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면 4시 59분. 알람이 울리기 1분 전 휴대폰을 들고 방에서 나온다. 아이가 깰까 조심스럽게 방문을 닫고 욕실로 들어간다. 세수와 양치를 하고 드레스룸으로 들어가 체중계에 올라간다. 몸무게 측정 후 어제 미리 꺼내놓은 옷으로 갈아입는다. 화장대 앉아서 시계를 보면 어김없이 5시 10분.
단련된 손놀림으로 화장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눈앞에 있는 가장 먼저 보이는 것부터 바른다.
스킨로션 크림 같은 건 주말에만 바른다. 선크림도 바르기 시작한 지 2년 되어간다. 매장에만 있으니 미끄덩거리는 선크림이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기미가 심하게 올라오면서 여동생의 잔소리가 심해지고 선크림을 사다 주니 어쩔 수 없이 바르게되었다. 선크림을 바르고 비비크림을 바른다. 비비크림이 먼저보이면 비비크림을 바르고 그 위에 선크림을 바른다.
아이라인을 제자리에 놓고 시계를 보면 5시 20분. 그즈음 신랑도 씻고 드레스룸으로 들어온다.
신랑이 옷을 입는 사이 물 한잔을 마시고 희찬이 가방과 옷을 잘 꺼내두었는지 확인 후 집에서 둘이 나서는 시간은 5시 25분에서 30분 사이. 친정엄마와 아이가 자고 있을 시간이라 도둑고양이 마냥 문을 닫고 나온다.
매장도착하면 5시 40분. 저혈압으로 4시30분 기상에서 5시기상으로 늦춰졌을 뿐 8년째 같은 패턴이다. 그 시간부터 오후 4시까지는 열손가락이 쉴 수 없이 바쁜 시간이다. 매장방문 상담이 많은 날은 더 늦어진다. 일하는 동안 말 은 할 수 있으나 손 은 쉴 수 없고 입과 귀는 전화상담을 해야 하며 간단한 상담은 직원이 한다. 이유식 먹이는 방법. 이유식 단계 같은 중요한 카톡상담은 직원이 읽어 주고 내가 답하면 직원이 적어 보낸다. 그 순간도 손은 쉴 수 없다. 이유식 매장 은 그런 곳이다. 손 이 아주 많이 간다.
쿠팡에서 이유식을 팔지 않을 때는 저녁 8시까지 하루 14시간 이상을 꼬박 서서 쉬지 않고 일을 했으니 현재 10시간 일하는 건 감사하다. 2년 전부터 쿠팡에서 할인쿠폰을 쏟아부으며 다음날 새벽이면 배송해 주는 이유식을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우리 이유식 에만 목을 매던 손님들은 선택의 폭이 넓어졌고 주문량은 줄었다. 줄어든 주문에 감사해하고 있다. 그 정도로 죽을 만큼 힘들었다. 지금은 죽지는 않을 만큼만 힘들다. 마케팅이나 광고 없이 꾸준히 손님들의 소개로 현재 도 6명이 일하고 있다. 매장은 6시까지 이지만 목디스크로 수술까지 하고 나니 건강의 중요성을 깨닫고 가급적 4시 이후에는 매장에서는 퇴근하고 집에서 카톡과 전화상담을 하려고 했다.
우리 부부는 4시에 퇴근한 첫날부터 할 일을 찾았다. 몸뚱이가 쉬는 게 어색한 거였다. 주방은 모든 작업을 고개를 숙이고 해야 하니 직원들에게 맡길수있는 일은 맡기고 4시에는 가게에서 나오기 시작한건 잘한 일이다.
시간을 많이 들이지 않고 수입을 만들 수 있는 일을 물색했다. 무인매장이 늘어나는 추세이기에 그걸 놓칠 리 없는 신랑이었다. 무인커피숍은 투자비용이 4000만 원 이상 들어가서 패스. 무인빨래방은 투자금이 억으로 들어가서 패스. 무인문구점은 물건 세팅이 번거롭고 시간투자가 많을 것 같아서 패스. 무인 아이스크림 매장은 투자비용이 적고 업체에서 아이스크림을 넣어주고 간다. 대금도 후불제이다. 냉동고까지 빙그레 롯데 해태에서 대여해 주는 시스템이라 투자비용이 적게 들어간다. 옳거니! 무인아이스크림매장으로 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