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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노미노 Nov 30. 2017

레알 마드리드, 부진의 이유는 무엇일까?

최전방 공격수부터 미드필더까지, 레알 마드리드의 문제점

1.

최근 몇 시즌 동안, 레알 마드리드 공격진의 최대 강점은 '페널티박스 안의 경쟁력'입니다. 호날두를 비롯한 공격수들이 페널티박스 안에서 보여주는 압도적인 '득점력'은 레알 마드리드를 유럽 최고의 팀으로 만들어 주었죠.


특히 호날두, 벤제마, 베일. BBC라인의 기동력이 줄어든 이후,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작업은 공격수들의 활동반경을 줄이고 장점인 '득점력'을 살리는 방향으로 발전했는데요. 최전방 공격수들은 측면이나 미드필더 지역으로 폭넓게 움직여 볼을 받는 것이 아니라, 페널티박스 주변에서 득점기회를 잡는 것에 집중합니다. 페널티박스 안의 공격숫자를 늘려 골문 앞의 경쟁력을 최대한 높이는 방법이었습니다. 


물론 공격수들의 활동반경이 줄어드니 공격패턴은 다소 단조로워집니다. 공격수들이 창의적인 개인기나 연계플레이를 통해 수비를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페널티박스 주변에 모여 있다가 패스나 크로스가 올라오면 수비수와 경합해 득점하는 식이었죠.


공격작업은 단조로울지 몰라도, 페널티박스 안으로 볼을 어떻게든 전달만 해주면 공격수들은 득점을 만들어 냈습니다. 공격수들의 놀라운 득점력 덕분에 공격수들이 페널티박스 안에 고립되어 있다거나, 공격작업이 너무 단순하다는 비판을 받았음에도 레알 마드리드는 성공을 거둘 수 있었죠.


(페널티박스 안에서 공격수들이 보여주는 압도적인 득점력 덕분에 레알 마드리드는 유럽 최정상에 오를 수 있었죠)



2.

그러나 공격수들이 페널티박스 안에 모여있는 형태의 공격전술은 큰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공격수들이 골문 앞에 모여있는 만큼, 상대 수비수들도 골문 앞에 쉽게 모여있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골문 앞에 수비숫자가 많아지면, 결과적으로 공격수들은 득점기회를 잡기 어려워지겠죠.


따라서 레알 마드리드는 상대 수비를 분산시킬 방법이 필요했고, 좌우 윙백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좌우 윙백들의 공격력을 활용해 측면으로 볼을 전개하고, 상대 수비를 측면으로 분산시키는 것이었죠. 레알 마드리드의 좌우 윙백 마르셀루와 카르바할은 이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했습니다. 상대 측면을 돌파한 후 페널티박스 안으로 정확한 크로스를 올려주었죠.


측면에서 중앙으로 올려주는 크로스. 패턴은 단순했지만 크로스를 올리는 선수가 마르셀루와 카르바할이었고, 페널티박스 안에 있는 선수가 호날두, 벤제마, 베일 같은 공격수들이었기에 이 공격패턴은 아주 위협적이었죠. 공격수들의 활동반경이 좁고 공격패턴이 단조로운 대신, '득점' 하나 만큼은 압도적이었던 것입니다.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패턴은 단순했지만, 득점으로 연결되는 확실한 공격루트였습니다)




3.

그러나 현재 레알 마드리드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측면 크로스를 통한 득점패턴'을 주도했던 좌우 윙백과 공격수들이 동시에 부진하다는 겁니다. 먼저 윙백의 경우 오른쪽에서는 카르바할이 부상으로 결장하는 동안 큰 공백이 생겼었고, 왼쪽에서는 마르셀루가 올시즌 내내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마르셀루의 경우 공격상황에서 실수가 굉장히 많아진 모습인데, 지난 토트넘과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 4차전에서는 29번이나 볼을 잃는(턴오버) 모습이 나오며 패배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었죠.



(아스 분석자료. 마르셀루는 토트넘전에서 패스미스, 드리블 미스 등 29차례나 상대에게 볼을 헌납했습니다.)



중앙 공격수들의 부진은 더욱 심각합니다. 올 시즌 주전 공격수인 호날두와 벤제마가 리그에서 각각 2골이라는 저조한 득점을 보여주고 있죠. 라리가에서 레알 마드리드가 슈팅 숫자 1위, 키패스 1위라는 데이터는 두 공격수가 얼마나 많은 찬스를 놓치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레알 마드리드는 올 시즌 리그에서 슈팅 숫자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키패스 숫자 또한 가장 높은 팀입니다)


(그러나 공격수들이 굉장히 많은 찬스를 놓치고 있는 중이죠)



결국 '크로스에 의한 득점'이라는 단순한 방식이라도, 어떻게든 골을 넣어 승리를 이끌었던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에 문제가 생기면서 레알 마드리드는 올 시즌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최고의 무기였던 '페널티박스 안의 경쟁력'이 제 기능을 하지 못 하고 있는 것입니다. 




4.

한편, '수비적'인 문제도 레알 마드리드에게 큰 문제점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레알 마드리드의 수비문제는 공격에서 비롯되는 문제인데요. 앞서 살펴본 것처럼 레알 마드리드는 공격수들의 활동반경이 좁기 때문에 좌우 윙백은 수비를 분산시키기 위해 아주 높이 올라갑니다. 


다양한 공격패턴이 부족한 레알 마드리드 공격에 있어서, 윙백들의 공격 가담은 아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죠. 실제로 지단 감독이 공격에 강화할 때 쓰는 거의 유일한 전략이 카세미루를 수비로 내려 3백을 만들고, 좌우 윙백을 아주 높게 올리는 방법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생기는 문제점은 좌우 윙백이 높게 올라간만큼 측면 수비에 공백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상대의 역습 상황에서 수비적으로 아주 취약한 부분이 생기게 되는 것이죠. 따라서 레알 마드리드 전술에 있어서 윙백의 전진으로 인해 다소 허술해진 '측면 공간을 어떻게 커버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는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였습니다.


