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펜바스 컬처뉴스 Aug 14. 2017

이상하게도 볼수록
창피해지는 예능, '비긴어게인'

Entertainment - 펜바스 컬처뉴스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JTBC의 새 예능 프로, ‘비긴어게인’이 화제다. 유희열, 윤도현, 이소라 등 국내 최정상급 가수들이 아일랜드로 떠나는 버스킹 여행이라는 주제 자체만으로도 흥미롭고, 제목만 들어도 감동이 느껴진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방송을 보고 있으면 창피함이 느껴진다. 도대체 왜 이런 좋은 의도로 기획된 예능 프로가 나를 창피하게 만드는 것일까?



사진 출처: JTBC


우선 기획 의도만을 놓고 보자면 이 프로그램은 긍정적인 측면이 너무나 많다. 언어가 아닌 오로지 음악만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을 국내 최정상급 가수들이 다시 무명 시절로 돌아가 직접 몸소 보여준다는 것은 직접 보지 않아도 환상적인 기획이다. 아마도 이러한 멋진 컨셉에 끌려서 출연자들은 자신들의 자부심과 명성을 내려놓고 이 여행을 떠났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이러한 도전 정신과 노력은 마땅히 박수를 받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진행될수록 어딘지 모르게 창피함이 스며든다. 아일랜드에 도착하자마자 노홍철은 길거리 공연을 하고 있는 한 남자를 보면 “눈물이 날 것 같다”라며 감동을 느낀다. 하지만 이런 대목에서는 부자연스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사실 홍대에만 나가도 자주 볼 수 있는 버스킹 공연인데, 눈물을 흘릴 정도로 감정에 이입하려 하는 것이 과연 자연스러운 행동인가 의문이 생긴다. 아무리 음악 여행이고, 노홍철은 원래 그런 ‘오바스러운’ 예능 스타일의 캐릭터라지만, 마치 무한도전에서나 볼 법한 과장된 모습이 과연 이런 멋진 음악 프로그램에 어울리는 모습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아일랜드 거리에서 만난 관객들은 대부분 한국어로 된 노래들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사실 그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는 노래가 바쁘게 길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귀를 사로잡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래서 출연자들은 아일랜드를 배경으로 한 음악 영화 ‘원스’ (Once, 2006)에 나오는 ‘Falling Slowly’를 비장의 무기로 꺼내 들었다. 하지만 이 역시 조금은 민망한 선곡이다. 만약 외국인이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말춤을 추며 강남스타일을 부른다면 과연 우리는 감동을 받을까? 이 또한 조금은 부자연스러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거리의 관객들은 존 레넌의 ‘Imagine’ 등 예전 팝송들에 더욱 환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히트한 음악보다는 클래식한 음악이 더욱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 간의 소통에 어울린다는 것은 사실은 당연한 결과다. 사실 이 프로그램을 보기가 창피한 이유 역시 이러한 문화적 차이에 있다. 제작진이 현지 문화와 함께 소통할 수 있는 문화적 공통점에 대해 더욱 깊이 연구했다면 이 프로그램은 분명 훨씬 더 성숙하고, 유익하고, 감동적인 예능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을 것이다.


‘비기어게인’은 진한 감동보다도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너무나 좋은 기획과 아이디어, 너무나 훌륭한 아티스트들과 함께 떠난 음악 여행이 제작진의 사전 연구 부족으로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낳은 것 같아 그 아쉬움은 더욱 커진다. 노홍철이 아닌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출연자가 한 명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그들의 음악적 소통이 더욱 뜻깊게 전해질 수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때문에 비긴어게인은 꼭 시즌 2가 나왔으면 좋겠다. 더욱 잘 짜인 멤버 구성과, 더욱 디테일한 현지 문화 답사를 통해 일방적인 공연이 아닌 진정한 소통을 이룰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더 많은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조금 색다른 시각, 특별한 이야기


펜바스 컬처뉴스 & 매거진

www.penvas.co.kr


작가의 이전글 어째서 아델은 목소리를 잃은 걸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