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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펜바스 컬처뉴스 Jul 31. 2017

만능 엔터테이너,
마트 알바의 또 다른 이름

Life Stories - 펜바스 컬처뉴스

(이 글은 펜바스 컬처뉴스 '알바 라이프' 취재를 통해 작성된 실제 이야기입니다)


마트라고 하면 쉽게 떠올리는 대형 마트 브랜드는 세 곳 정도 될 것이다. 그중에서도 난 H마트에서 겨울방학 동안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만능 엔터테이너’, 이건 정말이다. 여러 가지의 아르바이트를 해봤지만 마트 알바처럼 다채로운 일은 처음 해봤다. 그럼 지금부터 나의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다.


9시 반 나는 집에서 가까운 H마트로 출근을 하였다. 도착하자마자 여사님(이라고 부르는 팀장급 직원분)께 출근 보고를 하고 오늘의 업무파트를 배정받는다. 가볍게 조례를 한 뒤 마트 오픈 전 각자의 위치에 가 대기한다. 사내 방송에 맞춰 몇 가지 멘트를 따라 말한 뒤 영업개시 알림이 울린다. 그래! 지금부터 시작인 것이다.


처음엔 참치 코너였다. 참치 코너로 불리는 이 코너는 참치, 연어, 골뱅이 등의 여러 가지 통조림들이 빼곡히 놓인 곳이다. 전날 영업 종료 후 배치가 완료된 제품들을 하나하나 점검해가며 하루의 일과를 시작한다. 진열대에 부족한 제품은 무엇인지 차트를 들고 다니며 메모한다. 개시 후 나의 첫 일과는 그렇게 담당한 몇몇 코너의 제품 진열 현황을 보고하는 것이다.


차트를 들고 직원 전용 사무실로 들어간다. 보통 매장의 구석, 식품코너가 있는 층은 냉장 코너 끝 같은 곳에 출입구가 있다. 이곳은 딱 보아도 직원 전용이라는 안내가 크게 크게 적혀있다. 그런데도 가끔씩 들어오는 분들이 있다. 화장실을 왜 여기 와서 찾는지, 우리도 화장실 가려면 이곳에서 나가야 하는데 말이다. 아무튼 차트를 팀장 여사님께 전달하고 나는 또 다른 코너로 간다. 그렇게 코너들을 오가며 몇 번의 차트 보고를 하고 나니 벌써 점심이다.


이번에는 주류 코너에 주류가 부족하다고 한다. 술 박스를 가득 올린 포터를 끌고 주류 코너로 간다. 방향 조절하기 참 힘든 커다란 빨간 카트에 연두색 팔레트를 얹고, 그 위에 짐을 싣고 필요한 만큼 가져다준다. 이 카트 누가 개발한 건지 진짜 방향 조절 힘들다. 주로 젊고 건장한 남자 알바들이 이 파트를 전담한다.


우리가 마트를 가보면 대부분 여사님들만 보인다. 내가 이 일을 해보기 전에도 ‘마트에는 여자들만 일하나 봐’라는 생각을 하곤 했었는데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남직원들의 활약이 많다. 손님이 마트에서 물건 하나를 집으려면 많은 과정이 필요하다. 마트에서 트럭으로 물건을 가져오는 화물 직원, 그걸 하차시키고 적재장으로 가져다 놓는 센터 직원, 일명 검품&까대기. 진열 수량을 파악하고 수시로 채워놓는 우리 같은 도급사원, 일명 '진열이 들'.


마트 알바의 장점? 음.. 사실 마트 알바는 장점도 없고 단점도 없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하면 딱히 어려운 부분이 있지도 않지만 딱히 쉬운 일도 아니란 거다. 보통 어디에 뭐가 있고, 어디에 얼마큼 가져다주고 이런 일은 3일이면 다 배운다. 그런데 체력이 없으면 힘들다. 다리가 튼튼해야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시험 삼아 만보기를 차고 하루 동안 일을 해 봤는데 정확한 숫자는 기억나지 않지만, 정말 많은 양을 걸어서 놀랬던 적이 있다. 한 달 동안 마트에서 일하며 걷는 양을 더하면 아마 서울에서 천안까지는 가지 않을까 싶다. 그 정도로 진열 부분 알바들은 돌아다니는 일이 태반이다.


좋은 파트를 배정받으면 그날은 편하다. 문구, 완구류는 유통기한도 없고 대체로 가벼운 것들이라 (물론 문구 한꺼번에 쌓이면 무지 무겁다. 하지만 한꺼번에 옮길 일은 잘 없다) 신체적인 스트레스가 적다. 해보진 않았지만 어린이날 전의 완구코너는 지옥이라고 들었다. 그런 날은 진열 맨들과 정직원들이 힘을 합쳐 그 지옥을 막아낸다고…


여사님들이랑 친해지면 편하다. 사람이 여럿 모여 일하는 곳에 당연히 쉼터가 있고 식당이 있다. 그렇게 오며 가며 부딪히는 경우가 많은데 여사님들이 그런 커뮤니티를 꽉 잡고 계신 경우가 많다. 좋은 여사님들이 딱 버티고 있으면 본사나 정직원으로부터의 부당한 대우로부터 어느 정도 지켜주시기도 하다.


원래 체력이 좋아서 그런지 신체적인 부분에서는 힘든 일이 없었다. 다만 알바들끼리의 묘한 신경전이 한 번씩 사람을 확 화나게 하곤 했다. 남들이 보면 그 밥에 그 나물인 똑같은 알바들인데 어떤 사람들은 고작 몇 개월의 경력도 경력이라고 완장을 차고 무언가 지시하고 몰아붙이는 경우가 있었다. 자기보다 높은 직급이거나 덩치가 건장한 사람들한테는 잘 못하는데, 체격이 작거나 신입들이 들어오면 그렇게 아니꼬운 짓들을 해댔다. 어딜 가나 인간군상을 있기 마련인 것 같다.


아까 마트 알바가 장점도 단점도 없다고 하였는데 이 말을 조금은 바로잡고자 한다. 마트 알바의 장점이 떠올랐다. 5인 이상 사업장에서 주는 각종 수당들, 마트는 대기업이 운영하고 많은 직원이 근무하기 때문에 어지간해서는 거의 모든 수당을 타 먹을 수 있다. 내가 인지하지 못한 부분도 나중에 다 수당으로 나오는 것을 보고 괜히 기분 좋아진 적도 종종 있었다. 아무래도 통장에 꽂히는 숫자가 올라가면 힘든 일도 잊고 그런 것 아닐는지…


마트 알바는 체력이 좋다면 쉽고 한 번씩 해볼 만한 알바이며, 체력이 나쁘다면 체력을 기르러 가볼만한 알바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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