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바치치를 활용한 메시 대인마크의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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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엘클라시코에서 지단 감독이 준비한 승부수는 '코바치치의 선발기용'이었습니다. 시즌 내내 주전 멤버였던 이스코가 벤치에 남고, 코바치치가 선발라인업에 포함되었죠. 이스코와 코바치치의 차이는 명확했습니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며 공격작업을 주도하는 역할을 맡았던 이스코와 달리, 코바치치는 후방에 위치하며 좀 더 '수비적인 역할'을 부여받았습니다.
여기서 코바치치가 부여받은 특별한 임무는 '메시를 전담마크'하는 것이었습니다. 코바치치는 수비 상황에서 메시를 따라다녔고, 메시가 볼을 여유롭게 잡지 못 하도록 경기 내내 방해했습니다. 바르셀로나 공격작업의 핵심인 메시를 봉쇄하려는 의도였죠.
(코바치치는 경기 내내 메시를 따라다니며 수비했습니다)
사실 코바치치의 '메시 전담마크'는 이전에도 시도된 적 있는 전략인데요. 시즌 시작전 열린 수페르코파(슈퍼컵)에서도 코바치치가 메시를 대인마크하는 역할로 1,2차전 두 경기를 모두 소화했었습니다. 이 두 경기에서 코바치치는 메시를 비교적 잘 막아내며 팀의 승리를 이끈 경험이 있었죠.
(지난 수페르코파에서도 코바치치는 메시를 전담마크하는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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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초반, 코바치치의 '메시 전담마크'는 비교적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레알 마드리드는 코바치치의 '메시 전담마크'와 더불어 바르셀로나 '중원'을 강하게 압박했죠. 빌드업의 시발점이 되는 미드진을 강하게 압박해 메시에게 전달되는 볼을 우선적으로 차단했고, 메시가 볼을 잡더라도 코바치치가 메시를 강하게 견제했습니다.
(코바치치는 메시가 볼을 잡으면 거칠게 압박했습니다)
레알 마드리드는 강한 압박을 바탕으로 전반전 내내 중원싸움에서 승리했습니다. 공격을 전개하는 바르셀로나의 볼을 빼앗았고, 결정적인 득점찬스를 계속해서 맞이했죠. 레알 마드리드에게 단 한 가지 부족했던 건 찬스를 득점으로 연결시키지 못 한 공격수들의 결정력 뿐이었습니다.
(레알 마드리드는 전반전 내내 바르셀로나의 볼을 빼앗아 결정적인 찬스를 만들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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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후반전에 접어들면서 레알 마드리드의 압박 수준이 급격하게 떨어집니다. 바르셀로나는 레알 마드리드의 압박을 벗어났고, 볼을 소유하는 시간이 늘어났죠.
이 시점부터 코바치치의 '메시 전담마크'가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코바치치는 경기 내내 메시를 따라다니며 '대인마크'를 하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이 과정에서 대인마크의 가장 큰 '단점'이 드러납니다.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한 코바치치가 메시를 따라 이동하다보니 레알 마드리드의 '중원 공간'이 비어버리는 상황이 계속해서 발생한 것입니다. 바르셀로나는 비어있는 레알 마드리드의 중원으로 자유롭게 드리블을 하거나 패스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
상대방의 움직임을 따라가는 과정에서 자신의 수비 위치를 벗어날 수밖에 없는, '대인마크'의 한계점이 고스란히 드러난 모습이었습니다.
(코바치치가 메시를 막느라 중원에 공간을 허용하는 장면이 계속해서 발생했습니다)
상대방의 움직임을 따라가며 수비하는 '대인마크'는 수비의 대상이 되는 상대 선수의 움직임을 봉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수비하는 선수가 자신의 수비 위치를 벗어날 수밖에 없다는 한계점을 가집니다. 결국 대인마크를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주변 동료들이 대인마크를 위해 움직이는 선수의 공간을 유연하게 커버하는 움직임이 반드시 필요하죠.
그러나 레알 마드리드의 미드필더진은 코바치치가 메시를 따라 움직였을 때, 코바치치의 공간을 아무도 담당하지 않았습니다. 서로의 공간을 유기적으로 메워주는 중원의 '역할 분담'에 굉장히 큰 문제가 있어 보였습니다.
첫 번째 실점이 이러한 문제점을 가장 잘 보여줬습니다. 코바치치가 메시에게 붙어있는 상황에서 아무도 코바치치가 비워둔 공간을 메워주지 않았고, 중원은 너무나 어이없이 텅 비게 되었죠. 코바치치 또한 메시를 너무나 의식한 나머지, 자신이 수비에 가담할 수 있었음에도 바르셀로나의 공격작업을 바라보기만 하는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실점 장면에서 레알 마드리드 중원은 너무나 쉽게 공간을 허용했습니다. 코바치치가 메시를 막으러 움직이는 동안 중원에 공간이 발생한 결과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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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가 레알 마드리드의 중원 공간을 공략하는 과정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친 선수는 파울리뉴였습니다. 파울리뉴는 경기 내내 왕성한 활동량을 보여주었습니다. 수비 상황에서는 후방으로 내려와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했고, 공격 상황에서는 놀랍게도 메시, 수아레즈와 함께 최전방에서 공격을 이끌었습니다.
특히 파울리뉴는 최전방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코바치치가 메시를 따라 움직였을 때 재빨리 코바치치의 빈공간으로 움직여 볼을 받았습니다. 최근 발베르데 감독이 파울리뉴를 활용하고 있는 방식인데요. 파울리뉴는 메시 바로 밑에 배치되어 메시가 만들어 낸 공간으로 움직입니다. 상대 수비가 메시를 막으러 움직일 때, 그 공간으로 파울리뉴가 쇄도해 들어가는 것이죠.
(바르셀로나의 패스맵. 파울리뉴가 메시 뒤에 위치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레알 마드리드 중원에 공간이 생기면, 파울리뉴가 공간으로 부지런히 움직여 볼을 받았습니다)
파울리뉴의 존재는 코바치치의 '메시 전담마크'가 성공했던 수페르코파 경기와 가장 다른 점이기도 합니다. 수페르코파에서 바르셀로나는 이번 엘클라시코와 미드필더 선발 라인업이 동일했지만, 파울리뉴 대신 윙어인 데올로페우가 출전했었죠.
그러나 이번 엘클라시코에서 바르셀로나는 파울리뉴를 출전시키며 '4명의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 라인업을 구성했습니다. 여기서 생각해 볼 부분은 똑같이 4명의 중앙 미드필더를 출전시킨 레알 마드리드의 중원에서, 코바치치가 메시를 막으러 움직이면 당연히 바르셀로나의 미드필더 한 선수가 자유로워진다는 것입니다.
레알 마드리드 입장에서는 코바치치가 메시를 막을 때 중원에서 수적으로 부족해지는 현상을 보완할 수 있는 전술적 움직임이 필요했지만, 아쉽게도 허점을 계속해서 노출하고 말았습니다.
(파울리뉴는 전방에서 쉴 틈 없이 움직이며 레알 마드리드의 공간을 허물었습니다)
결국 이번 경기에서 지단 감독의 코바치치 '메시 전담마크'는 중원에서 바르셀로나에게 공간을 허용하는 결과로 끝나며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메시에게 전담 마크맨을 붙이는 아이디어의 문제라기 보다는 주변 동료들이 코바치치의 공간을 커버하지 못 하는 문제, 특히 미드필더 간의 역할 분배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가 아닐까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