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모나코의 젊은공격진은 ‘빠르고’, ‘기술적’입니다. 그리고이들의 개인능력을 조화롭게 연결시키기 위해 자르딤 감독이 선택한 방법은 ‘좌우 윙어들을 중앙으로 이동시키는 것’이죠.
좌우 윙어가 중앙으로 움직이며 얻는 공격적인 이점은 투톱(음바페, 팔카오)과 좌우 윙어(베르나르도 실바, 르마)가 서로 가까운 위치에서 공격작업을 할 수 있다는것입니다. 서로 주고 받는 콤비플레이가 수월해지고, 4명의공격수가 가깝게 위치하기 때문에 공을 주고 받는 과정에서 순간적으로 상대 수비숫자에 수적 우위를 점할 수 있죠.
물론 이런 공격 전술은 좌우 윙어가 플레이메이킹에 능한 선수들이기에가능하며, 상대적으로 부족해지는 측면공격은좌우 풀백(멘디, 시디베)이 높게 올라와 주는 것으로 상쇄합니다.
중앙에 4명의 공격수가몰려있고, 좌우 풀백이 올라온 상태. 아주 공격적인 형태입니다. 분명 역습의 위험이 있지만, 선수들의 기술적 능력과 기동력이 뒷받침되기때문에 이런 전술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좌우 윙어로 출전한 르마와 베르나르도 실바는 공격작업 과정에서 중앙에 위치합니다.)
2.
그러나 공격수들이몰려 있으면, 상대수비는 수비공간을 좁히기 수월해집니다. 공격진이간격을 좁히는 만큼 수비도 간격을 좁히면 되고, 공격수가 플레이할 공간이 줄어들면 수비하기 편해지죠.
그래서 모나코의 윙어들은 ‘애매한’위치에 머무릅니다. 중앙 미드필더 사이의 공간, 수비와 미드필더 사이의 공간. 수비하기 아주 어려운 위치죠. 대인마크를 하자니 수비대형이 무너져 수비에 공간이 생기고, 마크에소홀하면 금방 선수를 놓치게 됩니다.
수비 대형을 유지할 수 없도록 ‘애매한’위치에 서있는 것. 이게 모나코 공격전술의 핵심입니다. 상대 수비 사이에서 어슬렁거리다가 볼이 투입되면 순식간에 쇄도해 공격숫자를 늘리죠. 4명의 공격수들이 이리저리 움직이다 순식간에 모여 수적우위를 만들고, 콤비플레이를펼치는 것. 모나코의 공격이 위력적인 이유는 공격진의 이런 움직임이 아주 조직적으로 짜여 있다는 겁니다.
물론 이건 자르딤 감독의 역량이겠죠.
(중앙으로 들어온 모나코의 윙어들은 상대 선수들의 사이에 위치합니다.)
3.
결국 사방팔방으로움직이는 모나코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선 대인마크와 지역방어가 아주 유연하고 조직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리고유벤투스는 모나코를 상대로 좋은 수비를 보여줬죠.
우선 알레그리는 모나코의 윙어와 풀백을 수비하기 위해서 좌측수비는 만주키치와 산드루, 우측 수비는 다니 알베스와 바르잘리에게 맡깁니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생깁니다. 만주키치와 산드루는 측면 수비에서합을 맞춘 자원이라 쳐도, 왜 굳이 중앙 수비인 바르잘리를 기용해 다니 알베스와 측면을 수비하게 했을까요?
(유벤투스는 좌측면은 만주키치와 산드루, 우측면은 다니 알베스와 바르잘리에게 맡겼습니다.)
차라리 4백을 사용해 측면에 풀백과 윙어를 두는 게 모나코의 윙어와 풀백을 수비하는 더 간단한 방법일 수도 있겠지만, 바르잘리가 기용되는 3백을 사용하면서 얻는 이점은 모나코의 투톱에 중앙 수비가 수적 우위를 점하면서도, 때에 따라서는 바르잘리가 측면까지 커버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대인마크와 지역방어를 유연하게 유지하는 것’ 이게 다니 알베스와 바르잘리가 알레그리의 선택을 받은 이유입니다. 중앙과 측면을 오가는 모나코의 윙어를 따라 중앙과 측면에서 플레이할 수 있는 다니 알베스. 다니 알베스가중앙으로 움직일 때 생기는 공간을 커버하기 위해 측면으로 움직일 수 있는 바르잘리. 두 선수 모두 중앙과 측면을 오갈 수 있다는 점에서 수비 위치를 잡는 데 유연한 능력을 보여줍니다.
