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펜얼티밋 Jul 21. 2022

워커웨이 주의사항


워커웨이는 불뮨율이 많은 여행법이고 사람 사이에서 눈치를 봐가며 하는 여행이다. 돈을 내지 않는다고 전혀 편한 여행이 아니다. 아주 불편한 여행이다. 손 가는 것도 많고 준비할 것도 많다. 여행 계획에만 몇 달을 매달려야 하는 경우도 많다. 다음은 그 몇 달 동안 무엇을 고려하고 준비해야 하는지에 관한 내용이다.


* 워커웨이 주의사항 *


첫째, 워커웨이는 단순히 주 25시간의 노동과 무료 숙식의 교환이 아니다. 타인의 집에서 하루 정확히 5시간 일을 해준다기보다는 한집에 사는 식구가 되어 서로 필요할 때 도와주는 관계에 더 가깝다. 워커웨이는 유명한 곳을 구경하는 게 아니라 현지에 녹아들어 문화와 사람들을 깊숙이 체험하는 데 특화되어 있다. 이걸 최대한 이용하고 싶다면 사람과 관계에 집중하는 게 좋다.


 둘째, 호스트 프로필과 리뷰는 하나하나 정독해야 한다. 아무 호스트하고나 연락해서 약속을 잡는 것만큼이나 서로에게 독이 되는 시작도 없다. 호스트에게 필요한 도움의 종류가 무엇인지, 다른 워커웨이어와 방을 같이 써야 하는지, 하루 세 끼를 제공하는지(아닌 곳도 있다) 등 세심히 살펴야 할 사항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여행 중 만났던 한 아일랜드 친구는 누디즘 커뮤니티의 프로필을 제대로 읽지 않고 약속을 잡았다가 호스트가 다 벗은 채로 픽업을 나와 놀란 적이 있다는 일화를 말해주었다.  리뷰도 마찬가지다. 별 다섯 개 리뷰가 스무 개라 할지라도 하나하나 읽어보길 강력히 권한다. 워커웨이 웹사이트는 쌍방 리뷰이기 때문에 호스트가 자신에게 낮은 별점을 줄 것을 걱정한 워커웨이어들이 리뷰를 높게 주는 경향이 있다. 껄끄러운 경험을 했더라도 웬만하면 집을 나오고 그냥 리뷰를 남기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별 다섯 개 리뷰라도 단어 하나하나 꼼꼼히 읽어가며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렸지만' 이라든가 '초반에 힘들었지만' 등의 표현이 있는지 살피는 걸 추천한다. 완곡어법일 가능성이 높다. 물론 하나의 단어로 호스트가 어떤 사람인지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각오는 하는 게 좋다. 하지만 판단은 어디까지나 본인의 몫이며 차이를 받아들이는 태도에 따라 같은 호스트라도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셋째, 만약 호스트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자신과 맞지 않는다면 신속히 다른 호스트를 구해서 나오는 게 참는 것보다 낫다. 내가 경험한 네 번의 워커웨이 중 두 호스트 패밀리는 다시 찾아갈 정도로 가족 같은 관계를 만들어주었고 한 호스트 패밀리는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따뜻하게 챙겨주었다. 그러나 마지막 문제의 호스트 패밀리 중 한 명은 자신을 나의 상사처럼 생각했고 여러모로 맞지 않았다. 본인이 성격 차이로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나 대화로 해결될 정도라면 괜찮지만 앞뒤 꽉 막혀서 다른 사람 말 듣지 않는 호스트와는 개인적으로 최대 2주를 한계로 잡는다. 이럴 때는 버텨봤자 나만 힘들다. 그냥 나오는 게 상책이다. 


