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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노미노 May 06. 2017

바르샤의 3백과 측면 활용에 대하여

1.
 바르샤의 ‘미드필더의 기동력 저하’에 대한 문제를 ‘MSN의 공격력’으로 풀어가는 건 엔리케 체제의 가장 큰 특징입니다.

 과르디올라 체제의 후반기, 압도적인위용을 보여주던 바르샤의 티키타카가 조금씩 무너져 내릴 무렵부터 바르샤를 상대하는 한 가지 방법은 전방부터 압박을 시도하는 것이었죠. 후방부터 짧은 패스로 경기를 풀어가는 바르샤를 강하게 압박하고, 볼을빼앗는 것. 기동력을 잃은 바르샤는 상대의 압박을 쉽사리 벗어나지 못했고, 무기력하게 경기를 내주는 빈도도 점점 늘어났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바르샤는 MSN이라는 극강의 공격진을 갖추게 되고, 엔리케는MSN의 공격력을 극대화합니다. 상대가 바르샤를 강하게 압박하는동안, MSN은 상대 수비라인에 붙어서 공격에 집중하는 것이죠. 어찌보면역습에 가까운 방법이었죠.

 이러한 엔리케의 선택은 공수가 분리된 축구를 한다는 비판을 받지만, 트레블이란 성과를 거두게 됩니다. 티키타카라는 기존의 경기방법과는확실히 달랐지만, 공수가 분리된 축구라도 MSN이 공격을이끌면 괴물 같은 파괴력이 나왔죠. 상대가 수비라인을 단단하게 구축한 상황에는 MSN의 개인능력으로 골을 만들어 내기도 했구요.


(엔리케의 첫 시즌, 바르샤는 MSN 단 세명의 공격작업만으로 상대를 무너뜨리곤 했습니다.)


2.
 문제는 트레블이후입니다. MSN의 위력은 상대수비를 뒷걸음치게 만들었죠. 상대는더 이상 무리하게 전방압박을 시도하지 않습니다. 여전히 바르샤의 후방 빌드업은 불안하지만, MSN이 앞에서 기다리고 있기에 충분한 수비숫자를 유지한 채 전방압박을 시도하죠. 뒤로 물러서서 수비라인을 단단하게 구축하는 팀은 늘어만 갑니다.

 여기서 ‘미드필더의 기동력 저하’가 가져오는두 가지 문제점이 나타납니다.

 먼저, 공격상황에서 적극적인 쇄도가 이루어지지 못합니다. 아무리 MSN이라해도, 밀집된수비를 3명이서 파괴하긴 무리가 있죠. 결국 미드필더, 좌우 측면수비가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해주면서 상대수비를 흔들어줘야 MSN이플레이할 공간이 생깁니다.

 그러나 바르샤의 미드필더진은 MSN을도와주지 못합니다. 이니에스타의 기동력엔 문제가 있고, 라키티치는지쳐있고, 하피냐는 부상이 잦고, 투란이나 고메스는 팀에적응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죠. 결국 MSN은 밀집된 수비라인에고립됩니다.

 네이마르의 득점이 올 시즌 적은 것도, 이러한 MSN의 고립을 풀기 위해 네이마르가 페널티박스 근처에서득점을 만드는 플레이를 하기 보다는 측면에서 수비를 흔드는 데 집중해야 했다는 점이 꽤 크게 작용했습니다.

 두 번째 문제는 전방에서 역습을 끊어주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바르샤의티키타카가 위력적이었던 이유 중 하나는 상대수비지역에서 강한 압박이 가능했다는 점이죠. 공격에 많은선수가 참여하고, 수비라인이 높게 올라와 있어도 전방에서 볼을 차단해주니 역습을 쉽게 당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미드필더의 기동력이 사라진 티키타카는 전방에서 역습을끊어내지 못합니다. 이 순간부터 티키타카는 역습에 취약한 극단적인 공격축구죠. PSG전의 0-4 패배는 이 약점이 집약된 경기였습니다. 후방에서 PSG선수들이 볼을 끌고 올라오는데, 따라가지 못하고 실점하는 장면이 계속되었죠.

 결국 밀집된 수비를 공략하기 위해 공격에 참여하는 숫자도 많고수비라인도 높은데, 공격이 효율적이지 못해 MSN은 고립되고, 전방에선 역습을 저지하지 못해 역습에 취약한 축구. 이것이 엔리케의바르샤가 트레블 이후 보여준 모습입니다.

(트레블 이후, 바르샤를 상대하는 팀들은 MSN을 경계하며 역습을 선택합니다. 그리고 바르샤는 역습에 아주 취약한 모습을 보여주죠.)


3.
 바르샤의 이런문제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 PSG 전의 0-4 대패입니다. 미드필더의 기동력 저하’가 극에달했고, 큰 변화없이는 좋은 축구를 할 수 없는 게 더욱 명확해집니다.

 여기서 3백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쏠쏠한 성과를 얻죠. 엔리케 체제의 바르샤는 이전에도 분명 3백을 활용했지만, 3백을 메인 전술로 활용하는 흐름은 최근 2달 간의 경기운영에서 크게 두드려지는 특징입니다.

 엔리케는 또다시 문제를 ‘MSN의 공격력’을 극대화하는 방법으로해결합니다. 공격숫자를 늘려 상대수비에 큰 부담을 주고, MSN이플레이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MSN이 상대 페널티박스 근처에 몰려 있고, 좌우 측면은 넓게 벌려준 형태. 아주 공격적인 3백입니다. 역습에 취약한 건 여전하지만, 공격력을 극대화해 약점을 희석시켰죠. 실제로 최근 2달간 바르샤가 5~6골 대량 득점한 경기들은 3백을 사용한 경기였습니다.