(레알 마드리드는 공격수들이 페널티박스 주변에 모여있기 때문에 윙백을 높게 올려 측면에서 공격을 풀어갑니다)


(높이 올라간 윙백의 자리는 역습 상황에서 약점으로 되돌아오죠)



최근 몇 시즌 동안 레알 마드리드는 '중원 장악력'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크로스, 모드리치, 카세미루로 구성된 레알 마드리드의 강력한 중원은 어느팀을 만나든 중원을 완벽하게 장악했죠. 수비 상황에서는 상대를 강하게 압박해 볼을 빼앗아 왔고, 공격 상황에서는 볼을 완벽하게 점유해 상대에게 공격권 자체를 넘겨주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지난 시즌 이스코의 활약까지 더해지며 중원 장악력은 정점에 이르렀습니다.


결국 윙백이 높게 올라가 좌우 측면에 공간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중원에서 강한 압박을 통해 역습 상황 자체를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측면 공간의 허점을 최소화 할 수 있었습니다.




5.

그러나 이번 시즌 레알 마드리드는 절정에 달했던 '중원 장악력'을 보여주지 못 하고 있습니다. 볼을 잃는 경우는 많아졌고, 상대 역습을 허용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특히 선수들의 기동력이 굉장히 떨어진 모습인데요.


최근 실점 장면을 보면 이러한 문제점이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상대 역습을 미드필더 지역에서 제대로 저지하지 못 해 상대 역습이 물 흐르듯 진행되거나, 중원으로 치고 들어오는 드리블을 따라가지 못 하고 그대로 허용하는 장면이 너무 자주 보이고 있죠. 여기에 좀처럼 보이지 않던 패스미스 실수까지 종종 나오고 있습니다.


결국 중원에서 1차적인 수비 저지선을 만들지 못 하니 좌우 측면의 수비 약점은 그대로 드러나고, 수비 상황 자체에서 미드필더들이 수비적으로 굉장히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레알 마드리드의 중원은 올 시즌 중원에서 제대로 된 압박을 보여주지 못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실점도 대부분 중원에서 공간을 허용하는 상황에서 이루어집니다. 상대의 공격전개를 미드필더에서 쉽사리 차단하지 못 하죠)


(지로나전 실점 장면인데요. 이 장면 역시 미드필더들이 수비지역으로 움직이지 못 해 너무나 쉽게 실점하는 장면이죠)



중원의 퍼포먼스가 떨어진 이유에는 '부족한 로테이션'이 꽤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최근 몇 시즌 동안 크로스, 카세미루, 모드리치 라인은 쉬지 않고 계속 기용되었는데요. 이번 시즌 또한 거의 로테이션 없이 세 선수가 계속해서 기용되고 있습니다. 국왕컵 경기를 제외하고 레알 마드리드가 치룬 18경기 중에서 크로스, 카세미루, 모드리치는 각각 15경기, 15경기, 14경기를 소화하고 있는데요. 출장한 거의 모든 경기를 풀타임 출장하고 있습니다. 코바치치가 시즌 초 부상을 당하고, 세바요스와 요렌테는 지단의 중용을 받지 못 하면서 중원에 백업 멤버가 부족해 시즌 내내 크로스, 카세미루, 모드리치에게 휴식을 거의 주지 못 하고 있죠.


또 다른 이유로는 전술적으로 카세미루가 너무 높게 전진하고 있다는 것인데요. 레알 마드리드는 최근 빌드업 상황에서 카세미루가 높게 올라가고, 대신 크로스가 후방으로 내려오고 있습니다. 패싱력이 다소 부족한 카세미루 대신 크로스가 후방에서 패스를 공급하는 것인데요. 이 과정에서 카세미루가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다 보니, 상대 역습 상황에서 크로스가 중원에서 홀로 수비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크로스가 수비에 장점이 있는 선수가 아닐 뿐더러, 홀로 중원을 수비하는 데는 무리가 있죠.



(토트넘전 카세미루(좌)와 크로스(우)의 히트맵. 특이하게도 카세미루의 움직임이 최전방 가까이에 찍혀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반면 크로스의 움직임은 후방에 치우쳐 있는 것을 볼 수 있죠)


(빌드업 과정에서 크로스가 후방으로 내려가고, 카세미루가 전방으로 올라가는 모습)



(빌드업 상황에서 전진한 카세미루는 공격상황에서 굉장히 높은 위치까지 전진합니다)


(그러나 카세미루가 너무 높이 올라가기 때문에 역습 상황을 쉽게 허용하는 모습이 만들어집니다)



6.

결국 레알 마드리드는 이번 시즌 최전방 공격수부터 중앙 미드필더 라인까지 굉장히 복합적인 문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몇 시즌 동안 유럽을 제패했던 선수단의 폼이 정점에서 다소 내려오기도 했고, 모라타와 하메스 등 여유로운 선수단 운영에 도움을 주던 선수들이 이적하면서 부진한 경기력이 지속되도 큰 변화를 주지 못 하고 있죠.


사실 아무리 좋은 팀이라도 흔들리는 시기를 겪기 마련이지만, 전술의 변화폭이 크지 않은 지단 감독의 특성상 전술적으로 큰 변화가 없어 부진한 모습이 다소 반복되고 있는 느낌인데요. 지단 감독이 얼마나 빠르게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낼 수 있느냐가 올 시즌 레알 마드리드의 성공에 중요하지 않을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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