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힙하고 싶다.

1년 전 성수를 갔을 때의 일이다.

by 펜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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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사는 나에게 성수는 너무 멀다. 성수가 힙함의 상징으로 떠올랐을 때 난 선뜻 성수에 가지 못했다. 그렇게 벼르던 성수에 갔을 때 난,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처음 마주한 성수는 한적했다. 나를 데려온 친구는 기다려보라는 말만 되뇌며 꽤나 자신만만한 얼굴로 나를 한 카페에 데려갔다. 간단한 간판 하나 단 입구를 지나자 입이 떡 벌어졌다. 길거리에 있는 모든 사람을 그 카페에 가져다 놓은 것 같았다. 카페는 수 십 명의 사람들로 북적였다. 카메라로 빵을 찍는 이, 핸드폰으로 자신을 찍는 이, 그냥 포크로 빵을 찍는 이... 모습은 제각기 달랐지만, 약속한 공식이라고 있는 듯 그들은 비슷한 행동들을 반복했다. 그런 그들에게 자유로운 힙함이 느껴지기보다는 뭐랄까, 답답해 보였다. 수족관에 갇힌 물고기들처럼 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멋들어진 잔에 든 커피가, 맛없었다.

실망스러운 성수 구경을 마치고,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어느 날, 난 TV에 나오는 ’volvo‘ 자동차 브랜드 광고를 보게 되었다. volvo 사망사고가 0건이라 강조하는 그 광고는 자동차의 안전성을 강조한 광고였다. 오랜 시간 그 광고는 내 기억 속에 남았다. 그 광고는 내가 지금까지 본 어떤 광고보다도 힙했다. 아마 돈이 있었다면, (그보다 먼저 운전면허증이 있었다면) 나는 volvo를 샀을 거다.

그때 깨달은 건 ‘힙함’은 겉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나다움'을 외치는 힙함은 본질을 따를 때 드러난다. 힙합 오디션에 나온 고등학생 래퍼가 잘 다려진 교복을 입고 나왔을 때, 카페가 좋은 커피를 선보일 때, 자동차가 운전자의 안전을 지켜줄 때, 힙함은 그럴 때 나온다.

난 힙하고 싶다. 그런 삶을 위해서는 우선 무엇이 나의 본질인지 정의해야 하고, 그것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걸어야 할 듯하다. 아마 내가 앞으로 힙함을 좇아 성수에 갈 일은 없을 듯하다. 어쩔 수 없다. 회사 앞 2분 거리에 있는 2,800원 아메리카노가 더 힙한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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