넷째, 가서 있다보면 영어가 늘겠지, 같은 안일한 생각은 하지 말기를 바란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영어를 거의 알아듣지도 못하는 상태로 나가는 건 최악이다. 현지에 가서 부딪치는 게 최고의 영어 공부법이라는 말은 일면 진실이지만 아무 노력하지 않아도 마법처럼 영어실력이 느는 것은 아니다. 못 알아들어서 답답하고 소외되고 다른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는 상황 속에서 스트레스 왕창 받으며 본인이 능동적으로 공부해야 체감하지 못할 정도로 늘까말까 하다. 모르는 것에 대해 찾아보지 않고 물어보지 않고 기억하려 하지 않는다면 모든 것은 그냥 한 귀로 흘러나갈 뿐이다. 동시에 영어를 거의 하지 못하는 상태로 가는 것은 호스트에게도 큰 불편이 된다. 일을 도와주러 온 사람이 일에 대해 아무것도 알아듣지 못해 자기가 오늘 뭘 해야 할지 감도 잡지 못하고 있다면 혹은 정반대 방향으로 일을 하고 있다면 이는 그저 군식구일 뿐이다. 호스트 패밀리가 완벽한 영어 회화를 바라는 것도 아니다. 그저 키워드라도 알아듣고 간단하게나마 자기 의사 표현을 할 줄 아는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적어도 민폐는 되지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


다섯째, 호스트의 하우스룰을 존중하자. 우리에게는 여행지이지만 호스트에게는 집이고, 그들은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술 마시지 않기, 욕설하지 않기(보통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당연한 이야기다), 변기뚜껑 꼭 닫기, 개는 위층에 데려가지 않기 등 대부분 이해가 가능한 것들이다. 그리고 기본적인 청소, 설거지, 때에 따라서는 요리와 빨래 등 같이 사는 사람으로서 마땅히 나눠야 할 집안일도 함께 하는 것이 워커웨이의 상식이다. 이 정도는 생각하고 있자. 



* 워커웨이 호스트 고를 때 고려해야 할 점


대부분의 호스트 프로필은 대충 읽으면 지상낙원처럼 완벽해보인다. 그러나 프로필을 읽을 때는 본인에게 맞는 호스트인지를 고려해야 하고, 하루일과가 어떠할지를 머릿속에 그리며 읽어야 한다. 대충 괜찮아보여서 덜컥 약속을 잡았다가 본인과 맞지 않아 스트레스만 잔뜩 받고 올 수도 있다.     


○ 호스트의 위치가 어디인가

도시 관광보다 호스트 집에서 사람들 사귀고 관계에 집중하고 싶다면 외진 곳도 괜찮고, 주말마다 도시 관광을 다니고 싶다면 도시에 사는 호스트를 구하는 게 좋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도심보다 교외 혹은 심지어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깡촌에 사는 호스트가 많기 때문에 도심에 사는 호스트보다는 도시 근교에 사는 호스트를 찾는 게 더 쉽다.


○ 가는 교통편은 어떠한가

호스트가 픽업을 나오는 가까운 기차역, 버스 정류장 이름을 구글맵에서 확인하고 배차간격, 티켓 가격 등을 고려해야 한다. 호스트와 자신의 스케쥴에 대한 상의를 마치고 나면 그 날 픽업을 나와줄 수 있는지 확인한 후 티켓을 구매해야 한다.     


○ 내가 가는 시기에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게 되는가

예를 들어 농장의 경우 겨울에는 유지보수, 봄에는 파종, 여름에는 작물관리 등 계절에 따라 하는 일이 다르다. 내가 가는 달에는 무슨 일을 하게 되는지 미리 확인과 그에 대비한 준비가 필요하다. 프로젝트처럼 진행 차도에 따라 달라지는 일이 아니라 비슷한 일이 반복되는 농장, 일반 가정집의 일손 돕기 등의 경우 호스트와 연락을 하기 전 리뷰를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 훑어볼 수 있다. 호스트 프로필에는 작물관리라고 애매모호하게 써있는 일을 리뷰에서는 올리브나무 가지치기 이런 식으로 정말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식이다.     


○ 누구와 함께 지내는가

몇 명이 사는가, 아이가 있는가, 기르는 동물이 있는가 등을 미리 확인하고 자신과 맞을지 생각해보는 절차가 필요하다. 고양이가 있는 집, 아이가 어린 집, 3세대가 같이 사는 집 등 본인이 특정 동물의 알러지가 있다거나 혹은 사람 많고 복잡한 집은 싫다거나 한다면 그 기준에 맞춰 맞는 집은 더하고 아닌 집은 빼면서 추려가면 된다.

그리고 얼마나 많은 워커웨이를 동시에 받는가도 살펴야 한다. 세계 각국에서 온 여행자들과 복작복작 열 명 넘게 함께 지내고 싶은지 아니면 워커웨이어는 본인뿐인 혹은 본인 외 한두 명뿐인 집에서 현지 문화에 완전히 녹아들어 지내고 싶은지에 따라 호스트를 골라야 한다.     


