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스리그1617]나폴리 vs 레알 마드리드 리뷰
나폴리는 장점이 명확해서 좋습니다
공격적인 경기운영, 강한 압박, 아기자기한패스.
더군다나 선수단 전원이 팀을 위해 미친듯이 뛰어다니는 모습까지..
팬들이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는 축구죠.
그런데,
색이 강한만큼 그 색이 발휘되지 못했을 때 아쉬움이 너무나 크네요. 팀이원하는 축구를 하지 못해도 승부를 걸 수 있는 플랜b가 없다는 게 나폴리의 가장 부족한 점이 아닐까합니다.
이런 단점은 레알 마드리드와 같은 탑클래스 팀과 경기를 할 때마다 부각되는데,이런 팀들과 경기에서는 준비한 플랜a가 경기내내 완벽하게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겠죠. 나폴리가 리그에서 우승경쟁이 아닌 우승을 하고, 챔스에서 더 높은단계로 올라가기 위해선 이걸 극복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레알과의 경기에서 이런 나폴리의 단점이 가장 잘 드러난 부분은 공격작업에 있었는데요. 경기 흐름을 주도할 때는 매서운 공격이 계속되다가, 흐름이 끊기고나서는 너무나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줬죠.
이번 경기에서 나폴리의 공격작업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1.
나폴리의 경기가 잘 풀릴 때, 나폴리는 아기자기한 패스로 상대 수비를무너뜨립니다. 이번 경기의 첫번째 골장면처럼 말이죠.
이런 공격작업에는 큰 특징이 두 가지 있습니다. 첫번째는 공격진영으로과감한 전진패스가 들어간다는 점이고, 두번째는 공격진이 볼을 받았을 때 주변에 동료선수가 늘 2~3명쯤은 있다는 것입니다.
2.
첫번째 특징을 살펴보자면,
빌드업 과정에서 나폴리의 중앙수비(쿨리발리 알비올) – 수비형미드필더(디아와라)는 높은 라인까지 올라와서 공격진에게 패스를합니다.
이 과정에서 두드러지는 특징은 상대수비가 두텁게 몰려있는 페널티박스 앞 공간으로 볼을 과감하게 넣어준다는 것인데요. 이런 과감한 패스의 장점은, 패스가 제대로 연결만 된다면 공격진이위험지역. 그러니까 상대 수비라인 앞 공간에서 볼을 받게 된다는 것입니다.
물론 수비가 높게 올라온 만큼 패스미스가 발생하면 곧바로 위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실제로나폴리 는 수비진의 패스미스로 위기상황을 맞이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것을 상쇄시킬 만큼의 화력을 갖추고있기에 나폴리는 과감한 공격작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죠.
(수비진의 과감한 전진패스는 나폴리 공격진이 곧바로 공격적인 지역에서 볼을 받을 수 있도록 돕습니다.)
3.
과감한 전진패스가 연결되면 두번째 특징이 나타나는데요.
나폴리 공격진은 공격상황에서 서로의 간격을 아주 촘촘하게 만듭니다. 메르텐스를 중심으로좌우 윙포워드(인시녜 카예혼)는 중앙으로 좁혀주고, 중앙 미드필더(함식 알랑)은높은 지역까지 진하죠.
결과적으로 수비진에서 과감한 전진패스가 공격진에게 전달되었을 때, 어떤 선수가 볼을 잡아도언제나 주위엔 2~3명의 동료선수가 위치하게 됩니다. 서로의간격이 가깝기 때문에 상대 수비지역임에도 불구하고 볼 주위엔 상대 수비보다 나폴리 공격숫자가 많아지는 상황이 발생하고, 짧은 패스를 주고 받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과감한 전진패스로 순식간에 상대방 위험지역까지 볼을 전개하고, 촘촘한 간격을 활용한 짧은패스로 이루어지는 공격작업. 나폴리는 경기를 주도하는 경기흐름 내내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방법으로 레알수비를 흔들었죠.
(나폴리 수비진이 과감한 전진패스를 시도할 때, 나폴리 공격진이 촘촘하게 뭉쳐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나폴리의 골은 나폴리의 장점이 모두 들어가있는 골이 아닐까 합니다. 수비진이 높게 올라와서 공격적인 패스를 선보이고, 공격진은 레알의 위험지역에서 볼을 잡죠. 공격진의 간격이 좁기 때문에 레알의 수비지역 한복판임에도 나폴리의 공격선수 숫자가 더 많고, 수적 우위를 활용한 짧은 패스로 골을 만들어 냅니다.)
4.
그런데, 나폴리가 경기흐름을 잃으면서 문제가 생깁니다. 체력이떨어지는 시간이 되자 역동성은 사라지고, 촘촘한 간격은 유지되지 못합니다. 경기 내내 강한 압박을 유지했던 나폴리의 경기방식을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입니다.
이 지점부터 나폴리가 가진 장점은 모두 사라집니다. 특히 ‘공격작업’에 중점을 두고 살펴보자면,공격과 수비의 거리가 멀어진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거리가 멀어질수록 패스의 성공확률이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상대 수비지역으로 연결하는 나폴리의 수비진의 과감한 전진패스는 수비 – 공격 간의 거리가상당히 좁았기에 가능했습니다. 패스가 연결되는 거리가 짧으니 패스 성공확률은 높아지고, 상대 수비에게 차단당하지 않고 패스를 연결할 수 있었죠.
그러나 수비 – 공격의 간격이 멀어지면서, 수비에서공격으로 연결되는 전진패스는 상대 수비에게 차단당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체력이 떨어지자 수비에서 나가는패스의 질도 현저하게 나빠졌죠.
공격진의 포지션에도 문제가 생깁니다. 체력 저하로 공격진이 촘촘하게 모여 있지를 못하니, 수비진에서 패스를 받아도 이전처럼 주위에 동료가 위치하고 있지 않죠. 더이상 수적 우위를 활용하지 못합니다. 나폴리의 페이스가 떨어지고 난 후에는, 공격진이 패스를 받아도 수비에 둘러싸여 고립되는 경우가 계속해서 나타났습니다.
5.
패스의 질은 떨어지고, 공격진에서 수적 우위를 만들지 못하는 상황.
그러나 나폴리는 체력이 떨어진 상황에서도 경기 내내 같은 공격작업을 반복합니다. 상대 수비지역으로볼을 우겨 넣었죠. 당연히 공격작업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수비진은어설프게 높이 올라와 있고, 패스는 상대 수비에게 차단당하니 역습 당하기 딱 좋은 상황이 펼쳐집니다. 레알 선수진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평소의 레알이었다면 대량실점으로 이어졌겠죠.
이런 부분이 나폴리에게 정말 아쉬운 점입니다. 정상적인 경기가 이루어지지 않는데, 별다른 변화를 주지 못하죠. 레알과의 경기가 더욱 아쉬웠던 건, 레알의 컨디션이 정상적이지 못한 상태라 나폴리가 경기 내내 주도권을 가져갔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같은 공격작업을반복했다는 것이죠.
결국 나폴리의 장단점은 너무나 명확합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축구를 할 때는 엄청난 파괴력을 보여주다가, 그축구가 통하지 않을 때는 무기력한 경기를 보여주는 것이죠.
나폴리의 목표가 한 단계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면, 꼭 극복해야하는 문제가 아닐까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