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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펜바스 컬처뉴스 Aug 01. 2017

다른 누군가의 꿈을 위해,
과외 선생님으로 산다는 것

Life Stories - 펜바스 컬처뉴스

(이 글은 펜바스 컬처뉴스 '데일리 라이프' 취재를 통해 작성된 실제 이야기입니다)


이 글을 써 내려가는 본인은 경력 4년 차의 과외전문 선생님으로 중고등학생을 맡고 있고, 과목은 영어와 국어 그리고 논술 특화이다. 나의 업무는 단순한 편이다. 전문과외업체의 지역 지사(사무실)에 출근한다. 아침 출근길에 사 온 커피를 후루룩 마시며 그날의 스케줄을 체크하고, 교육과정이 비슷한 다른 선생님들과 간단한 회의를 한다.


시험기간에는 우리 지역 학교들의 역대 내신 문제들을 본다. 선생님들마다 스타일이 다 다르기 때문에 회의가 길어질 때도 있다. 어찌 보면 그런 부분이 1인으로만 단독으로 움직이는 개인과외선생님 보다 과외선생님들이 모인 전문과외업체들의 장점이기도 하다. 선생님들 개개인의 스타일은 결국 다양한 경향의 모의문제를 출제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그렇기에 내신에 자신이 있다고 광고하는 부분은 당연한 것이다.


학생들은 많은 스타일의 선생님들이 만든 모의 시험지를 받아 시험대비를 한다. 내신시험이 무엇인가? 한 학년 과목별 담당 선생님 서너 명 정도가 낸 시험 아니던가? 과외업체는 20여 명의 선생님이 마치 수능 문제를 출제하듯, 저마다의 스타일대로 문제를 낸다. 문제풀이의 응용력을 기르는 훈련에서 개인과외와 비할 바가 아니게 되는 것이다.


몸담고 있는 곳의 설명은 이쯤에서 끝내도록 하고 개인적인 직업, 그리고 삶과의 연계를 이야기해야겠다. 사실 본인의 꿈은 선생님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아르바이트로 다녀 본 학원에서 의외의 적성을 찾았고, 또 한편으론 많은 학생들을 대하고 관리하는 부분에서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다른 아르바이트가 없을까 하고 기웃거리던 찰나에 마침 전문과외업체의 구인공고를 보고 인턴을 지원하게 되었고 지금은 고정 선생님이 되어 살아가고 있다.


직업적인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아무래도 학생들의 과외시간 범위는 정해져 있기에 출근시간도 일반 직장인에 비해 느지막한 편이고, 어쩌다 스케줄이 많이 나오지 않는 날엔 반차를 쓴 것처럼 여유가 찾아오기도 한다. 다만, 시험기간에는 다소 늦은 밤 시간까지 과외를 하곤 한다. 경력이 좀 더 쌓이면 재수생 학생들을 배정받는다고 하는데, 재수생들은 오전 시간에도 과외를 신청하는 경우도 있다 한다.


처음에는 그러지 않았었는데,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자연스레 행복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가르칠 땐 힘들지만 학생의 성적이 오르는 것을 보면 직업적인 보람이 상당하다. 자식을 기르는 느낌, 아니 그건 너무 앞서간 표현인 것 같고,  마치 게임 캐릭터를 기르는 느낌이라고 하면 맞을까. 내가 가르치는 학생이 이런저런 스킬들이 늘어가고 어려워하던 부분을 거뜬히 이겨내는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저절로 아빠미소가 지어지곤 한다.


성적으로, 숫자로 실력이 표현되는 일반적인 과목들도 뿐만 아니라,  느낌으로 실력 향상을 알게 되는 ‘논술’이라는 교육과정도 참 매력이 있다. 말주변도 없고 낯가림이 심했던 학생이 논술을 통해 읽는, 쓰는 훈련을 하게 되고 결국엔 논리적으로 말하게 되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을 때, 그때부터는 이 학생의 말문이 열리고 성격이 달라진다. 인류라는 생명체를 한걸음 더 진보하게 만들었다는 언어 수단, 그것을 습득하게 하고 습득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지켜본다는 것은 아주 매력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가지고 있던 꿈을 흐리게 희석시킨 지금의 내 직업이야말로 내가 살아오면서 맞닥뜨리게 될 다양한 경험 중에서도 아주 뜻깊은 경험이자 생업수단이고, 직업적인 보람이 점점 커지고 있는 훌륭한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이런 보람을 가지고 책무를 다하여 살 것이다. 갑자기 떠오르는 영화의 명대사로 이 글을 마친다. “넌 학생이고, 난 선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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