○ 어디에서 지내는가

다른 워커웨이어와 방을 함께 쓸 수도 있고, 호스트와 같은 집에서 지낼 수도, 아니면 별채 같은 공간에서 따로 지낼 수도 있다. 본인에게 중요한 부분이라면 대부분 호스트 프로필의 Accommodation과 What else 칸에 나와있으니 확인을 권한다.     


○ 집에 와이파이가 있는가

없는 집도 있어? 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모든 나라가 한국처럼 통신 환경이 좋은 건 아니다. 호스트 사정상 와이파이가 없는 곳도 있다. 내가 이탈리아 시골에서 지낼 때는 집 1층 공사가 완전히 끝나지 않아 와이파이가 없었고 건물 안에서는 아예 휴대폰 전화 시그널조차 뜨지 않아 데이터도 쓸 수 없었다. 여행 중 인터넷으로 일을 해야 한다거나 가족들과 연락을 해야 한다거나 사정에 따라 인터넷이 꼭 필요하다면 미리 호스트에게 확인해야 한다.     


○ 호스트의 생활 방식이 어떠한가

호스트가 출장이 잦아 집에서 혼자 또는 다른 워커웨이어들과 집을 보는 일이 있을 수도 있고, 농장에서 함께 일하며 하루종일 같이 있을 수도 있는 등 호스트의 생활 방식과 일에 따라 경험이 완전히 달라진다. 주로 호스트 프로필과 리뷰를 꼼꼼히 읽으면 알 수 있으니 호스트에게 메일을 보내기 전 살피는 게 좋다.

식단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본인이 특정한 식이를 요구한다면 호스트를 고를 때 참고해야 한다.      


○ 얼마나 일하는가

기준 노동 시간은 주 최대 25시간이고 대부분의 호스트들이 평일 5시간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하루 6시간씩 최대 30시간을 바라는 호스트도 있고 평일에 쉬고 주말에 일해주길 바라는 호스트도 있다. 워커웨이는 신뢰를 기반으로 한 플랫폼이다. 배려와 양심을 바탕으로 서로 도움이 필요할 때 배려해주면서 가족처럼 도와주는 게 이상적이다. 그러나 다 사람 사는 세상인만큼 이득을 취하려는 호스트도 분명 존재한다. 워커웨이어를 공짜 노동력으로 부려먹으려는 이도 있고 오늘 일은 끝난 것 같다 확실히 말하지 않으면 자기는 모르쇠 계속해서 일을 시키는 호스트도 있다.

리뷰를 꼼꼼히 읽으면 어느 정도 냄새를 맡을 수는 있지만 워커웨이 자체가 모험인 만큼 최대한 피하되 약간은 모험을 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 호스트를 만난다면 호스트에게 말하고 집을 나온 후 리뷰를 남기고, 심각한 경우 웹사이트 측에 연락을 취해야 한다.     


○ 언제 얼마나 방문할 수 있는가

호스트 프로필의 Availability를 살펴서 언제 워커웨이어를 받는지 확인해야 한다. 겨울이나 특정 달에는 워커웨이어를 받지 않는 호스트도 꽤 많다. 무턱대고 호스트에게 메일을 보내는 것보다 호스트가 제시한 정보를 다 읽어보고 그에 맞춰서 메일을 작성해야 한다. 우측 상단의 Min stay requested도 확인하고 최소 스테이 가능한 기간이 자신이 희망하는 기간과 맞는지 봐야 한다. 많은 호스트들이 장기 스테이를 선호한다. 1주를 머물고 싶은데 최소 기간이 2주부터라면 다른 호스트를 찾거나 호스트에게 메일을 보내 혹시 1주도 가능한지 확인해보는 방법이 있다.     



앞서 말했듯이 워커웨이는 일반 여행보다 훨씬 힘들고 눈치를 많이 봐야 하는 여행이다. 그렇다고 내가 을이 되는 여행은 아니지만 내가 더 아쉬운 처지가 되는 것은 맞다. 그러니 신중히 생각하고 도전하기를 바란다.


작가의 이전글 39. 내 하루가 호스트의 하루에 종속되지 않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