더불어 좌측면은 만주키치가 중앙과 측면을 부지런히 오가며 플레이할수 있고, 산드루가 측면수비를 책임질 수 있으니 자연스레 균형이 맞춰지죠.
4.
수비수의 멀티능력이유벤투스의 수비 조직을 유연하게 만든다면, 유벤투스의 수비 조직을 단단하게 만드는 건 ‘의사소통’입니다.
유벤투스와 모나코의 경기를 보면서 정말 감탄했던 점인데요. 수비에서 선수들이 말을 정말 많이 합니다. 서로 수비위치를 잡아주고, 마크할 선수를 말해주기도 하구요.
이것이 모나코 공격진의 애매한 위치선정을 막아내는 데 아주 결정적인역할을 합니다. 공격진의 위치가 애매하다는 것, 즉 공격수가수비 사이에 있다는 건 지역방어를 하는 수비에게 혼선을 준다는 것을 의미하죠. 예를 들어 중앙수비와측면수비 사이에 공격수가 서 있다면, 중앙수비가 공격수를 마크해야 할 지, 측면수비가 공격수를 마크해야 할 지 애매해 지는 겁니다. 이러다공간이 생기고 선수를 놓치는 것이구요.
유벤투스의 수비는 서로 말을 많이 하면서 공격수를 놓치는 상황을줄입니다. 아래 상황을 보면 이해가 쉬운데요.
다니 알베스(붉은원)가 모나코의 풀백 시디베를 막고, 바르잘리(검은원)는수비 앞 공간까지 진입한 베르나르도 실바를 견제하고 있죠. 자신의 수비구역 안에 있는 선수들을 마킹하는모습입니다.
그러나 베르나르도실바가 바르잘리의 수비를 벗어나려고 미드필더까지 내려갑니다.
바르잘리(검은원)가 다니 알베스(붉은원)에게 말해주고, 다니 알베스는 베르나르도 실바를 마킹하러 올라갑니다. 그리고 바르잘리는 다니 알베스가 마크하고 있던 시디베를 막기 위해 측면으로 움직이죠. 순간적으로 마킹하는 선수를 바꿔낸 것입니다.
(바르잘리와 다니 알베스의 움직임 움짤버전)
이처럼 유벤투스는상대 공격수가 자신의 수비구역을 벗어나면 재빨리 동료선수에게 말해주고, 서로 커버플레이를 펼칩니다. 수비대형을 유지하면서도, 상대 공격수들을 타이트하게 마크하는 것이가능했죠.
이리저리 움직이는 모나코 공격수를 막는 유연하고 조직적인 수비. 이건 알레그리 감독의 역량일 겁니다.
5.
유벤투스는 조직적인수비로 모나코의 공격을 막은 뒤, 모나코의 장점을 역이용하며 승리합니다. 모나코의 좌우 윙어가 중앙으로 움직이면서 생기는 단점은, 결국 측면에선수가 부족하다는 것이겠죠.
여기서 중앙과 측면을 오갈 수 있는 다니 알베스와 만주키치의 장점이 십분 발휘됩니다. 모나코의윙어들을 따라 중앙으로 움직였던 두 선수는 수비에서 공격을 전환되는 순간, 빠르게 측면으로 움직입니다. 공격에 집중하며 중앙에 위치하고 있던 모나코의 두 윙어는 수비 상황에서 측면으로 복귀하지 못하고, 유벤투스는 측면에서 수적 우위를 점하죠.
여기서 재미있는건 만주키치와 디발라의 움직임입니다.두 선수는 상대의 양 측면 수비수에게 붙어 있는 모습을 보여줬죠. 측면 수비수가 자신을마크하게 하고, 측면으로 올라오는 산드루와 다니 알베스에게 공간을 만들어 준 것입니다.
