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박과 탈압박의 승자는 맨시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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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시티전 토트넘의 전술 컨셉은 명확했습니다. 맨시티가 볼을 쉽게 점유할 수 없도록 '최전방에서 강력하게 압박하는 것'이었죠. 후방에서부터 짧은 패스를 주고 받으면서 볼 점유율을 높이고, 경기를 장악해 나가는 맨시티의 경기방식을 방해하기 위한 전략이었죠.
토트넘은 굉장히 실험적인 선수배치로 맨시티를 압박했습니다. 최전방에 손흥민, 케인 투톱을 내세워 맨시티의 중앙 수비수 두 명을 마크하고, 4명의 중앙 미드필더를 다이아몬드 형태로 배치해 맨시티의 수비형 미드필더 페르난지뉴와 두 중앙 미드필더를 1:1로 압박하게 만들었습니다. 맨시티 후방 빌드업의 척추라인인 중앙 수비수와 수비형 미드필더, 중앙 미드필더를 강하게 압박한 것이죠.
(선발 라인업. 토트넘은 투톱 밑에 중앙 미드필더 4명을 배치하면서 맨시티의 빌드업을 방해하려 했습니다)
(토트넘의 다이아몬드 전형은 맨시티 빌드업 과정에서 투톱이 맨시티 중앙 수비수를, 공격형 미드필더가 맨시티 수비형 미드필더를, 중앙미드필더는 맨시티 중앙미드필더를 1:1로 마크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그 결과 강한 전방압박으로 볼을 탈취할 수 있었죠)
기록만 본다면 토트넘의 강한 전방압박은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맨시티는 토트넘전에서 올시즌 치룬 모든 리그 경기 중에서 가장 낮은 볼 점유율(53%)과 가장 적은 패스횟수(456개)를 기록했습니다. 토트넘이 워낙 적극적으로 전방압박을 시도하니 맨시티 또한 후방에서 볼을 점유할 여유가 없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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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방에서 볼을 점유하기 어려워진 맨시티는 좀 더 '직선적'이고 '빠른' 패스로 경기를 풀어나갔습니다. 평소처럼 짧은 패스를 주고 받기 보다는 토트넘의 압박을 피해 빠르게 전방으로 패스를 연결한 것이죠.
여기에 경기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토트넘이 전방압박을 위해 라인을 끌어올리고 최전방에 많은 선수들을 배치했기 때문에, 맨시티가 토트넘의 압박을 벗어나 공격수들에게 볼을 연결할 수 있다면 결정적인 역습 찬스를 맞이할 수 있었죠. 따라서 맨시티가 토트넘의 압박을 벗어날 수 있느냐, 반대로 토트넘이 전방압박으로 맨시티의 볼을 빼앗을 수 있느냐가 경기의 가장 큰 주제였습니다.
(전방압박을 시도하는 토트넘, 그리고 그것을 벗어나려는 맨시티의 볼다툼이 치열하게 진행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싸움의 승자는 맨시티였습니다. 맨시티는 토트넘의 거친 전방압박을 유연하게 벗어났고, 공격수들에게 패스를 전달했습니다. 전방압박에 실패한 토트넘은 상대적으로 수비숫자가 부족했고, 맨시티 공격수들은 결정적인 찬스를 잡을 수 있었죠. 이 과정에서 핵심적인 활약을 한 선수는 데브라이너였습니다. 데브라이너는 중원에서 토트넘의 압박을 벗어나 공격수들에게 결정적인 패스를 공급했습니다. 이 경기에서 맨시티는 15차례의 키패스를 기록했는데, 데브라이너가 무려 6차례나 키패스를 성공시켰죠.
(데브라이너는 토트넘 뒷공간으로 결정적인 패스를 계속 공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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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시티가 토트넘의 전방압박을 벗어나 공격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또 다른 선수는 사네였습니다. 사네는 후방에서 거친 압박과 탈압박이 전개되는 동안, 탈압박에 참여하기 보다는 공간을 찾아 측면으로 넓게 빠져 볼을 기다렸습니다. 맨시티는 토트넘의 압박을 벗어난 후 측면 공간에 대기하고 있는 사네에게 패스를 전달했습니다. 주력이 빠르고 드리블에 능한 사네는 토트넘 수비의 뒷공간을 빠르게 공략할 수 있었죠.
더욱이 토트넘이 맨시티 미드필더진을 압박하기 위해 중앙 지향적(다이아몬드 전형)으로 선수를 배치했기 때문에, 측면에는 사네를 수비할 선수가 부족했습니다. 사네가 볼을 잡았을 때, 토트넘의 측면 수비수인 트리피어와 1:1로 맞서는 장면이 계속해서 발생했죠.
