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금은 애처롭다.
2023년 7월 21일. 오늘은 금요일이다. 회사의 정문을 나서는 순간, 알 수 없는 기분이 몰려왔다. 뿌듯함과 대견함, 그리고 긴장감이 한순간에 풀어지는 그런 기분. 하늘을 나는 듯한 설렘이었다. 정확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분명 익숙한 감정이었다. 내가 매주 금요일마다 느끼는 감정이었으니까.
풍경 좋은 연남동 카페에서 글을 쓸까, 친구와 술을 마실까 고민하던 난 결국 집으로 향했다. 생각보다 김 빠지는 결론이었지만, 여전히 설렜다. 버스 정류장의 공기마저 산뜻하게 느껴졌다.
입사 초기에는 이 감정을 가볍게 생각했다. 소위 말하는 ‘불금’에 대한 가벼운 설렘이라 치부했다. ‘불금’이 도래한 건 2012년, 토요일이 ‘놀토’라는 애매한 정체성을 지나 온전한 휴일이 되었을 때였다. -5일을 일한 자여, 금요일 지금 이 시간부로 넌 자유니라- 불금은 짧은 2.5일간의 자유를 되찾은 사회인의 일탈이었다.
하지만, 난 곧 깨달았다. 적어도 나에게 불금은 ‘일탈’의 개념이 아니었다. 불금에도 나의 귀가 시간은 평소와 비슷했고, 하는 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나를 설레게 한 건 불타는 금요일도, 설레는 주말도 아니었다. 생각해 보니 이유는 단순했다. 평일이 끝났기 때문이었다.
평일의 난 늘 긴장 상태로 얼어 있다는 걸 깨달았다. 평일의 난 진짜 내 모습이 아닌 ‘사회인 248’이 되어, 긴장 속에서 평일을 보낸다. 혹여 그 껍데기가 벗겨지지는 않을까 매일 껍데기를 매만진다. 금요일은 그 껍데기를 풀어내는 날이다. 나의 모순된 껍데기에서 해방되는 날이다. 그 해방감은 시험기간이 끝나고 노래방으로 뛰어갈 때의 심정과 비슷하다. 매주 금요일, 집으로 가는 버스 정류장에 앉아 숨만 쉬어도 좋은 이유였다.
그날 이후, 난 나에게 미안해졌다. 나의 불금은 애처로웠다. 월화수목, 그리고 금요일 퇴근시간 전까지 다른 이로 살아가는 자의 서글픔이었다. 이 글을 쓰는 오늘도 난 아직 껍데기에서, 찰나의 해방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부끄러운 글이 마무리되고, 이 글은 올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철없는 사회인의 의미 없는 징징거림으로 느껴질까 걱정되었다. 하지만 이내, 이게 나만의 고민은 아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스쳤다. 입사한 지 3년 된 김대리도, 18년 된 박 부장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을까. 아늑한 월급을 버리지 못한 몇몇의 사회인들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까. 결국, 난 언젠가 삭제할지도 모르는 글을 올려버렸다. 때로는 누군가 비슷한 고민을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위로가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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