(바르샤는 공격숫자를 늘려 3백을 사용하기 시작합니다. MSN이 중앙에 밀집하며 상대수비에 부담을 주고, 양 측면자원들이 넓게 벌려 MSN에게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이죠.)



4.
 문제는 제대로된 측면자원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특히 우측면이 심각한 상태인데, 알베스가이적한 이후 우측면을 책임질 선수가 없습니다. 세르지가 있지만 측면에서 공격작업을 진행하기엔 분명한한계가 존재하죠.

 그래서 우측면은 지난 3시즌동안 라키티치의 몫이었는데요. 3백에서도 여전히 라키티치가 우측면을 담당합니다. 메시가 중앙으로 움직이면, 라키티치가 중앙과 우측면을 오가며 움직이죠. 물론 이런 움직임은 중원 밸런스가 무너지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라키티치가측면으로 움직일수록 중원엔 공간이 발생하죠.

 이런 약점을 커버하기 위해서,엔리케는 우측 측면에 위치한 세르지를 중앙으로 이동시키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공격상황에서라키티치가 측면으로 나가면, 측면(수비 OR 미드필더)에 위치하던 세르지가 중앙을 커버하는 것이죠.


(세르지(붉은원)는 측면 미드필더로 출전했지만 공격상황에서 중앙에 위치하고, 라키티치(검은원)는 측면으로 움직입니다.)

(라키티치가 측면으로 움직이고 세르지는 중앙으로 움직이는 모습)


 

 

 그러나 측면과 중앙을 연쇄적으로 커버하는 플레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해서, 역습상황에서 여전히 라키티치의 자리가 비는 경우가 많습니다. 챔피언스리그8강 1차전에서 이런 모습이 극명하게 나타났는데, 역습상황에서 중원에 공간이 생기니 유벤투스가 측면에서 크로스를 올리지 않고 계속해서 수비 앞공간으로 연결하는경우가 많았죠.


 

(라키티치가 측면에 있기 때문에 역습 상황에서 중앙엔 공간이 생깁니다.)




5.
 좌측면에선 네이마르가상대측면을 허무는 역할을 맡습니다. 최근엔 3톱의 공격수가아닌 측면 미드필더로 나오기도 했는데, 측면을 스피드 있게 돌파할 선수가 없다 보니 네이마르가 측면에집중하게 되었죠.

 사실 좌측면에서 공격을 지원하는 역할은 최근 몇 시즌간 알바의담당이었는데요. 윙백이 없는 3백을 사용하다 보니 알바의자리는 자연스레 사라졌습니다. 네이마르가 나오지 않을 때에도 대신 나오는 선수는 투란이나 데니스 수아레즈죠.

 그러나 알바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생기는 문제는, 측면 공격숫자가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바르샤는 그동안 우측면 포워드가상대 측면 수비를 달고 중앙으로 쇄도하고, 비어있는 측면 공간으로 침투하는 알바에게 연결하는 형태의공격패턴을 아주 효과적으로 사용했죠. 측면에 네이마르 혼자 있다면 이런 공격패턴은 당연히 사용할 수없습니다.

(알바가 출전하지 않은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에선, 네이마르가 측면 수비를 끌고 중앙으로 들어가도 측면 공간으로 쇄도하는 선수가 없습니다.)

(반면 알바가 출전한 엘클라시코에서는, 수비가 중앙에 쏠린 사이 알바가 측면으로 쇄도해줄 수 있죠.)




 결과적으로, 네이마르가혼자 상대 측면수비를 허물어야 합니다. 네이마르의 개인능력이 뛰어나다보니 혼자 힘으로 측면을 허무는경우도 있지만, 유벤투스처럼 측면이 단단한 팀을 상대하면 문제가 생기죠. 네이마르는 챔피언스리그 1차전에서 유벤투스의 측면 수비와 측면 미드필더인다니 알베스와 콰드라도를 홀로 상대해야 했습니다.


(챔피언스리그 1차전에서 네이마르는 홀로 유벤투스의 측면자원들과 싸워야 했습니다.)



6.
 결국 바르샤가사용하는 공격적인 3백은 여전히 불안한 전술입니다. 워낙클래스 높은 선수들이 공격진에 포진해 있으니 극단적인 공격전술로 대량득점을 쏟아내고 있지만, 역습차단이안되는 건 물론이고 제대로 된 측면자원없이 3백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죠.

 물론 가장 큰 문제는 바르샤의 전술이 전혀 조직적이지 않아 보인다는점입니다. 공격숫자를 늘린다는 아이디어는 좋은데, 공격을만들어가는 과정이나 공격 후 역습을 차단하는 과정이 전혀 조직적이지 못하죠. 세부전술이 부족하다는 건엔리케가 바르샤에 부임할 때부터 듣던 지적인데, 마지막까지 극복하지 못하고 떠나는 것 같네요.

 어찌되었든 남은 리그 3경기에서도공격적인 3백을 활용할 가능성이 꽤 있는데, 우승경쟁의 중요한길목에서 남은 경기를 잘 치뤄낼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마침 이번 라운드에 비야레알을 만나네요. 비야레알의 최근 수비조직이 한창 좋을 때보다는 내려와 있는 것 같지만, 바르샤가어떻게 풀어갈지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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