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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은채 Nov 08.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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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초 브런치 프로젝트 2023  2기 수강생이되다.

주말 혼자 집 있는 시간이 어색하다. 이렇게 조용할 수가. 수족관 모터소리. 공기청정기 소리. 냉장고 소리.

늘 같은자리에서 소리를 냈을 텐데 이제야 귀에 들려온다. 내 가슴속의 외침처럼.


노트북 타자를 두드리자 '이제 내 차례야' 라며 키보드소리는 다른 소리를 덮어버린다. 타다타다다 키보드에 닿는 손끝 감각과 소리가 격하거나 지나치지 않을 만큼 딱 좋다. 마지막으로 혼자 집에 있던 날이 언제더라.


8년 전. 임신 7개월 차 두 달가량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있었다. 어지럽히는 사람도 없는데  닦고 또 닦고 가구 위치도 이리저리 자주 옮겼다. 그날은 침대를 옮기고 싶어 매트리스와 씨름을 하다가 결국 사고를 치고 말았다. 매트리스는 예상보다 무거웠고 아랫배 힘을 많이 준 탓에 그날부터 출산까지 6인실 병실에서 3개월간 단체생활을 하는 신세가 됐다. 그날이 마지막이다.


출산 후에는 늘 아이와 함께였고 돌이 되기 전 신랑과 일을 했다. 매일새벽 우리는 나란히 출근해 같이 일을 하고 아이를 픽업해 집으로 오는 게 일상이었다. 코로나팬데믹을 계기로 혼자계시던 친정엄마와 살림을 합치게 되어 혼자만의 시간은 더 멀어졌다. 갈망하지도 않았다. 직장에서나 집에서나 늘 곁에 있는 이들이 필요했고 감사하기에 어쩌면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다는 생각은 반칙이었다. 이기적인 생각은 내면 깊숙이 밀어 넣었다. 항상 큰딸을 응원하는 친정엄마. 나를 자기 자신만큼 아끼는 신랑.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사랑스러운 아들. 자기 일처럼 임해주는 직원들. 함께 시간을 공유하는 것은 당연했다.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다는 불씨를  후후 입으로 불었지만 불면불수록  불씨는 살아났다.


내 안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싶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있는가? 내가 진정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 윤은채라는 사람이 갖고 있는 생각의 구조. 의식의 시작과 끝이 늘 뒤죽박죽이었다. 정리가 되지 않았다.

심리학을 전공했어도 심리분석사자격증은 의미도 없이 내 안의 나를 알지 못했다. 그즈음 김미경 TV에 소개된 정신과전문의 양찬순 박사가 집필한 [명리심리학]을 읽게 되었다. 동양의 명리학과 서양정신의학과를 접목한 환자상담이 매우 효과적이라는 이야기. 명리학은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태도를 알 수 있는 학문이라는 내용. 나에게 필요한 수업이라 생각했다.


신랑에게 이야기한 지 3일 만에 1000만 원이라는 3년 치의 수강료는 지불되었고, 책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명리학 수업을 듣고 있었다. 추진력은 둘째가라면 서러운 신랑이기에 배움에 있어서 늘 관대한 신랑이다. 명리는 운명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잠재되어 있는 능력을 찾아가는 과정을 다루는 학문이다. 내 삶에 채우고 싶은 게 무엇인지 조금씩 알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 어떻게 하지? 다시 도돌이표 다.


이유식매장을 8년째 운영 중이다. 이유식책을 집필하는 것이 가슴 짜릿한 소망이자 나에게 준 숙제다. 대학시절엔 추리소설을 좋아했고 추리소설 작가가 되고 싶다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꿈도 있었다. 글 쓰는 재주가 없으니 그 꿈은 입밖에도 내 본 적이 없다. 말하기는 자신이 있으나 글쓰기는 늘 자신이 없는 분야다. 그렇기에 이유식책을 쓰고 싶어서 많은 공부와 자료수집만 하고 있을 뿐 늘 막연했다. 그러던 내가 브런치작가가 되었다. 이제 더 이상 막연하지 않다.

2학년이 된 아이의 초등학교 학부모상담이 시작되는 학기 초 [슬기로운 초등생활]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 선생님 말씀을 잘 듣는 편이라 화면 속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했다. 전화상담보다 대면상담으로 담임선생님을 뵙고 인사를 드리라는 조언에 1학년때는 가지 않았던 학부모상담을 다녀왔다. 방학을 알차게 보내는 방법 역시 알려주신 대로 계획을 짜고 아이와 매일 읽고 쓰는 루틴을 실천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유튜브에서 시작된 이은경선생님 바라기는 인스타그램. 책. 브런치 프로젝트. 까지 이어졌다.


학부모들과 교류가 없어 아이교육. 대화법을 알기 위해 시청했던 유튜브가 어느 순간부터는 나를 위한 영상이었고 위로였다. 이은경선생님의 글에서는 교육정보 외에도 많은 깨달음과 감동 눈물이 보였고 응원하고 싶었고 배우고 싶었다. 아이를 대하는 마음가짐. 삶을 살아가는 태도. 내가 배우고 싶은 어른의 모습 그대로였다. 그런 선생님에게 뭐라도 배우고 싶었다. 글쓰기가 아니라 춤이었어도 배웠을 거다. 솔직한 내 심정이다. 브런치프로젝트라서 다행이었다. 글쓰기와 친해지면 '이유식책 집필에도 도움이 되겠구나'하는 생각으로 [브런치프로젝트 2023]을 지원했다. 글쓰기의 설렘보다 선생님의 수강생이 되는 설렘이 더 컸다.


매주 금요일[브런치프로젝트 2023]은 아기초음파를 보러 가는 날만큼 설레는 기다림이다. 함께 글을 쓰고 공감하고 격려해 주는 동기라는 선물까지 주신 이은경선생님께 대단히 감사하다. 글쓰기 수강생이 된 지 한 달이 되어간다. 어렵지만 노력한 과정이 큰 힘이 된다는 선생님의 말씀을 믿는다. 뒤죽박죽 엉켜있는 마음과 생각을 글로 옮겨담으려고한다.

도움닫기는 시작되었다.날마다 구름판을 박차고 힘껏 뛰어오르는 기분이다.  


지난 3주간 4시간 이상 수면을 취한 적 없어 토끼눈을 하고 있지만 정신은 숙면을 취하고 일어난 것만큼 개운하다. 읽고 쓰는 앞으로의 내 삶에 당장 어떤 일이 일어나지 않아도 상관없다. 이 과정을 즐기리라.

내 삶을 앞으로 어떻게 채울지 끊임없이 내 생각을 글로 정리하고 싶다.

사진출처 : pixabay


이미 충분히 바쁜 스케줄에 글까지 쓰겠다며 좀비처럼 걸어 다니는 사고뭉치여편네에게 친히 노트북과 책상을 선사해 준 신랑에게 깊이 감사한다. 그 보상으로 희찬이와의 저녁시간을 몽땅 양보하겠다. 항상 서툰 글을 읽어주는 여동생에게도 고맙고 응원해 주는 친정엄마에게도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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