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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노미노 Jun 17. 2016

[유로 2016] 벨기에 vs 이탈리아

벨기에 이탈리아



1. 경기 컨셉

 벨기에가 공격하고 이탈리아는 수비 후 역습한다. 두 팀의 경기 컨셉은 확실했다.

 벨기에는 이탈리아의 수비를 뚫어낼 수 있느냐,
이탈리아는 공격을 막아내고 역습을 진행할 수 있느냐가 두 팀의 목표였고

 벨기에가 공격을 진행하다 공격권이 이탈리아에게 넘어가는 공수전환의 순간

 즉 벨기에가 공격 후 이탈리아 진영에서 이탈리아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압박할 수 있느냐,
이탈리아가 벨기에의 공격을 차단하고 빠르게 전진할 수 있느냐가 경기의 키포인트였다.

2. 벨기에의 공격작업

 벨기에의 공격은 주로 중앙에서 이루어졌다. 펠라이니를 전진 배치시켰고, 아자르-데브뤼네가 중앙으로 움직이면서 중앙에 공격숫자를 밀집시켰다.

 이탈리아 수비가 중앙에 밀집해 있었기 때문에 벨기에가 공격숫자를 중앙에 늘리는 것은 이탈리아 수비숫자와 자신들의 공격숫자를 대등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공격이 중앙으로만 전개되면서 이탈리아 수비가 중앙에 밀집해 있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꼴이 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중앙에 이탈리아, 벨기에 선수들이 워낙 많다 보니 공격을 전개할 수 있는 공간은 더욱 줄어들었다.

 결국 벨기에에겐 두 가지 선택권이 있었다.

(1) 중앙에서 밀집된 수비를 무너뜨릴 수 있는 정교한 공격을 한다.
(2) 좌우로 볼을 전개해 수비를 분산시키고, 발생한 틈으로 볼을 투입한다.

 사실 첫 번째 선택지는 바르셀로나와 같은 팀에게도 힘든 일이며 루카쿠, 펠라이니와 같은 투박한 선수들로 유연한 공격을 하긴 어렵다.

 결국 좌우로 볼을 전환시켜 수비를 분산시키는 것이 필요했는데, 보통 좌우 윙포워드가 중앙으로 움직이는 선수로 구성되었을 때 측면으로 벌려줘야 하는 선수는 양 풀백들이다. 그러나 벨기에의 양 풀백(시망-베르통헌)은 전문 풀백이 아니라 보통 중앙수비를 보는 선수들이었다.

 양 풀백 이측면을 벌려주지 못하자 중앙으로 움직이던 벨기에 공격수들은 이탈리아의 밀집된 수비에 갇혀 있을 수밖에 없었다. 


<벨기에 공격수들이 중앙에 밀집해 있는 상황. 시망이 좀 더 빨리 우측면으로 전진했다면 이탈리아 수비를 측면으로 분산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빠르게 전진하지 못했고, 낮은 위치에서 볼을 잡았을 때는 벨기에 공격수들이 수비에 둘러싸여 있다.>

<역시 벨기에 공격수들이 이탈리아 수비에 둘러싸인 상황. 그러나 베르통헌이 재빠르게 올라와주지 못했고, 수비를 분산시키는 데 실패했다.>


포메이션적으로만 봤을 때는 측면에 풀백 한 명만 존재하는 이탈리아에게 측면에 두 명의 선수(윙포워드, 윙백)를 위치시킨 벨기에가 측면에서 우위를 가지지 못한다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이었다. 오히려 이탈리아가 역습 상황에서 어정쩡하게 올라와 있는 벨기에 풀백들을 공략해 측면에서 좋은 공격을 만들어냈다.

 벨기에의 공격진은 드리블과 스피드에 강점이 있는 선수들로 구성되었지만, 경기장을 좁게 사용하며 스스로 드리블을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죽이는 움직임을 가져갔다. 역습 상황에서 단 한번 스피드를 활용할 수 있는 공격이 이루어졌는데, 그 공격 한 번이 벨기에가 시도한 공격 중에 가장 위협적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경기 내내 벨기에는 자신의 장점을 활용하지 못했다.

3. 이탈리아의 역습, 보누치

 역습은 이탈리아가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부분도 있었는데, 지공 상황에서 부드럽게 볼을 전진시켜 줄 수 있는 선수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의 역습은 단순하면서도 날카로웠다. 볼을 차단한 후 펠레의 포스트 플레이를 활용해 측면으로 볼을 전개했다.

 1차적으로는 펠레가 벨기에의 중앙수비들과 볼경합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며 전방에서 볼을 소유했고, 뒤이어 이탈리아의 좌우 풀백과 미드필더가 벨기에의 수비 뒷공간으로 빠르게 침투하면서 효과적인 역습이 가능했다.

<펠레를 이용한 이탈리아의 역습은 아주 간결하게 진행되었다. 수비에서 넘어오는 공을 펠레가 받아 측면으로 연결시킬 때까지 단 두 번의 패스면 충분했다.>


 지공 상황에서는 롱패스를 이용한 전개로 공격을 진행했다. 주로 수비에서 투톱(펠레 – 에데르)에게 연결되는 롱패스였는데, 중앙 미드필더의 움직임이 주요했다. 지아케리니 - 파롤로가 측면으로 움직이면서 나잉골란 – 비첼을 측면으로 끌고 나갔고, 이탈리아는 아무런 장애물 없이 수비에서 공격으로 패스를 연결할 수 있었다.