수비라인이 높아 수비 상황에서 뒷걸음질 치며 수비해야 하는 트리피어, 반대로 볼을 잡자마자 빠르게 수비 뒷공간으로 달려가는 사네의 1:1 대결. 사네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었고, 사네는 토트넘의 측면 공간을 완벽하게 허물었습니다.
맨시티가 경기에서 성공한 드리블 14차례 중에서 사네가 기록한 드리블이 6차례일 정도로, 사네는 토트넘을 상대로 자유롭게 자신의 드리블 능력을 펼쳐보일 수 있었습니다.
(맨시티와 토트넘의 중원다툼이 일어나는 동안, 사네는 측면 공간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 결과 맨시티가 압박을 벗어났을 때 사네는 상대 측면 공간으로 여유있게 뛰어들어갈 수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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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전 내내 사네에게 측면 공간을 허용한 포체티노 감독은 전반전 종반부부터 선수배치를 수정했습니다. 손흥민과 에릭센을 좌우 측면에 배치시켜 측면을 견제하기 시작했죠. 여기서 특이했던 점은 손흥민을 오른쪽 측면에 배치했다는 것입니다. 평소 경기에서 에릭센과 손흥민이 좌우 측면에 위치할 때, 손흥민이 볼을 잡고 안쪽으로 치고 들어올 수 있도록 왼쪽에 배치했던 것과는 분명하게 달랐죠.
(전반 초반 이후 선수배치. 토트넘의 선수배치가 변화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맨시티 왼쪽 측면 수비수로 출전한 델프가 맨시티 빌드업에서 차지하는 역할과 관련이 있습니다. 델프는 왼쪽 측면 수비수로 출전하지만, 빌드업 상황에서 중앙으로 움직여 맨시티 중원에 힘을 실어주죠.
(델프는 측면 수비수로 출전하지만, 중앙에서 탈압박에 큰 도움을 줍니다)
포체티노는 델프가 중앙으로 움직이며 생기는 측면 공간으로 손흥민이 침투해 들어가고, 더불어 사네의 수비부담을 늘려 쉽사리 공격적으로 전진할 수 없도록 만드는 전술적인 변화였습니다. 사네가 성공한 드리블 6차례 중 5차례가 전반전에 몰려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 전술변화는 사네의 공격을 다소 제어하는 결과를 불러왔죠.
(전반 초반 이후 측면에 배치된 손흥민은 델프의 뒷공간을 공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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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런 전술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토트넘은 맨시티의 빠른 역습에 완벽하게 패배했습니다. 토트넘은 여전히 과감하게 라인을 끌어올려 전방압박을 시도했고, 맨시티는 토트넘의 압박을 쉽게 풀어나왔습니다. 수비라인이 높은 토트넘은 맨시티 공격수들에게 계속해서 뒷공간을 허용했죠.
더군다나 에릭센과 손흥민이 측면에 배치되었다고 해도, 에릭센은 중원싸움을 위해 중앙으로 움직였고 손흥민은 최전방에 머물렀기 때문에 두 선수 모두 측면 수비에 큰 도움을 주지 못했죠. 결국 역습 상황에서 토트넘의 측면 공간은 계속해서 약점을 드러냈고, 맨시티의 결정적 장면은 거의 모두 측면에서 나왔죠.
(토트넘의 패스맵. 토트넘 미드필더진이 중원싸움을 위해 중앙에 밀집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손흥민은 측면에 배치되었지만 최전방에서 움직였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죠.)
(토트넘의 전술변화에도 불구하고, 토트넘의 실점은 측면에서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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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경기에서 맨시티는 자신들이 짧은 패스를 통해 점유율을 높이는 플레이 뿐만 아니라 직선적이고 빠른 축구에도 강하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또한 강력한 전방압박을 여유롭게 풀어낼만큼 유연한 탈압박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죠.
반면 토트넘은 실패한 전방압박이 얼마나 위험한지 느끼게 된 경기가 아닐까 합니다. 개인적으로 토트넘의 전방압박 수준은 굉장히 높았다고 생각하는데, 맨시티의 탈압박 과정이 워낙 완벽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줬네요.
최근 맨시티의 폼이 절정에 오른 모습인데요. 최후방 에데르손 골키퍼부터 최전방 아게로까지 모든 선수가 펩의 패스 플레이에 완벽하게 적응한 모습이고, 데브라이너를 중심으로 사네, 스털링, 아게로 등 빠른 공격진을 이용한 공격전개가 물이 올랐습니다. 특히 젊고 빠른 공격진이 만들어내는 공격작업이 펩의 바르샤, 뮌헨 시절보다 과감하고, 모험적이기 때문에 더욱 속도감 있는 경기를 즐길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펩의 맨시티가 과연 이번시즌 어떤 성적을 거머쥘 수 있을지 궁금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