(유벤투스는 상대적으로 중앙으로 쏠린 모나코의 윙어를 공략해 측면으로 넓게 볼을 돌립니다. 이때, 만주키치가 측면수비에 붙어 산드루의 공간을 만들어주는 모습이 보입니다.)
유벤투스는 계속해서 측면으로 볼을 전개했고, 측면에서 수적 우위를 통해 좋은 상황들을 꾸준히 만들어 냈습니다. 득점또한 이러한 측면 공간의 우위에서 나왔죠. 역습 상황에서 알베스는 부지런히 비어있는 측면공간으로 움직였고, 여기서 정확한 패스가 연결되었습니다.
우측 풀백인 시디베가 좌측 풀백으로 뛰었기 때문에 플레이에 어려움을겪기도 했지만, 다니 알베스의 노련한 쇄도 타이밍과 완벽한 패스가 만들어낸 작품입니다. 동시에 중앙과 측면을 오갈 수 있는 알베스를 기용한 알레그리의 성공이죠.
(유벤투스의 두 골은 중앙에서 측면으로 움직여 줄 수 있는 알베스의 움직임이 돋보이는 장면입니다.)
6.
유벤투스의 실수가몇 차례 나오면서 결정적인 기회를 맞이하기도 했지만, 전반전에 자신의 플레이를 제대로 펼치지 못했던모나코는 후반전에 변화를 줍니다.
음바페가 바르잘리에게 붙어 움직이면서 바르잘리를 측면으로 끌어내는 겁니다. 이런움직임은 모나코가 측면에서 수적 우위를 가질 수 있게 만들었고, 단단한 유벤투스 수비진을 혼란에 빠뜨리는데 성공하죠.
앞서 살펴본 것처럼 풀백(산드루)과 측면공격수(만주키치)가측면을 수비하는 좌측면과 달리, 유벤투스의 우측면은 풀백(다니알베스)과 중앙 수비수(바르잘리)가 측면을 수비하죠.
여기서 문제는 측면 공격수를 마크하지 않아도 되는 키엘리니에비해, 바르잘리는 이미측면 공격수를 마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음바페가 바르잘리 쪽으로 넓게 움직이게 되면, 바르잘리는 두 명의 선수를 상대해야 하는 것이죠. 더군다나 음바페는빠른 주력을 가지고 있고, 바르잘리보다 17살이나 어립니다. 바르잘리가 아무리 준족이지만 이런 상황은 아주 부담이 되죠.
(음바페가 측면으로 움직이면서, 바르잘리(검은원)가 두 명의 선수와 대치하는 장면이 종종 발생합니다.)
모나코는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이런 점을 공략합니다.음바페는 측면으로 돌아나가고, 혼란스러워진 유벤투스 수비진엔 조금씩 균열이 생기죠. 모나코는 측면에서의 수적 우위를 통해 몇 차례 결정적인 찬스를 만들어냅니다.
(모나코는 음바페와 바르잘리의 경합상황을 계속해서 만들어냅니다.)
균열이 생긴 탓인지 후반전 내내 유벤투스 수비는 많이 불안정했습니다. 수비진에서 몇 차례 실수가 나왔고, 특히 산드루와 만주키치가 측면에서선수를 자주 놓치며 크로스를 계속해서 허용했죠.
이과인의 두 번째 득점과 부폰의 선방으로 후반전도 승리하긴 했지만, 모나코의 변칙 전술은 경기를 뒤바꿀 수 있을 만큼 위협적이었습니다.
7.
유벤투스와 모나코의 챔피언스리그 4강전 1차전 경기는 두 감독의 전술 대결이 돋보이는 경기였습니다. 알레그리가 모나코의 물오른 공격력에 대비한 수비 전술을 잘 짜왔고, 자르딤감독은 공격이 원활하지 않자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변화를 줬죠.
2차전은 1차전과비슷하게 측면에서 승부가 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는데요. 모나코는1차전의 후반전처럼 밀집된 유벤투스의 수비를 흔들기 위해서 측면을 집중적으로 공략할텐데, 유벤투스가어떻게 방어해낼지 기대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