<파롤로가 측면으로 움직이며 비첼을 측면으로 끌고 나가자 이탈리아 수비는 아무런 장애물 없이 공격수에게 볼을 전달할 수 있다.>


 더욱 흥미로웠던 점은 벨기에 수비 뒷공간으로 연결하는 결정적인 롱패스가 데로시가 아닌 보누치에게서 나왔다는 사실이다. 데로시가 펠라이니에게 마크를 당하는 동안, 보누치는 종종 압박을 거의 받지 않고 앞으로 전진해 롱패스를 연결했다. 보누치의 롱패스는 빠르고 정확했고, 이탈리아는 데 로시가 아니라 보누치를 통해 볼을 배급했다.




<보누치 롱패스 1. 벨기에 공격수의 압박이 없자 보누치가 편하게 롱패스를 성공시켰다. 골장면.>


<보누치 롱패스 2. 펠라이니가 데로시를 마크하고, 루카쿠의 압박이 늦게 이루어지자 보누치의 롱패스가 바로 연결된다.>


 이탈리아는 중원에서 볼을 짧게 풀어가는 능력이 부족하지만 계속해서 후방에서 짧게 골킥을 처리했던 이유는 벨기에 수비를 전진시키고 그 공간으로 롱패스를 연결하기 위함이었다. 이탈리아 수비수들의 패스능력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고, 롱패스로 득점까지 만들어낼 수 있었다.

4. 세컨볼

 이탈리아가 수비 후 역습을 성공한 이유, 반대로 말하면 벨기에가 이탈리아에게 역습을 허용한 가장 큰 이유는 거의 모든 세컨볼 상황에서 이탈리아가 승리했기 때문이다.

 벨기에는 선수간격을 촘촘하게 유지하지 못했다. 언제나 볼을 중심으로 이탈리아보다 선수 숫자가 부족했으며 선수들의 수비가담과 기동력도 이탈리아보다 좋지 않았다.

 이탈리아는 세컨볼 상황에서 승리하며 공수양면에서 큰 이점을 가질 수 있었다.

(1) 수비 상황에서 볼경합 승리 : 벨기에의 압박을 벗겨내고 수비에서 공격으로 볼을 빠르게 전달할 수 있다.
(2) 공격 상황에서 볼경합 승리 : 벨기에의 역습을 저지하고 다시 공격권을 가져온다. 벨기에 수비 앞 공간에서 볼경합을 승리하는 경우엔 곧바로 위협적인 공격을 만들 수 있다.


<벨기에 진영에서 볼이 흘렀지만 볼을 중심으로 이탈리아 선수가 월등히 많다. 세컨볼을 수비 앞에서 차지하게 되자 곧바로 결정적인 공격을 시도할 수 있다.>


5. 교체자원 활용

  벨기에는 선취골을 허용하며 밸런스를 무너뜨리는 교체를 해야 했다. 나잉골란을 빼고 메르텐스를 투입하며 공격숫자를 늘렸다. 펠라이니가 나잉골란 위치로 내려갔지만, 최전방으로 올라가 공격숫자를 늘려주는 역할이었기 때문에 사실상 수비를 보호하는 미드필더는 60분부터 비첼뿐이었다.

 75분엔 시망을 빼고 카라스코를 투입하며 또다시 공격숫자를 늘리고 수비 숫자를 줄였다. 끌려가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문제는 수비 숫자가 3명으로 줄었을 때 시망의 공백을 고려해 수비가 3백으로 운용되는 것이 아니라 4백에서 오른쪽 수비가 없는 상태로 경기를 했다는 점이다.

 수비 숫자를 줄였는데 공백이 생긴 공간을 커버하지 않았고, 당연히 두 번째 실점으로 이어졌다.

 반면 이탈리아는 밸런스를 철저히 유지한 교체를 진행했다. 다르미안 – 데실리오, 에데르– 임모빌레, 데로시 – 티아고모따 모두 같은 자리의 선수를 바꿨다.

 교체가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공격, 수비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공수양면으로 고루 플러스가 되는 교체였기 때문이다. 데실리오는 다르미안의 역할을 그대로 수행하는 교체였고, 임모빌레의 경우 역습상황에서 빠른 전진도 가능하고 수비적으로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선수였다.

 물론 임모빌레가 아닌 인시녜나 엘 샤라위가 투입되었으면 더 날카로운 역습이 가능했겠지만, 임모빌레는 공격뿐만 아니라 수비적으로도 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선수였다. 티아고 모따 또한 수비적으로는 제공권, 공격적으로는 패스를 빠르게 뿌리며 공수양면에 플러스가 되는 선수였다.

 결과적으로 교체를 통해 무너진 벨기에 오른쪽 측면으로 티아고 모따가 패스하고, 임모빌레가 볼을 전진시켜 득점상황을 만들어 냈던 것은 빌모츠보다 콘테의 교체가 노련했던 결과다.


6. 총평
 이탈리아가 승리했지만 두 팀 모두 보완할 점이 많은 경기였다.

 벨기에의 전력은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비슷한 유형의 선수들(중앙지향적)이 모여 균형이 무너진 경기를 펼쳤다. 그러나 수준 높은 2선자원들을 갖춘 팀인 만큼 남은 두 경기 동안선수들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탈리아는 자신들이 원하는 축구를 했다. 빌드업, 공격작업 측면에서 약점이 있었지만 자신들의 강점인 수비력을 중심으로 기동력 있는 선수들을 배치해 빠른 역습을 활용했다. 어정쩡하게 약점을 감추는 것보다 강점을 부각하는 콘테의 노련한 전술과 경기 운영 능력이 돋보였다.
 
 그러나 볼전개가 매끄럽지 못하며 위험한 패스미스를 범했던 부분에선 약점 또한 명확하게 드러났고 후반 막판 강점인 수비가 흔들렸던 점도 보완해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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