성하는 화학 성분이 혈류에서 완전히 빠져나가면, 우리의 자동 반응은 끝이 난다. 그런데 90초가 지났는데도 여전히 화가 나 있다면, 그것은 그 회로가 계속해서 돌도록 스스로 의식적으로 선택했기 때문이다. 순간순간 우리는 신경 회로에 다시 접속할지, 아니면 감정을 스쳐 지나가는 단순한 생리 현상으로 사라지게 할지 선택하는 것이다.
p.148

 마지막으로 작가는 우리에게 우리의 뇌를 어떻게 다룰  있는지를 알려줍니다. 제가 대표 문구로 삼은 열다섯 번째 이야기에 나오는 뇌를 다스리는 법은 분노라는 감정에 대해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를 말합니다. 감정 프로그램이 만들어진 90초 이후의 감정을 선택한다는 내용은 감정의 주도권이 제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주어 뇌를 다스리는 방법에 강한 동기를 줍니다.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명상을 하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행위들에 대한 중요성도 그 어느 책 보다 공감이 많이 갔습니다. 우뇌의 ‘존재하는’ 능력보다 좌뇌의 ‘행하는’ 능력을 훨씬 높이 평가한다는 서구 사회의 작가의 판단처럼 저도 그동안 논리적인 좌뇌의 생각을 더 우위에 두고 판단했던 것 같습니다. 감각정보를 활용하는 방법을 모르다 보니 ‘행복’을 조금 거창하게 생각했었습니다. 스스로를 잘 모르는 것 같고 저의 기분을 다루질 못해 감정이 고장이 났다는 느낌을 가지기도 했고요. 작가는 마치 저의 고민을 옆에서 본 것 같이 이런 말을 건넵니다.

여러분이 기쁨을 경험하는 능력을 잃어버렸다 해도 회로는 아직 그대로 있으니 염려하지 말라. 불안이나 걱정을 담당하는 회로가 이를 억제하고 있을 뿐이다. 여러분도 내가 그랬듯이 감정의 짐을 벗어던지고 자연스러운 기쁨의 상태로 돌아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평화로운 상태에 접속하는 비결 가운데 하나는 생각, 걱정, 사념의 인지 회로를 자발적으로 끊고,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감각 경험에 집중하는 것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평화를 바라는 우리의 바람이 고통과 자아에 대한 집착이나 정상적이어야 한다는 강박보다 강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중략) ‘옳고 싶은가, 아니면 행복해지고 싶은가?’
p.176

 저는 이 부분이 공감이 되는 게 행복해지고 싶은가, 그렇지 않은가를 행복해지고 싶은가, 옳고 싶은가란 질문으로 대체한 것이 제가 생각해왔던 고민을 쉽게 해결해버리는 질문이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행복해지지 않고 싶은 사람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행복해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아도 반대의 선택을 하게 됩니다. 행복하기 싫어서인가라고 묻는다면 당연히 그건 아니라고 대답할 것이고요. 행복해지고 싶어서 하는 일인데 결과적으로 현재 행복하지 않은 아이러니한 상황이 고민 인적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작가의 말처럼 그 문제를 행복 or ~행복이 아닌 행복 or 옳음으로 둔다면 행복해지고 싶은데 반대의 상황을 선택하는 아이러니한 저의 모습에 대한 변명의 여지를 주는 구절이어서 그런지 마음에 들었습니다.


 우리가 행복해지는 것을 차등으로 두는 것은 옳고 싶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행복의 기준을 ‘보통’ 사람들에 맞춘다면 옳은 길로 가야 합니다. 남들이 옳다고 ‘인정’을 해준 길은 당위성이 조금 높아지는 것 같거든요. 하지만 옳은 길이 자신에게 꼭 맞는 행복한 길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계속 옳고 싶은지 행복해지고 싶은지 선택하는 건 참 어렵습니다. 머릿속에선 옳은 길이지만 때론 제 현재 마음은 행복하지 않기도 합니다. 옳은 것을 선택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옳음과 행복이 같은 방향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제 선택으로 인해 행복하지 않아 고민일 때가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평범함이 저의 행복을 책임져 주지는 않더군요. 앞으로는 행복해지는 선택을 조금씩 시도해보려고 합니다.


 작가는 사고로 인해 다친 ‘좌뇌’ 때문에 ‘우뇌’의 기능이 활성화되어 더 긍정적이고 행복한 느낌을 많이 가진다고 말합니다. 어쩌면 행복한 ‘우뇌’ 덕분만이 아니라 예상치 못한 사고로 삶의 소중함을 깨달았기 때문도 있지 않을까요? 오늘은 특별히 더 제 자신을 더 소중하게 여기고 주변 사람들을 돌아보며 제 삶을 아끼는 하루를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뇌졸중에 대해 조금은 알고 싶거나 뇌에 대한 호기심 도입을 위한 분들께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가볍게 읽을 수 있고 쉽고, 다른 책을 읽도록 하는 힘을 가진 책이거든요 :)


이 책에서 제가 다음 읽을 책을 위해 찾은 키워드는 ‘’입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뇌'에 관한 책을 추가로 몇 권 더 읽고 싶어지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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